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가는 여정이 매우 험난하다.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황선홍호가 첫 경기부터 고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한 숨을 돌렸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17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2024 AFC U23 아시안컵 B조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승점 3을 기록한 한국은 일본(승점 3)과 B조 공동 선두에 위치했다.

이태석-이영준 선제 결승골 합작...황선홍 감독의 용병술 통했다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UAE의 경기에 앞서 황선홍 감독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UAE의 경기에 앞서 황선홍 감독이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최전방은 안재준, 2선에서 엄지성-강상윤-홍시후가 받쳤다. 이강희-백상훈이 중원을 구축했으며, 수비는 조현택-변준수-서명관-황재원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김정훈이 지켰다. 

초반 경기 흐름은 탐색전에 가까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추는 한국으로 기울었다. 한국은 전반전 점유율에서 69%-31%로 크게 압도했다. 슈팅수도 5-1로 앞섰으나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전반 13분 이강희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8분에는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황재원이 시도한 왼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어 오른쪽에서 강상윤이 낮게 크로스를 연결했고, 문전 앞에서 안재준의 힐킥이 골로 연결됐지만 VAR 판독 결과 강상윤의 오프사이드가 확인됐다. 

UAE는 대부분의 시간을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상대의 밀집 수비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 41분 조현택의 코너킥이 UAE 선수의 머리에 맞고 페널티 박스 밖으로 흘러나갔다. 이후 백상훈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전은 0-0으로 종료됐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안재준, 홍시후 대신 이영준, 강성진을 교체 투입했다. 후반 7분 강성진이 후반전 양 팀 통틀어 첫 번째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 10분 오른쪽에서 조현택의 크로스에 이은 이강희의 헤더가 골문 왼편으로 살짝 빗나갔다. 

UAE는 후반에도 선수비 후역습의 기조를 유지했다. 후반 16분 왼쪽에서 술탄 알리의 하프 발리슛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21분 이강희 대신 김민우를 넣으며 미드필드에 변화를 가져갔다. 후반 23분 왼쪽에서 조현택이 띄어주고 엄지성이 머리로 돌려놓은 공은 골문 밖으로 나갔다.

한국은 상대의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주로 좌우 측면에서의 크로스로 해법을 모색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28분 엄지성을 불러들이고, 홍윤상을 넣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1분 뒤 홍윤상은 곧바로 키패스를 기록했다. 왼쪽에서 박스 안으로 홍윤상이 패스를 넣어줬고, 강성진의 슈팅이 골문 위로 떠올랐다. 한국은 후반 33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레프트백 조현택 대신 이태석을 투입했다. 

한국은 모처럼 빠른 역습으로 좋은 기회를 창출했다. 후반 41분 왼쪽에서 강상윤의 크로스를 강성진이 헤더로 받아넣었으나, 앞선 상황에서 오프사이드로 인해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은 12분이 주어졌다. 한국은 답답했던 골 가뭄을 뒤늦게나마 털어냈다. 후반 교체로 들어온 이태석과 이영준이 선제골을 합작했다. 후반 49분 오른쪽에서 이태석이 왼발로 띄어준 프리킥을 이영준이 헤더로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을 획득했다. 

대회 첫 경기부터 고전한 황선홍호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UAE의 경기에서 한국 홍윤상이 드리블하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UAE의 경기에서 한국 홍윤상이 드리블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는 사상 최초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번 U-23 아시안컵은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겸해서 펼쳐진다. 16개 팀이 참가해 4개조 4팀씩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가 8강에 진출한다. 8강전부터 토너먼트다.

최종 3위 이내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행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으며, 4위가 되면 아프리카 4위 기니와 대륙 간 플레이오르를 가진다. 즉, 4강에 오르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 기회를 놓치게 된다. 

대회를 앞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황선홍 감독은 마지막 담금질을 할 기회였던 지난 3월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선수들과 동행하지 못했다. 3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태국과의 2연전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공석이 된 A대표팀의 임시감독직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황선홍 감독 없이 치른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지난 10일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0-1로 패하며 불안감을 남긴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대회 시작 전 배준호, 양현준, 김지수 등 유럽파 3인방이 소속팀의 반대로 차출되지 못했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급하게 홍시후, 김동진, 최강민을 대체 발탁했다. 

조편성도 좋지 않았다. 한국은 UAE를 비롯해 중국, 일본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다. 첫 경기부터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UAE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지키는 전략을 통해 승점 1을 따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점유율과 슈팅수에서 일방적으로 앞섰지만 한국은 경기 내내 상대의 밀집 수비에 고전하며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자칫하면 무승부로 끝날 수 있었으나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후반에 투입한 이영준과 이태석 카드가 적중하면서 대회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비록 첫 단추를 잘 뀄지만 결과에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경기였다. 세트 피스가 아닌 인 플레이 공격 상황에서 한 골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세밀한 부분 전술의 아쉬움, 일대일 상황에서 수비 조직을 깨뜨릴 한 방 또한 부족했다. 향후 더 많은 강팀들을 만나는 황선홍호로선 반드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B조 1차전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 카타르 도하 - 2024년 4월 17일)
한국 1 - 이영준 94+'
UAE 0

선수 명단
한국 4-2-3-1 : GK 김정훈 - 황재원, 서명관, 변준수, 조현택(78'이태석) - 이강희(66'김민우), 백상훈 - 홍시후(46'강성진), 강상윤, 엄지성(73'홍윤상) - 안재준(46'이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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