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최악의 4월'을 마감했다. 롯데는 4월 30일까지 총 30경기를 치러서 8승 1무 21패로 승률 .276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한 계단 위인 9위 KT 위즈(12승 1무 20패, .375)와는 2.5게임 차이이며, 1위 KIA 타이거즈(21승 10패, .677)과는 벌써 12게임이나 벌어졌다. 현재 프로야구 10개구단중 아직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과 2할대 승률은 모두 롯데가 유일하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타격이었다. 롯데는 팀타율(.262)에서 한화(.253) 다음으로 저조하며, 출루율(.328), OPS(.702) 홈런(18개), 타점(115개) 득점(123개) 등 공격 지표 대부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은 5.27로 리그 7위다. 퀄리티스타트는 13회로 선두 NC 다이노스(15회) 다음으로 많을만큼 선발진은 나름 호투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빈공과 뒷심부족에 발목이 잡힌 경기가 많았다.
 
롯데는 2018년부터 무려 6시즌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심지어 범위를 더 넓히면 2013년부터 최근 11시즌간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것은 2017년(3위) 단 한 번 뿐이었다.
 
좋지않은 성적만큼이나 롯데는 KBO리그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20명의 사령탑이 거쳐가며 감독교체가 가장 많았던 팀이다. 최근 10년 동안에만 무려 6명의 감독이 교체됐다.
 
절치부심한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KBO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던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시즌간 재임하면서 7년 연속(2015-2021)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뤄내 '두산 왕조'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두산에서의 승률은 1149경기 645승 19무 485패로 .571로 현역 감독 중에선 단연 최다승(통산 9위)이었다.
 
롯데가 구단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부 인사+베테랑 지도자를 선임한 것은 2007년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 이후 무려 17년 만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영입은 신동빈 롯데 구단주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규모도 3년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 연봉 6억)이라는 대형 계약이었다. 그만큼 롯데가 얼마나 가을야구에 목말라 있는지를 보여주는 절실한 변화의 의지로 해석됐다.
 
김태형 감독은 임기내에 우승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부임 첫 시즌인 올해는 일단 7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 1차 목표였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는 "밖에서 보던 것보다 팀 전력이 좋다"고 호평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롯데는 2024시즌을 앞두고 비록 우승후보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중위권에서 충분히 5강을 노릴만한 다크호스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역시 준수한 투수력과 김태형 감독의 검증된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롯데는 시범경기부터 4연패 포함 3승 5패로 8위에 그쳤고, 이미 타선과 내야수비에 대한 약점을 노출하며 불안한 복선을 드러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에도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았다. SSG와 KIA에게 개막 4연패를 시작으로 3월 29일 NC전에서 겨우 첫 승을 신고했으나, 4월들어 8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일찌감치 최하위로 추락했다.
 
그나마 4월 18일-21일간 혜성처럼 등장한 황성빈의 활약을 앞세워 LG와 KT에 3승 1무를 거두며 탈꼴찌에 성공하며 잠시 반짝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NC와 '낙동강더비' 주말 3연전 스윕에 이어, 30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7-9로 패하며 다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특히 롯데에게 초반 부진이 더욱 뼈아픈 것은, 그동안 '봄데'라는 수식어가 붙을만큼 시즌 초반에 강한 것이 롯데의 전통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가을야구에는 모두 탈락했지만, 2022년 4월에 24경기에서 승률 6할9리(14승1무9패)로 2위(최종성적 8위), 2023년 4월에는 22경기에서 승률6할3푼6리(14승8패)를 거둬 1위(최종성적 7위)까지 기록할만큼 봄에 강한 모습 만큼은 이어갔다
 
물론 봄데는 엄밀히 말하면 그동안 시즌 초반에는 잘 나가다 뒷심이 부족해 추락하는 징크스를 가리켜 '봄에만 강하다'는 조롱이 섞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올시즌의 롯데는 그 봄데마저 그리울 정도로 너무 일찍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롯데가 4월까지 10승도 채우지 못한 것은 2013년(9승 11패 1무, 최종성적 5위)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그만큼 올해 롯데의 초반 부진이 봄데와는 정반대의 의미에서 충격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안치홍, 한때 '이대호'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았으나 올해도 부상과 슬럼프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동희의 공백이 뼈아팠다. 롯데가 2022년 거액을 들여 영입한 170억 FA 트리오 유강남-한현희-노진혁은 올시즌 극심한 부진으로 모두 2군행을 통보받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던 황성빈도 햄스트링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이탈했다.
 
타격과 마운드, 팀 안팎으로 악재가 계속되다보니 김태형 감독도 손을 쓸수가 없었다. 김 감독은 타순과 엔트리 변경, 코칭스태프 개편, 투수진 운용, 주축 선수들의 2군행 등 사령탑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는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 오늘날의 현대야구에서 감독 개인의 역량만으로 팀을 변화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빈약한 '뎁스'에 있다. 롯데는 강팀들에 비하여 선수층이 매우 얇은 편이다. 주축 선수 2-3명만 이탈하거나 부진해도 그 빈 자리를 메울 선수가 부족하다.
 
롯데는 은퇴한 이대호와 삼성으로 이적한 포수 강민호의 후계자를 벌써 수년째 찾지못하고 있다. 강민호, 손아섭, 안치홍 등 전성기의 주축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빼앗기는 경우도 빈번했다. 한동희, 고승민, 나승엽 등 최근 롯데가 배출한 유망주들의 육성 점수는 낙제점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LG에서는 비주전이었던 손호영이 트레이드 이후 롯데에서는 단숨에 주전 자리를 차지하며 팀내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롯데의 초라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롯데가 일찌감치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팬들은 벌써 또다른 불명예기록이 추가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롯데는 원년부터 42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총 9번이나 꼴찌를 기록하며 한화 이글스(1986년 창단)와 최다 꼴찌 타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가 만일 올시즌도 가을야구에 탈락한다면 7년 연속으로 2001-2007년에 이어 최장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타이 기록을 수립한다.
 
또한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두 자릿수 꼴찌'라는 신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자연히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이어져오고 있는 KBO리그 역대 최장기간 무관 기록도 '32년'으로 더 늘어나게 된다.

현재로서 롯데의 전력에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게할만한 플러스 요소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롯데 팬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올시즌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부산의 봄'은 과연 언제쯤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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