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벽을 만났다.' 20대 중반 무렵에 출연작이 종영할 때마다 했던 말이다. 매번 캐릭터가 소화가 안 된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가시지가 않더라. 더 잘해야 하고 더 빈틈이 없어야 하고 뭔가를 지켜야 하니까. 아무도 안 미는데 등 떠밀리는 느낌으로 지내야 했다."

"제 출연작을 본 사람들에게 '그 캐릭터는 완전 너네', '너 그대로 나간 거네'라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처음에는 얼마나 내가 연구해서 만든 캐릭터인데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그냥 이게 나네'라고 인정하게 됐다. 본체와 캐릭터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연기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을 거듭하던 20대를 지나, 여유와 확신을 찾은 30대로 돌아온 배우 김수현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3월 13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신작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김수현이 출연하여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전했다.
 
긴장감 때문에 녹화장에 일찍 도착했다는 김수현은 "드라마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예능에서는 '본체'이지 않나. 보시는 분들도 저도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쑥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고민하던 20대를 지나 30대 배우가 되기까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김수현의 트레이드 마크로 유명한 것이 눈물 연기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드림하이> 등 김수현은 출연작마다 특유의 눈물과 오열연기로 화제가 된 바 있다.

김수현은 <별그대> <프로듀사>에 이어 명콤비인 박지은 작가와 세 번째 협업한 로맨틱 코미디 <눈물의 여왕>에서도 색다른 눈물 연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박지은 작가는 "정말 작품준비를 충실히 하는 배우"라고 김수현을 극찬한 바 있다. <눈물의 여왕>을 준비하면서 박 작가는 김수현에게 "이번에는 수현씨가 코미디를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특별히 당부까지 했다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김수현이 어떻게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배우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김수현은 여성스러운 자신의 이름이 싫어서 스스로 별명을 '김수맨'으로 지었을 만큼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김수현은 초등학생 때 앞으로의 장래희망을 적을 때 이렇다 할 꿈이 떠오르지 않아서 친구들이 써놓은 것을 베끼기도 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부끄러움이 많은 아들의 성격을 걱정한 어머니가 연기학원이라도 다녀보겠냐고 권유한 게 시작이었다. 어느날 동기생들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작은 연극공연에 올랐던 김수현은 무대에서 가족들과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희열을 느꼈다고.

"마음속에 무언가 올라오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이런 기분을 조금 더 여러번, 쭉 느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결심하게 된 순간을 밝혔다.
  
김수현은 2007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로 데뷔한다. 오디션에 참여했던 김수현은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담당 PD가 당시 김수현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며 즉석에서 "저런 캐릭터 하나 넣자"고 결정한 것이 계기가 되어 데뷔의 기회를 얻게 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2009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기까지 무려 4수를 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김수현은 "연기를 시작하고 가장 처음으로 받는 채점 같은 것"이었다 회상하며 "네 번째 수시를 지원했는데 교수님이 '1차에서는 붙지 못할 거 같은데 2차를 보겠느냐'라고 하셨다 '물론입니다. 당연합니다. 무조건입니다'라고 답했는데 정말로 1차에서 떨어졌더라. 다시 칼을 갈아서 2차에 가서 합격했다"라는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4수 당시 김수현이 인터넷에 쓴 글이 훗날에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김수현은 "입시생 여러분들은 재수하지 마시고 삼수-사수도 하지 마시라. 저처럼 된다. 여유가 전혀 없어 노래방에서 남은 시간 1분에 다른 노래 선곡하는 느낌"이라는 자조섞인 글을 올려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김수현은 만일 그때 4수에서 떨어졌어도 또다시 5수에 도전했을 것 같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때는 그 타이틀이 너무나 필요했던 것 같다"는 게 김수현의 회상이었다. 어렵게 들어간 연영과에서는 박신혜, 고아라, 강하늘 등 동문들이 훗날 모두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데 김수현은 정작 그토록 간절하게 입학했던 대학에서 '학사경고'를 받았다는 반전의 후일담을 전하며 또다시 폭소를 자아냈다. 당황한 김수현은 "학교 들어가기까지 힘을 너무 썼다. 성적내기가 쉽지 않더라"며 민망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수현의 첫 주연작은 2008년작 <정글피쉬>였다. 하지만 김수현은 정작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제작발표회에서 돌연 눈물을 쏟기도 했다. "결과물을 당일날 처음봤는데 '연기를 나 혼자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머릿속에 있던 것들, 하고자 했던 것들이 하나도 표현이 안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털어놓으며 "지금 생각해보면 (눈물을) 좀 참을 걸"이라며 쑥쓰러워했다.

하지만 김수현의 이러한 순수한 연기열정은 배우로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귀중한 원동력이 됐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드림하이> 등을 거쳐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영화 <도둑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김수현은 마침내 톱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김수현은 <해품달>에서 가장 좋아했던 대사로는 12회 엔딩신에 등장했던 "좋소, 중전을 위하여 내 옷고름 한번 풀지"라며 윤보경(김민서)을 끌어안던 의외의 장면을 꼽았다. 연모하는 여인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하여 마음에 없는 여인을 품어야 하는 왕의 번뇌가 담긴 장면으로, 방영 당시 순간 시청률이 37%에 이를 만큼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같은 해 개봉한 <도둑들>에서는 김혜수, 김윤석, 이정재, 전지현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공연하면서 조연이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최동훈 감독이 선배 배우들에게 긴장하고 있던 막내 김수현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특별히 당부하기도 했다고. 정작 김수현은 이후로 선배들이 너무 과할 정도로 챙겨주는 바람에 오히려 난감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 많이 건강해졌구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막내급에서 어느덧 18년 차 배우로 성장한 김수현은 <눈물의 여왕> 촬영현장에서 대부분 자신을 '선배님'이라고 호칭하며 예우해주는 모습을 통하여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실감했다고. 김수현은 "지금 포지션은 사이에 낀 것 같다. 선배님들에게 편하게 대할 정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후배에게 무게를 잡을 정도도 아니다"라며 중간자적인 애매한 위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또다른 대표작인 2013년작 판타지 로맨스 <별에서 온 그대>는 김수현을 명실상부한 한류스타의 반열에 올려준 작품으로 꼽힌다. 김수현은 지구에 온 외계인 '도민준' 역을 맡아 톱스타 '천송이' 역의 전지현과 기적같은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김수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어하고 좋아해주셔서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촬영일정이 바빠서 반응을 볼 시간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별그대>로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전지현은 수상소감으로 "어메이징한 상대 배우 김수현에게 감사하다. 이건 네 덕이야"라고 김수현에게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으로 김수현은 "<눈물의 여왕>을 하면서 느낀 건데, 당시 천송이가 했던 코믹 연기 중 제가 소화해야 했던 부분이 많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새삼 당시 전지현 누나가 이렇게 어려운 걸 하고 있었구나라고 깨달았다. 누나는 진짜 전문가시더라"며 전지현을 극찬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남들이 부러워할 인기와 명예를 모두 누린 김수현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 당시에는 하나도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라는 뜻밖의 사실을 고백했다. "연기활동으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하는 건 좋은데, 이렇게 되면 '내 본체는 필요없나?'라는 고민이 들었다"는 김수현은 "그래서 저는 자꾸 숨어야 되는 사람으로 인식을 했던 것 같다. (그 인기를) 지키려고"라며 마음속의 고민들을 회상했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연기가 영 만족스럽지 못했던 김수현은 이후 작품마다 '벽을 만나는' 느낌이 거듭되던 시기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첫 신인상을 수상했던 시절 "앞으로 10년 안에 더 좋은 배우가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던 김수현은 불과 1년 만에 <해품달>로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때는 "솔직히 이 상이 무섭다. 이 무서움 잊지 않고 더 노력하겠다"는 의미심장한 수상소감을 통하여 남모를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수현은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늦게 갔던 군대가 오히려 긍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고 밝혔다. "저한테는 너무 다행이었던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마음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육체적으로도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한편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로부터 출연작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실제의 김수현과 똑같다는 의외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캐릭터 연구와 창조에 누구보다 공을 들였다고 자부했던 김수현은 처음엔 당황하며 억울한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이게 나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본체와 캐릭터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한 김수현은 불필요한 고민들에서 해방되면서 비로소 "스스로 많이 건강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최근 김수현은 요들송에 흥미를 느껴서 팬미팅에서도 요들송을 불렀다는 엉뚱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정지훈(비)이 요들송을 부르는 장면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억에 강하게 남았고 그로부터 독학으로 요들송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마지막으로 김수현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우리 엄마가 기다리던 새 드라마도 시작됐다. '아주'까지는 모르겠고 좀 덜 속썩이는 아들내미가 되겠다. 사랑합니다"라고 손하트로 인사를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퀴즈 배우김수현 눈물의여왕 해를품은달 별에서온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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