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간판 박지원(서울시청)과 황대헌(강원도청)의 희비가 엇갈렸다. 4월 11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1,500m 결승에서 박지원은 2분15초759의 성적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박지원은 이어 열린 남자 500m에서는 2차 예선 4조에서 최하위에 그치면서 랭킹 포인트 획득에 실패했지만, 이미 국가대표 1,2차 선발전에 받은 랭킹 포인트를 합상하여 총점 89점으로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은 1, 2차 선발전 랭킹 포인트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정한다. 남자부는 상위 8명이 대표팀에 승선하며 이중 3위까지 차기 시즌 국제대회 개인전 우선 출전 자격을 얻는다.
 
박지원은 1000미터 결승을 남겨놓은 가운데 이미 최소 3위를 확보하면서 내년 2월에 열리는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인전에 출전할수 있게 됐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박지원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경우,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 27세인 박지원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반면 최근 연이은 '더티플레이' 논란에 휩싸였던 황대헌은 또 반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황대헌은 남자 500m 결승 레이스에서 2위를 기록하다가 결승선을 두 바퀴 남겨두고 인코스 진입을 시도하다가 1위 박장혁(스포츠토토)과 부딪혔다.

이 틈을 타 장성우(고려대)가 선두로 올라섰다. 황대헌은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심판진은 추월 과정에서 박장혁과 부딪힌 것에 대하여 페널티를 부과하여 실격처리됐다. 장성우가 41초 050으로 1위, 박장혁이 41초 353으로 2위가 됐다.
 
문제는 황대헌의 반칙 논란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쇼트트랙은 종목 특성상 가까운 거리에서 주행하는 선수들간의 충돌 위험이 많은 종목이다. 추월 상황에서 어떤 선수에게 자리의 우선권이 있는지를 가려서 상대와 고의적으로 접초가거나 무리한 플레이를 저지른 선수에게는 페널티 규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황대헌으로 인해 자주 피해를 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박지원이었다.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를 시작으로 황대헌은 최근 반년 사이에 무려 4차례나 박지원과 충돌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가해자는 황대헌, 피해자는 박지원이었다.
 
특히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와 1500m 결승에서 박지원은 같은 국가대표팀 동료인 황대헌의 '팀킬' 때문에 연이어 우승을 놓친 바 있다.

당시 박지원은 선두경쟁을 벌이다가 황대헌과의 충돌로 균형을 잃으며 순위권에서 밀려나야 했다. 두 시즌 연속 월드컵 종합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박지원은 남자 계주 부문에서 은메달 1개에 만족해야 했다. 귀국 당시에는 황대헌과의 충돌 과정에서 입은 부상 때문에 목과 팔에 깁스를 한 모습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당시 황대헌은 귀국 인터뷰에서 박지원에게 반칙을 범한 데 사과하면서도 고의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황대헌은 "서로 경쟁하고 있었고 시합을 하다 보면 충분히 나오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그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고 박지원 형이어서 마음도 안 좋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고의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박지원은 황대헌이 직접 사과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를 두고 두 선수의 불화설이 확산되기도 했다. 여론은 점점 악화되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결국 지난달 22일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황대헌의 플레이에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두 선수의 악연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지난 5일부터 치러진 국가대표 1차 선발대회 남자 500m에서도 또 충돌했다. 이번에도 황대헌은 준결승에서 박지원에게 추월을 시도했고, 몸이 부딪히며 밀려난 박지원은 펜스에 충돌했다. 당시 주심은 해당 장면에 관해서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았고, 황대헌은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한 반면 박지원은 그대로 탈락했다.
 
반면 충돌이 없었던 11일 1500미터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박지원이 모두 여유있기에 1위를 차지했다. 황대헌은 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했으나, 결승에서는 5위에 그쳤다.
 
한편 황대헌은 7일 1000m 2차 예선에서는 이번엔 박노원(화성시청)에게 반칙을 범해 실격처리되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데 황대헌은 경기가 끝난 후 박노원에게 다가가 바로 손을 잡으며 빠르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박지원과의 충돌 상황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가 지적받으며 또다시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어 11일 경기에서는 박장혁과의 충돌에 가려졌지만 이보다 먼저 김태성(서울시청)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있었다. 김태성은 황대헌과 부딪힌 이후 휘청이며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주심은 박장혁과 충돌 장면에 대해서만 황대헌에게 페널티를 부여했다.
 
이로써 황대헌은 1,2차 선발전에서 랭킹포인트 총점 13점을 획득하는데 그치며 전체 9위로 밀려났다. 설사 12일 열리는 남자 1000m에서 우승하더라도 3위 이내로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황대헌은 최악의 부진 속에 차기 시즌 국제대회 개인전 우선 출전 자격을 잃게 됐다. 팬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당연히 실력과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에 걸맞은 인성과 스포츠맨십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황대헌에게는 지금은 성적보다 '성찰'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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