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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
 개혁신당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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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게가 있는 상가만 해도 일식집 사장님이 이번에 관두셨고… 옆에 30~40년 문구점 해온 어르신도 요새 하루 종일 매출이 하나도 없는 날도 있대요. 자영업자들은 다 죽겠다는데 윤석열 정부는 거들떠도 안 봤잖아요. 각자도생 하라는 거죠. 빵점입니다, 빵점."

개혁신당 비례대표 4번인 곽대중(50) 후보는 12년차 경력의 현직 편의점주다. 그는 '봉달호'라는 필명으로도 유명하다. 편의점에서 일하며 영수증 뒷면이나 라면박스 모퉁이에 틈틈이 써둔 글들을 모아 책 <매일 갑니다, 편의점>(2018)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2021) <힘들 땐 참치마요>(2022) <셔터를 올리며>(2023)로 펴내 호응을 얻었다.

곽 후보는 지난해 3월 27일 국민의힘 민생특위 '민생119'에 들어갔지만, 석 달만인 6월 26일 '금태섭 신당'(성찰과 모색)에 합류하면서 그만뒀다. 그는 "그저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도와달라'고 했다면 응하지 않았겠지만,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라 재미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성찰과 모색은 제3지대 합당 과정을 거쳐 현재의 '개혁신당'에 이른다.

광주 출신인 곽 후보는 고교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몸담았지만, 운동권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반한총련' 후보로 나서 1998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그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에서 북한인권운동을 벌였고, 중국에서 6년간 식당·미용실 등 사업을 하다 지난 2012년 귀국해 편의점을 시작했다. '봉달호'에 앞서 그는 자신의 본명으로 <김종인 사용설명서>(2017), <대한민국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2017) 등의 정치비평서를 쓰기도 했다.

코로나 때 대출이 쌓인 그는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은행들로 하여금 자영업자에게 대출이자를 환급하도록 한 데 따라 300만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고 했다. 곽 후보는 "아마 이번 총선 후보자들 가운데 '자영업자 이자 환급'을 받은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웃으면서도 "은행에 압박을 넣어 정부가 할 일을 떠넘긴, 정말 황당한 사건"이라고 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는 578만명, 전체 취업자의 20%에 달한다. 그는 왜 정치에 나섰을까. 곽 후보를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개혁신당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통령 코드 맞추기 급급한 국민의힘 민생특위... 대안 보수정당 필요"
 
개혁신당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
 개혁신당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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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비례대표라는 게 각 계층을 대변하는 제도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을 보면 거의 다 변호사나 교수고, 자영업자라 해도 의사나 약사다. 모두 고소득층이다. 편의점 주인 같은 평범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비례대표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 지난해 6월 금태섭 신당에 입당하면서 현실 정치에 입문했다. 본래 정치에 뜻이 있었나.
 

"사실 30대 초반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제의를 많이 받았다. 특히 보수정당 쪽이 적극적이었는데,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이 북한인권운동을 한다니 일종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기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끼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정당이 완전히 무너지고, 정치가 양쪽으로 극단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떠드는 사람보다 안에 들어가 실제로 고치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닌가 고민하던 차에 금태섭 후보 쪽에서 연락이 왔다. 금 후보와는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저 용기 있게 공수처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저런 사람이면 지지해줄 만 하다'고 SNS에 쓴 적이 있었다."

- 그보다 앞서 지난해 3월말 국민의힘 민생특위에 참여했다.

"입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외부 영입인사로 들어간 건데, 어떻게든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는 모습에 실망했다. 예컨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쌀이 과잉 생산되거나 쌀값이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쌀을 매입해 쌀값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의 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이 논란이 되자, 민생특위 위원장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했다. 무슨 '바르게 살기 운동'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되나.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 민생특위가 마약재활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마약이 도대체 일반 서민 살림살이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종로구 금태섭 후보 사무실에서 만난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가 개혁신당 지역구 출마자 기호인 '7'을 손가락으로 표시하고 있다.
 종로구 금태섭 후보 사무실에서 만난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가 개혁신당 지역구 출마자 기호인 '7'을 손가락으로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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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방치한 윤 대통령... 자영업자들이 왜 찍었는지 돌아봐야"

- 12년차 편의점주다. 자영업 현장의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 2년을 평가한다면.

"이렇게 못할 줄은 몰랐다. 굳이 공실률이나 폐업률이 코로나 때보다 심각하다는 거창한 얘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자영업자들에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체감지수라는 게 있다. 매일매일의 매출, 원가, 인건비, 주변 상권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저희 편의점 인근에도 최근 장사를 접은 분들이 눈에 띈다.

이럴 때 나서라고 정부가 있다. 위기라면 재정을 풀어 낙오하는 사람들이 크게 양산되지 않도록 뒷받침해야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무조건 '허리띠만 졸라매면 된다'는 식으로 긴축에 매몰됐다. 그게 시장경제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일관적이기라도 하면 또 모르겠는데, 선거 앞두고 민심이 심상치 않으니 은행들을 협박해 자영업자들에게 이자를 돌려주게 했다. 세상에 이런 시장경제가 어디 있나?

저도 얼마 전에 환급금을 받았는데, 코로나 때 대출을 많이 받아서 1인 한도치인 300만원 가까이 들어온 것 같다. 아마 웬만한 자영업자들은 다 받았을 것이다. 대출 없는 자영업자는 없으니까. 근데 정부는 이걸 또 치적이라 자랑을 하더라. 참 기가 막힌다."

- 최근 윤 대통령의 '대파 값' 발언이 논란이 됐다.

"대통령이 너무 국민 마음을 모른다, 이게 핵심 아니겠나. 요새 파 한 단에 875원이라 하면 누가 믿나. 지난 대선 때 자영업자들이 윤 대통령을 꽤 많이 찍었을 텐데, 그 이유를 잘 분석했으면 좋겠다. 자영업자들의 지지는 윤 대통령이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고, 알바 등 시간제 노동시장에서 사문화돼 있던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주 1일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치 일당)이 갑자기 현실화됐다. 거기에 4대보험 가입 단속까지 더해지면서 자영업자들에게 3중고가 겹쳤다. 그렇게 피폐해진 상태로 코로나를 맞았다. 그 결과가 대선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새 정부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고 민생은 방치했다."

- 책 <매일 갑니다, 편의점>에 "언젠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는 한 토론회에 갔더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일어나 '그 정도의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점포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발언하는 것을 들고 잠깐 현기증이 일었다"는 대목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줘왔다. 주휴수당과 4대 보험 가입도 어긴 적이 없다. 그게 분명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긴 하지만, 집행력을 쥔 정부가 너무 급격하게 변화를 가하면 현실에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4대보험을 한꺼번에 밀어붙이자 어떤 일이 생겼나. 통상 8시간씩 3교대로 돌아가던 편의점 알바가 갑자기 3~4시간씩 6~7교대로 바뀌는 등 기이한 초단기 계약들이 난무했다. 출혈이 커지자 어떻게든 주휴수당을 줄여야 했던 점주들의 몸부림이었다. 이렇게 되면 편의점주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노동자에게도 피해가 간다. 임금 총액은 크게 차이도 안 나는데 '메뚜기 알바'를 뛰며 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이게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이냔 말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가 나온 배경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 정책으로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수치가 도그마도 아닌데 거기 빠져 급급해선 안 된다. 지금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 아닌가? '2000명'이라는 숫자가 만고의 진리도 아니고 왜 그 숫자여야 하는지 합리적 근거도 없는데, 대통령이 '2000명' 수치에 집착해 사달을 내고 있지 않나."

"윤석열·이재명·조국만 남은 총선판... 대통령제 넘는 '개헌신당' 됐으면"
 
개혁신당 곽대중 비례대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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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신당이 출범했지만 정작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건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새롭게 내놓은 정책이랄 게 이준석 대표의 '노인 무임승차 폐지'나 '여성 경찰·소방관 군복무 의무화' 정도다.

"뼈아픈 대목이다. 편의점에서 정성스레 상품을 진열하듯 우리 당도 비전을 먼저 제시한 뒤 유권자들의 선택을 구했어야 했는데, 3지대에 있던 여러 당의 역학관계들부터 푸느라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

나는 지금 한국의 시대정신은 '갈등과 격차의 해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한 세력이 한 세력을 누르고 없애버리려 드는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화해하고 대화해야 한다. 나는 개혁신당이 '개헌신당'이 되면 좋겠다. 국민의힘 말처럼 5.18을 헌법 전문에 넣니 마니 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 5.18을 열 번 넣는다 해도 우리 실제 삶이 나아지진 않으니까. 이제는 구조 자체를 바꿔 7공화국으로 가야 할 때다. 87년 체제인 6공화국이 벌써 40년이 돼간다. 어쩌면 낡은 헌법과 대통령제의 업보가 '윤석열·이재명·조국'만 남은 지금의 총선판 아닐까. 내각제 개헌을 해야 한다. 앞으로 20년은 내다보고 의회중심주의로 갈 준비를 하자. 거기에 개혁신당 같은 대안정당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 지난 2월 새로운선택이 개혁신당과 합당할 때 찬성했나.

"그렇다. 같은 3지대 내에서조차 통합을 이루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라 전체를 통합하겠다고 국민을 설득하겠나. 특히 나는 젠더 갈등의 축에서 대립항에 있던 개혁신당의 이준석 대표와 새로운선택의 류호정 전 의원이 함께 결합하는 모습만으로도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류호정 전 의원의 출마 포기로) 결과적으로는 잘 안 됐지만.

이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될 수 있는데, 정당이라는 건 자기 편의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달리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당에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의 여론이 굉장히 센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당의 진로를 고려한다면 이 대표 스스로 팬덤에서 탈피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만일 생각과 입장이 다른 사안이 있다면 팬덤에게 양해도 구하고 설득하는 정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정치인들에게 팬덤을 잃는다는 불안감은 굉장히 큰 것 같다."

- 최근 조국혁신당의 지지세는 어떻게 해석하나.

"역시 우리 정치가 극단의 끝에 와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 아닌가 한다. 한편으론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못했으면 이럴까 싶다. 오죽하면 불과 몇 년 전 나라를 두 동강 낸 인물이 자기 이름을 걸고 정당을 만들어 정권을 응징하겠다는데 지지율이 오를까. 이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운동권 청산', '야당 심판'이 시대정신이라고 하니, 지금의 보수는 답도 없다. 개혁신당이 합리적 보수로서 국민의힘의 대안이 되면 좋겠다."

"노동개혁 의지 없던 윤 정부... 임금 이중구조 풀고 싶다"

- 국회의원이 돼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가장 다루고 싶은 건 노동시장 이중구조, 즉 임금 이중구조 문제다. 예전에는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로만 얘기했는데, 이젠 플랫폼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이 많이 생겼다. 결국 현재의 기업노조 체제를 산별노조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대타협을 통해 대기업 노조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용자단체들이 산별교섭에 나오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노동개혁을 말하지만, 정말 의지가 있다면 이 일부터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했던 인사(김병준)를 전경련 고문으로 보냈다. 노사정의 대화와 타협을 끌어내야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에 김문수씨 같은 사람을 앉혀 갈등을 증폭시켰다. 김문수 위원장은 작년에 우리 당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동개혁은 관심 없고 주사파만 척결하면 된다'고 말한 사람이다. 갑갑하다.

프랜차이즈 관련 법들도 정비하고 싶다. 최근 맘스터치 점주들이 점주협의회를 만들자 맘스터치 본사에서 점주협의회 대표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 보복을 가하는 일이 불거졌다. 점주들은 본사에 대응할 힘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노조 비슷한 점주협의회 구성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세븐일레븐 점주들이 점주협의회를 넘어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또 요즘 자영업자들에게 배달 플랫폼 이용은 필수인데, 청년 창업자들에겐 배달 플랫폼에 내야 하는 8~20%의 수수료가 굉장한 부담이다. 청년 창업자라면 정부에서 배달 수수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라이더들의 보험 문제도 보완하고 싶다. 지금은 정작 라이더들이 보험을 들려면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돼 월 100만원 꼴 하는 운송특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것도 정부에서 지원을 하든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태그:#곽대중, #봉달호, #자영업자, #총선, #개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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