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이 혈투 끝에 승리하며 '봄 배구'를 활짝 열어젖혔다.

정규리그 3위 OK금융그룹은 21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단판 대결에서 4위 현대캐피탈을 세트 스코어 3-2(22-25 25-22 25-21 22-25 15-13)로 이겼다. 

OK금융그룹은 3전 2승제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정규리그 2위 우리카드와 맞붙는다. 3년 전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에 2패를 당하며 탈락했던 OK금융그룹으로서는 3년 만에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레오의 원맨쇼, 현대캐피탈 토털배구 깼다

올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 4차례나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3승 3패로 팽팽했던 두 팀은 이날도 치열하게 싸웠다. 

출발은 현대캐피탈이 좋았다.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와 허수봉, 전광인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폭발하고 블로킹과 리시브까지 잘되면서 1세트를 25-22로 따내고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OK금융그룹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현대캐피탈이 모든 선수가 득점하는 토털 배구로 나섰다면, OK금융그룹은 '해결사'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어깨에 운명을 걸었다. 
 
OK금융그룹은 레오의 연속 득점으로 2세트 분위기를 잡았다. 현대캐피탈의 철벽 블로킹에 막혀 역전을 당하기도 했으나, 바야르샤이한 밧수(등록명 바야르샤이한)와 신호진이 공격에 가세하며 리드를 되찾았다. 

그럼에도 마무리는 레오의 몫이었다. 강력한 오픈 공격으로 세트 포인트를 만든 레오는 서브 에이스까지 터뜨리며 2세트를 가져왔다. 

OK금융그룹은 3세트에도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송희채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현대캐피탈의 수비를 분산시켰다. 반면에 현대캐피탈은 범실로 무너지면서 3세트를 내주고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현대캐피탈도 허수봉이 분투하고 차영석의 속공이 적절하게 터지는 등 4세트에서 다시 집중력을 발휘했다. OK금융그룹의 끈질긴 추격에도 리드를 지켜낸 현대캐피탈은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3년 만의 설욕 나서는 OK금융그룹... 우리카드 나와라
   
운명의 5세트. 현대캐피탈은 전광인이 노련한 블로커 터치 아웃으로 점수를 쓸어 담으며 4-1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OK금융그룹에는 레오가 있었다. 작전 타임으로 전열을 정비한 OK금융그룹은 레오가 후위 공격으로만 무려 4연속 득점을 올리며 순식간에 역전했다. 현대캐피탈도 허수봉의 퀵 오픈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시소게임이 벌어졌다. 

승부는 범실에서 갈렸다. OK금융그룹은 레오의 서브 에이스에 이어 상대 아흐메드와 전광인의 잇따른 서브 범실로 14-13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 듀스를 노린 회심의 오픈 공격을 시도했으나, 바야르샤이한의 유효 블로킹과 레오의 디그로 공을 살려낸 뒤 신호진이 오픈 공격을 터뜨리면서 기나긴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든 세트에서 공격 점유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쉴 새 없이 공을 때린 레오는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다인 43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여기에 송희채가 15점, 신호진이 12점을 보탰다.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29점), 허수봉(23점), 전광인(18점)이 골고루 터졌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특히 OK금융그룹보다 12개가 많은 33개의 범실을 저질렀고, 이 가운데 5개가 5세트에서 나온 것이 뼈아팠다.

다만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최태웅 전 감독까지 경질한 현대캐피탈은 진순기 감독 대행 체제로 4위까지 올랐다. 비록 한 경기 만에 탈락했으나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면서 의미있는 시즌을 보낸 현대캐피탈은 내년을 기약했다. 

OK금융그룹은 23일부터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에 돌입하며 챔피언 결정전 진출권을 놓고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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