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축구장을 뒤덮었던 폭설이 다 녹은 것처럼 우리 선수들도 아쉬웠던 첫 게임 패배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이긴 대만 선수들의 집중력을 경계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더 침착하게 한 골 한 골을 보태며 여섯 골 차 대승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주장 완장을 찬 에이스 전유경이 전반에 완벽한 멀티 골을 터뜨린 것도 모자라 듬직한 멀티 플레이어 원채은도 후반에 멀티 골을 보탰다. 9개의 유효슛으로 6골을 뽑아냈으니 골 적중률(66.7%)도 자랑할 수 있는 결과다.

박윤정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6일(수) 오후 5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두스틀리크 스타디온에서 벌어진 AFC(아시아축구연맹) U-20 여자 아시안컵 A조 대만과의 두 번째 게임을 6-0으로 크게 이겨 4강 진출과 U-20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본선 티켓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 축구 대표팀 전유경(7)이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도스틀리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여자 U-20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윤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전유경과 원채은의 멀티골에 힘입어 대만을 6-0으로 꺾었다.

한국 20세 이하(U-20) 여자 축구 대표팀 전유경(7)이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도스틀리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여자 U-20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윤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전유경과 원채은의 멀티골에 힘입어 대만을 6-0으로 꺾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유망주 넷 '전유경, 원채은, 김신지, 배예빈' 반짝반짝 빛나다

지난 해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콜린 벨 감독의 결단으로 16살 동갑내기 둘(케이시 유진 페어, 권다은)을 과감하게 데뷔시키며 세대 교체 의지를 보여줬다. 바로 그 선수들이 나이로 따지면 이번 20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명단으로 욕심을 낼 수 있었지만 박윤정 감독은 다른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이번 대회에 나선 것이다.

호주와 만난 눈밭 위 첫 게임에서 아쉽게 1-2로 역전패하며 4강 목표가 흐려지기도 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 걱정을 녹은 눈처럼 말끔하게 치워내고 분위기까지 바꾸는 완벽한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3일 전 개최국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물리친 대만을 상대로 71.4%의 볼 점유율, 81.8%의 패스 성공률, 41.7%의 크로스 적중률을 유지하며 완승을 뛰어넘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에이스 전유경의 확실한 골 결정력이 전반에 먼저 빛났다. 28분에 플레이 메이커 김신지의 스루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방향을 틀어 때린 첫 골 순간부터 남달랐고, 8분 뒤에는 왼쪽 풀백 정유진이 오른발로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골문 바로 앞에서 솟구쳐 헤더 골을 추가한 것이다.

호주와의 첫 게임 선취골에 이은 2게임 연속 골 기록이며 이 대회를 통해 한국 여자축구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 활약이었다. 전유경과 나란히 차세대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갈 주역들이 후반 들어 골고루 활약하는 흐름까지 만들어냈으니 대승 이상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54분에 핵심 미드필더 김신지가 배예빈의 패스를 받아 왼발 중거리슛으로 세 번째 골을 뽑아냈다. 프리킥 세트 피스 전담 키커 역할도 모자라 여자축구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양발잡이 미드필더로 떠오른 것이다. 김신지는 전반 전유경의 첫 골을 어시스트한 것은 물론, 원채은의 마지막 골까지 어시스트했으니 세 개의 공격 포인트 실력을 자랑한 것이다.

김신지의 후반 첫 골을 도운 배예빈은 그로부터 10분 뒤에 팀의 네 번째 골을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왼쪽에서 원채은의 발끝에 맞고 흘러오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낸 것이다. 14세 이하 대표팀부터 17세 이하 대표팀은 물론 A대표팀(3게임) 기록까지 이어가고 있는 진정한 차세대 멀티 미드필더 실력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대승 마무리는 원채은이 멀티 골로 장식했다. 배예빈의 네 번째 골이 들어가고 곧바로 1분만에 골을 또 보탠 것인데 후반 교체 멤버 조혜영의 오른쪽 끝줄 컷 백 크로스를 받아 완벽한 트래핑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발리슛을 시원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웬만한 남자축구 골잡이도 실제 게임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기술이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원채은은 79분에 김신지가 오른쪽 끝줄 앞에서 올려준 핀 포인트 크로스를 받아 깔끔한 헤더 골까지 보탰다. 상대적으로 체격 조건이 좋은 19살 원채은(울산 현대고)은 미드필더는 물론 맨 앞 스트라이커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 20세 이하 대표팀 기록으로만 벌써 11골(9게임)을 넣었으니 같은 학교 권다은과 함께 한국 여자축구 차세대 유망주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차세대 주역들의 고른 활약으로 대회 초반 고비를 넘은 우리 선수들은 오는 토요일(9일) 오후 5시 자르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겨 개최국 우즈베키스탄(1패)을 만나 4강 티켓과 U-20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노린다.

AFC 20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A조 결과
(3월 6일 오후 5시, 두스틀리크 스타디온 - 타슈켄트)

한국 6-0 대만 [골-도움 : 전유경(28분,도움-김신지), 전유경(36분,도움-정유진), 김신지(54분,도움-배예빈), 배예빈(64분,도움-원채은), 원채은(65분,도움-조혜영), 원채은(79분,도움-김신지)]

한국 선수들(4-3-3 포메이션)
FW : 박수정(65분↔강은영), 양은서(46분↔조혜영), 전유경(65분↔홍채빈)
MF : 배예빈, 김신지, 원채은
DF : 정유진(46분↔김수아), 고다애, 박제아(57분↔남승은), 김규연
GK : 우서빈

A조 현재 순위
1 한국 3점 1승 1패 3점 7득점 2실점 +5
2 호주 3점 1승 2득점 1실점 +1
3 대만 3점 1승 1패 2득점 6실점 -4
4 우즈베키스탄 0점 1패 0득점 2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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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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