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속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그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타인의 면허증을 자신의 것처럼 부정행사한 혐의등으로 기소된 라모(26)씨의 공문서부정행사 청구소송 상고심(2000도1985)에서 이 같이 밝히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는 대법원이 운전면허증은 자동차운전이 허락된 사람임을 증명하는 공문서로서 그 본래 사용목적은 운전중 경찰의 제시 요구에 이를 보여주는 데 있을 뿐 소지자의 신분의 동일성을 증명하는데 있지 않아 경찰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속이기 위해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것은 운전면허증의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가 아니어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전의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운전면허증은 자동차운전이 허락된 사람을 증명하는 공문서로서, 면허증에 표시된 사람이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는 ‘자격증명’과 이를 지니고 있으면서 내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동일인증명’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에 대해 동일인증명의 측면을 도외시하고, 사용목적이 자격증명만으로 한정해 해석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상 선거인 본인 확인 등 여러 법령에 의한 신분 확인절차에서도 운전면허증은 신분증명서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고, 금융기관과의 거래에 있어서도 운전면허증에 의한 실명확인이 인정되고 있는 등 현실적으로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과 대등한 신분증명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의 제시 요구를 받고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그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로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낸 송진훈 대법관은 “운전면허증의 본래 사용목적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이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운전중에 경찰공무원으로부터 제시 요구를 받은 때 이를 제시하는 데 있을 뿐 그 소지자의 신분의 동일성을 증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의 제시 요구를 받고 타인의 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면허증의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라고 할 수 없어 공문서부정사용죄가 안된다”고 밝혔다.

송 대법관은 또 “운전면허증이 공문서로서 그 본래의 사용목적 이외의 용도로 널리 사용된다는 이유를 들어 부수적 용도도 본래의 사용목적에 포함된다고 본다면 그 부정행사로 인한 처벌범위가 크게 확대된다”며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따라 공문서부정행사죄의 행위 객체와 태양을 제한적으로 해석해 그 처벌범위를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해 온 종전 판례들과 실질적으로 저촉된다”고 설명했다.

라씨는 지난 99년 9월 무면허로 운전하다 의정부시 의정부1동 H여관 앞에서 주차문제로 최모씨와 다투던 중 최씨에게 4주의 상해를 가해 현행범으로 체포,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면허증 제시를 요구하자 99년 7월 노상에서 주웠던 윤모씨의 운전면허증을 자신의 면허증인 것처럼 제시해 공문서를 부정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덧붙이는 글 | 법률일보 제공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