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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제적인 소비자 단체인 일본자손기금(Japan Offspring Funds)이 발표한 일본 내부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통중인 라면과 일부 과일 등에 대한 잔류 농약 성분 조사결과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특히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라면이 일상 생활의 주 먹거리로 정착한 우리나라의 경우 시중 유통 라면에서 살충 성분인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 자체가 그 양의 정도를 떠나 국민 식탁 안전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 무얼 담았나

일본자손기금은 지난해 2월부터 일본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라면(수입산 포함)을 비롯해 학교 급식용 빵, 미국산 사과, 자두 등 수입 과일에 대한 살충 잔류 농약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금과 연계돼 있는 해외 소비자단체로부터 해당 국가의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라면을 제공받아 일본 국내 제품들과 함께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일보가 입수한 `잔류농약 성분 비교표' 자료를 살펴보면 우선 일본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30개 라면(컵·봉지 라면 포함)을 대상으로 살충 농약 성분인 클로로피리포스메칠과 페니트로티온의 잔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산요 푸드 등 5개 제조업체에서 생산되는 라면에서 클로로피리포스메칠이 검출됐다.

 검출된 5개 제품에는 우리나라 농심에서 수출한 신라면도 포함돼 있으며 검출 내용도 23ppb로 이들 제품 가운데 가장 높게 나온 것으로 돼 있다.

 또 미국, 영국, 말레이지아, 한국, 헝가리 등 5개 국가의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15개 종류(컵·봉지 라면 포함)의 라면에 대한 잔류 농약성분 조사 결과 50%에 가까운 7개 라면에 서 클로로피리포스메칠이 검출됐으며 모두 봉지라면이다. 대신 농심 신라면을 포함해 영국, 미국 등 4개국의 컵라면에서는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밖에 일본 국내로 수입되는 수입 과일과 일본 9개 도시의 학교 급식용 빵과 미국산 사과, 자두 등에서도 이같은 잔류 농약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서는 밝혔다.

 어떻게 농약성분이 들어갔을까

이번 조사를 담당한 일본자손기금쪽이나 국내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라면 제조 과정보다는 주원료로 사용되는 수입 밀이나 밀을 가공한 밀가루에 농약이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시민의모임) 송보경 이사는 “검출된 살충 농약 성분인 클로로피리포스의 경우 밀 재배 때 뿌려지는 살충 농약이 아니라 수확 후 사용되는 농약”이라며 “이같이 농약이 뿌려진 밀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가공된 밀가루가 수입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손기금의 엔도 사토코 국제담당관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농심에서도 살충 농약이 그대로 남아있는 수입산 밀가루를 (라면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며 “음식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수입산보다는 국내산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먹어도 안전할까

이번에 국내에서 팔리고 있거나 해외로 수출되는 일부 라면에서 검출 된 클로로피리포스메칠의 양은 평균 25ppb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되는 농산물이나 과일 등의 잔류 농약 성분을 분석 하는 허용 기준치로 사용되는 단위는 ppm. ppm이 백만분의 1 수준을 나타내므로 이번에 검출된 양을 ppm으로 환산할 경우 평균 0.025ppm이라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자체보다는 얼마 만큼의 양이 나왔느냐가 중요하다”며 “ppb 수준이라면 정부가 사용하는 기준치보다 훨씬 낮고 인체에 해를 끼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가공 식품에 대한 잔류 농약성분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고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식품에 사용되는 원재료에 대한 잔류 농약성분 기준치 정도가 마련돼 있을 뿐 2차 가공 재료나 식품에 대한 기준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따라서 가공 식품 자체에 대한 잔류 농약성분 검사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어릴 때부터 수년 내지 수십년동안 이같은 음식물을 섭취 할 경우 문제는 없는지 파악해야 하고 또 그 대비책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는 게 소비자 단체의 지적이다.

 한편 국내에 팔리거나 수입되는 밀의 클로로피리포스 잔류 농약 허용 기준치는 0.1ppm이 며, 클로로피리포스메칠은 6.0ppm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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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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