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 포스터

영화 <댓글부대> 포스터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대부분의 정보는 웹상에서 얻게 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우리는 어느 곳에 있든 인터넷에 접속해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길을 찾을 때도, 여러 뉴스를 찾아볼 때도, 물건을 살 때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어떤 것이든 할 수가 있다. 그만큼 우린 과거보다 엄청난 정보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보격차라고 하면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층과 아닌 층이 나뉘었다면 지금은 수많은 정보 중에 어떤 것이 쓸 만한 정보인지를 가려내는 능력이 정보격차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엄청나게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다 보면 어떤 것이 정말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를 가려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 기사 하나만으로, 게시글 하나만으로는 그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직접 다시 검색해 보고 다른 의견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게시글의 댓글이나 파생된 다른 글이 있다면 조금은 쉽게 그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전체 인류의 역사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의견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기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인터넷의 다양한 게시글과 댓글들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누군가 다른 의도로 게시글을 올리고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는 돈을 벌거나 정치사회적인 대가를 받기도 한다. 그런 체계화된, 조작된 게시글을 만들고 관리하는 조직이 있다는 소문은 이미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암암리에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난 건 많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 임상진 기자(손석구)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인터넷에 수많은 글들에 대해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 번째 감정] 임상진 기자의 억울함
 
 영화 <댓글부대> 장면

영화 <댓글부대> 장면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임상진 기자는 대기업 만전의 비리와 관련된 기사를 쓰지만 해당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나며 정직당한다. 임 기자는 이 모든 것이 만전이 기획한 음모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취재를 좀 더 해보고 싶지만 그것을 이어갈 연결고리가 없어졌고, 정직 중이어서 정식 기자로서 활동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기자는 계속 관련된 근거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우연히 만전의 수법을 알고 있다고 하는 제보자(김동휘)를 만난다.

임 기자가 가진 억울함은 그가 취재를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만전과 관련된 글을 찾고 또 읽으면서 다양한 음로론을 접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찾게 된 제보자의 증언은 임 기자가 가지고 있는 억울함을 풀고 기자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과거 자신의 취재가 맞았다는 제보자의 말만으로도 임 기자는 자신의 억울함이 모두 풀리는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을 것이다.

억울함이 기사를 쓸 에너지를 만들었고, 그가 새로운 기사를 쓸 수 있게 만든다. 화면 속 임 기자의 취재를 응원하게 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과연 제보자의 말을 정말 믿을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사실상 제보자의 말을 제외하면 모두 추정적인 사실들만 있을 뿐이고, 인터넷 게시판의 여러 글들이 제보자의 말의 근거로 뒷받침되지만 이것이 딱 맞는 근거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임 기자의 억울함이 풀리기 위해서, 임 기자는 제보자의 입을 바라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제보자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임 기자의 모든 경력이 달려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 감정] 제보자의 안심
 
 영화 <댓글부대> 장면

영화 <댓글부대> 장면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보자는 임 기자를 만나 안심한다. 시종일관 증언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선 점점 긴장감이 없어진다. 만전이라는 거대한 기업에 대항하여 제보를 하는 그의 증언은, 그가 가진 긴장이 줄어들수록 점점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제보자의 안심은 곧 임 기자가 제보자에 대한 의심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그 모든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도 안심시킨다. 그래서 이야기 구조상 제보자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높아지고, 관련 취재를 하는 임 기자에게는 좀 더 영향력 있는 정보들이 들어오게 된다.

사실 중반부부터는 제보자가 어떤 식으로 여론을 만들고 조작하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주게 된다. 좀 더 세밀하게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의견이라는 걸 만들어내고, 그 의견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것처럼 여론을 만들어낸다. 꼭 정치적인 문제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특정 상품에도, 어떤 인물에게도 그런 계획을 적용할 수 있다. 그 모든 증언들은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속 제보자가 이야기하듯, 100%의 진실보다는 약간의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결국 제보자가 안심하는 듯 보이는 그 순간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한다. 그 안심으로 증언은 더 힘을 얻고 임 기자는 자신만의 특종을 낼 수 있게 된다. 이상하리만치 순조롭고 운이 좋게 느껴지는 그 모든 과정에서 관객은 통쾌한 복수나 사실이 세상에 폭로되는 것을 원하게 된다. 그건 주인공 임 기자와 똑같은 것을 원하게 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건 바로 제보자의 안심이다.

[세 번째 감정] 관객의 당혹감
 
 영화 <댓글부대> 장면

영화 <댓글부대> 장면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관객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이야기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있었던 현실이고, 또 거짓일까. 명확히 알 수 없다. 정확히 임 기자가 처한 상황에서 영화가 끝을 맺기 때문에 그 당혹감은 더욱 커진다. 영화는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라는 임기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났던 여론 조작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더욱더 헷갈린다. 이 모든 건 진짜였을까.

영화 속에는 게시글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게 진실처럼 받아들여지고 또 퍼지게 되는지가 꽤나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하나의 게시글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이 모든 이야기를 믿고 있지 않을까. 분명히 영화가 끝나기 10분 전까지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면,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영화가 일종의 댓글 공작이나 게시글 공장의 과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봐도 좋다. 영화 속 임 기자가 겪었던 것과 동일하게 관객도 똑같이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이 영화의 목적 자체가 어떤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가고 상황을 바꿔나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은 거대한 댓글 공작을 눈으로 체험한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극적인 재미가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다. 제보자의 증언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중반부는 다소 극적인 재미가 떨어진다. 후반부에 피치를 올리지만 큰 반전 하나만으로는 영화의 재미가 올라간다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반전에 영향을 주는 증언 이야기가 너무 느리게 쌓였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풀려버리는 반전 이후의 이야기의 임팩트도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결말 부분에서 뭔가 관객이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전개가 있었다면 조금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조금은 캠페인 영화처럼 보이긴 하지만 임 기자의 뒤를 따라가는 관객들은 제보자의 등장과 그의 증언, 그리고 임 기자의 취재를 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영화다. 인터넷의 여론이 어떤 식으로 조작되고 조종될 수 있는지 궁금한 관객들은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댓글부대 가짜뉴스 여론전담반 손석구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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