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르는 이야기> 관련 이미지.

영화 <모르는 이야기>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현실에서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면 십중팔구 도피를 꿈꿔봄 직하다. 자의든 타의든 본인에게 다가온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면 본연의 자아 그대로 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모르는 이야기>는 난치병인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한 사람의 꿈 이야기다.
 
기은(정하담)과 기언(김대건)은 척추질환으로 강한 진통제에 의존하고 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동할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은 죽음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극심하다. 이와 중에 그들이 약을 먹은 뒤 맞이하는 세상은 잠시나마 고통을 잊고 잠시나마 본인으로 살 수 있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시시각각 변하고 시공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꿈의 특성상 영화를 관통하는 사건 또한 일관되지 않다. 무엇이 꿈이고 현실인지 애써 구분하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처하는 상황도 가지각색이기에 직선적 내러티브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낯설게 다가올 법하다. 꿈 속에서 기은과 기언은 화가가 되기도 하고, 유튜버나 평론가가 되거나 또다른 인물의 꿈을 관찰하기도 한다.
 
어떤 꿈에선 스스로 꿈속임을 자각한 채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자각몽은 기은과 기언의 고통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된다. 분절된 시공간에서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실패했으며, 또다시 꿈을 꾸게 된다.
  
 영화 <모르는 이야기> 관련 이미지.

영화 <모르는 이야기> 관련 이미지.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사실 두 사람은 같은 인물이다. 화면 안에서 두 사람을 데칼코마니처럼 배치해놓고 같은 행동을 하게끔 하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자아임을 깨닫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또한 대놓고 이들 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아를 찾으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병증으로 놓치고 있었던 본연의 정체성을 꿈에서나마 탐구하는 그 모습이 제법 귀엽게 다가온다.
 
단순히 놓고 보면 프랑스 출신 미셸 공드리의 몇몇 영화들을 연상하게 한다. 꿈과 중첩된 자아는 그의 영화에선 단골 소재처럼 등장한 바 있다. <수면의 과학>이나 <비카인드 리와인드>의 느낌이 <모르는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에서 특별 언급된 이 영화의 감독은 촬영감독 출신의 신인이다. 양근영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 조성희 감독 등의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아왔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나 독특한 색감의 배열 등으로 장편 데뷔작에 과감한 시도를 더했다.
 
한줄평: 신인다운 도전과 패기, 또다른 감흥을 불러온다.
평점: ★★★☆(3.5/5)

 
영화 <모르는 이야기>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양근영
출연 : 정하담, 김대건, 이주원, 정영주, 이현진, 김난희 외
제공 : 영화진흥위원회
제작 :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배급 : ㈜마노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 75분
개봉일 : 2024년 4월 24일
 
 
   
모르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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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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