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립다큐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매일 새롭게 쓰고 있는 <워낭소리>의 제작자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총장인 고영재 PD가 <워낭소리>를 제작하고 배급하면서 본 독립영화의 현실을 글로 보내와 전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다큐멘터리 <워낭소리>가 관객들의 호평에 힙입어 개봉 3주차에 10만명을 돌파했다.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포스터

간략하게 <워낭소리>를 배급하면서 한 명의 제작자이자 독립영화인으로서 느끼는 바를 몇 가지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첫째,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플러스시네마 네트워크를 제외하고 독립영화를 하나의 영화로서 판단해주는 시스템이 극장 측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달리 말해서 배급사와 극장들 간의 기본적인 계약시스템의 카테고리에 독립영화는 없다는, 혹은 관심이 있더라도 우선순위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지금처럼 순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상영작을 선정하는 프로그래밍의 관행이 지속된다면 사실 제2, 제3의 <워낭소리>는 나올 수 없습니다.

<워낭소리>도 초기에 극장측으로부터 상영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은 상태에서 출발했고 관객의 입소문에 의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개별 극장관계자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고자 하는 바는 영화로서 독립영화를 봐달라는 것입니다. 자본의 규모보다는 콘텐츠의 힘을 우선시하는 프로그래밍을 정말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자본의 규모보다 컨텐츠의 힘을 우선 봐야

둘째, <워낭소리>는 영화진흥위원회 개봉지원 사업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워낭소리>는 4000만원의 개봉지원금을 받아서 개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 금액이 없었다면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했을 것이고 제작자와 감독이 쏟았던 열정이 아니라 증빙이 가능한 금액만을 기준으로 이익을 분배하는 구조로 갔을 것입니다.

이는 배급을 결정함에 있어 또 다른 주체가 등장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이중, 삼중으로 제작비 회수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보통 독립영화의 눈에 보이는 제작비는 굉장히 작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제작비(각종 현물지원, 현금지원, 스태프들의 노동력, 감독의 연출력)가 훨씬 큽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즉 증빙이 되지 않는 제작비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세 번째로 최우수작품상인 '타이거 상'을 수상한 <똥파리>의 예를 들자면, 감독이 직접 마련한 현금은 9000만원인데 실제 제작비는 2억5000만원이 넘습니다. 만약 배급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2억5000만원이 아닌 9000만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실제 제작자이자 감독인 양익준 감독의 경우 오히려 메인제작사가 아닌 부분제작사로 전락할 우려도 있습니다. 만약 제3자가 1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을 때 5:5의 지분을 요구할 것이고 아울러 마케팅비의 선회수를 전제할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마케팅 개봉지원 사업은 바로 이런 독립영화의 현실에서 '완충지대'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던 제도입니다. 도대체 이러한 제도가 왜 2009년에 사라지게 되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영진위, 마케팅개봉지원 사업 부활시켜야

셋째, 말로는 디지털 환경의 개선을 외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전혀 다릅니다. 개별 극장의 시스템도 천차만별이고 각각의 시스템에 대한 매뉴얼도 없으며 아울러 그러한 환경을 총괄해주는 역할을 아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워낭소리>는 개봉 당일 1월 15일 7개관에서 시작해서 2월 11일 현재 128개관으로 극장이 확대되었습니다. 앞으로 극장이 더 늘어나더라도 10여개 내외로 한정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디지털 영화이기 때문이고 필름 프린트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120여개의 극장에 워낭소리를 필름으로 배급했다면 약 2억5000만원의 배급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파일과 테이프로 모든 것을 해결했기에 결과적으로 <워낭소리>는 약 2000만원의 비용으로 배급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극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그것을 총괄해 관리해주고, 아울러 각 극장의 조건에 맞는 인코딩 작업을 수행해줄 수 있는 단위가 시급하게 생겨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부분 디지털 영화로 제작되는 독립영화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공공적인 마케팅 방식을 고민하자

넷째, 공공적인 마케팅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초기 <워낭소리>는 서울지역 전역의 지하철을 통해 포스터를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메트로 시사회의 선정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하철 공간은 시민의 세금으로 시민이 낸 교통비로 유지되는 공간이지만 자본력이 없는 독립영화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것은 온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광고가 자금의 우선순위에 의해 노출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독립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케팅의 '공공 영역'을 이제는 한국사회도 고민해야 합니다.

고영재 워낭소리 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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