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혜성이 연장 11회말 무사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4.7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 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혜성이 연장 11회말 무사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4.4.7 ⓒ 연합뉴스

 
최약체 꼴찌 후보로 예상되던 키움 히어로즈가 또 하나의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키움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김혜성의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4-3 승리를 거뒀다.
 
양팀은 1회부터 한화 문현빈과 키움 김혜성이 주거니 받거니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기싸움을 벌였다. 이후 한동안 투수전이 이어지며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은, 한화가 6회 2사 1.3루 찬스에서 키움 구원투수 김연주의 폭투와 이도윤의 우전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3-1로 점수차를 벌렸다.
 
하지만 키움은 다시 홈런쇼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7회 1사 1루에서 송성문이 한화 김민우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며 승부를 3-3 동점으로 만들었다. 정규이닝동안 승부를 가리지못하며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11회말 키움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들어선 김혜성은 한화 이태양 상대로 끝내기이자 멀티 홈런을 터뜨려 이날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홈런 3방으로 승리를 챙긴 키움은 이로서 파죽의 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꼴찌로 시작했던 순위는 어느덧 NC(9승 4패)와 KIA(8승 4패)에 이어 3위(7승 4패)까지 치고올라왔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와 야구팬들은 이구동성으로 키움을 유력한 꼴찌 후보로 예상했다. 키움은 2023시즌 58승 6무 80패를 기록하며 창단 2번째로 최하위에 그쳤다. 올시즌에는 간판타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팔꿈치부상으로 시즌아웃되었던 에이스 안우진은 군복무를 시작하면서 투타의 핵심이 모두 이탈했다. 베테랑 불펜 투수 임창민과 이지영도 FA자격을 얻어 각각 삼성과 SSG로 이적했다.
 
대기업 구단들처럼 FA시장에서 외부 영입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불펜에서 사회복무를 마치고 2년만에 돌아온 조상우 정도만이 전력보강 요소였지만, 선발진과 타선은 모두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개막 4연패를 기록할 때만 해도 꼴찌 예상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키움은 그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대망의 첫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LG에 2승1패, 삼성에 2승(우천취소 1경기), 한화에 3연승 스윕까지 내리 3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키움의 반등 비결은 역시 '화수분 야구'에 있다. 모기업과 스폰서가 결합된 팀명처럼, 키움 히어로즈는 '선수들을 영웅으로 잘 키워내는 구단'이라는 이미지로 명성을 높여왔다. 이정후, 박병호, 서건창, 김하성, 강정호, 안우진 등은 모두 키움에서 리그에 손꼽히는 슈퍼스타로 성장했고, 심지어 MVP 수상자와 메이저리거까지 다수 배출했다.
 
올시즌도 간판스타들이 떠난 빈 자리에 새로운 대체 히어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정후가 떠난 키움 타선의 해결사 역할은 김혜성이 물려받았다. 주장 김혜성은 올시즌 타율 3할6푼7리(9위), 4홈런(공동 7위) 13타점(공동 4위), OPS 1.098(5위)으로 물오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혜성은 7일 한화전에서는 홈런 2방을 포함해 5타수 3안타를 터뜨려 팀의 7연승을 이끌었다. 멀티홈런과 끝내기 홈런 모두 김혜성 커리어 최초의 기록이다. 올시즌 이후 구단 동의하에 해외진출 자격을 얻게되는 김혜성은, 박병호-강정호-김하성-이정후에 이어 또 한명의 유력한 예비 메이저리거 후보로 꼽힐 만큼 이번 시즌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던 베테랑 이형종의 부활도 고무적이다. 11경기에서 타율 3할7푼1리(전체 5위) 2홈런 10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형종은 6일 한화전에서 펠릭스 페냐를 무너뜨리는 3점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키움에서 야수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주형이 부상을 털고 빠르게 복귀한 것도 호재였다. 이주형은 지난 2일 삼성전에서 복귀하자마자 5경기에서 11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5할2푼4리의 맹활약으로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키움 타선은 7연승 행진동안 총 76안타 56득점으로 뽑아내며 같은 기간 리그 1위를 내달렸다. 한 경기당 평균 8득점에 성공했다. 전형적인 거포형 타자는 없는 소총타선에 가깝지만, 홈런 3방만으로 승리한 7일 한화전에서 보듯 상하위타선에 누구나 한 방씩 터뜨릴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가장 약점으로 꼽혔던 선발진은 오히려 장점으로 바뀌었다.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에마누엘 헤이수스가 첫 등판에서 고전했지만 두 번째 등판부터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며 원투펀치답게 중심을 잡아줬다.
 
여기에 하영민-김선기 등 경험이 짧은 토종 투수들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연승기간 동안 키움은 선발투수들이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선발승만 6승이었다. 7일 한화전도 김선기가 노디시전으로 승리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자기 몫을 다했다. 또한 백업포수였던 김재현은 기존 주전이었던 김동헌의 수비불안으로 출전기회가 늘어나면서 안정된 투수리드와 블로킹으로 투수들과 좋은 호흡을 이루며 키움 상승세의 또다른 주역이 됐다.
 
키움은 2024시즌 선수단 평균 연령이 25.6세로 10개 구단 중 가장 어리다. 지난 개막 엔트리 28인에는 프로에 처음 데뷔하는 신인선수만 무려 6명이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강제 리빌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키움은 누구봐도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이 찍힌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키움은 진정한 리빌딩이란, 결국 성적과 육성이 같이 병행되어야한다는 모범적인 예시를 연승을 통하여 증명하고 있다. 키움의 젊은 영웅들은 지난 시즌 디펜딩챔피언 LG에 위닝시리즈,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류현진를 앞세운 한화마저 잇달아 격침시키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좋게 뒤집는 '언더독의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는 것이 '육성 맛집' 키움 히어로즈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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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히어로즈 7연승 프로야구순위 김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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