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파트 2> 메인 포스터

<듄: 파트 2> 메인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 지난해 4분기 합계 출산율 또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마의 '0.7'이 붕괴됐다. 이제 비출산은 거부할 수 없는 인류 절반의 선택일까? 어느 영화에선 한국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2월 28일 개봉한 영화 <듄: 파트2>는 임신이 여성의 능력이 되고, 출산이 권력이 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였다. 출산 지원금도, 온갖 복지 혜택도 없이 여성들이 원해서 아이를 낳다니. 저출생 걱정은 없어 보여 다행이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구석이 있다. 인위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조작하는 <듄: 파트2>의 여성들, 그리고 아예 안 낳는 것을 선택한 한국 여자들. 생식(生殖)에 얽힌 극과 극의 욕구, 알고 보니 뿌리는 같았다.
 
구원자를 낳는 여성, 세상을 구원하다

1965년에 탄생한 SF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 셀러이자 <스타워즈>, <매트릭스> 등 SF 영화의 근간이 된 소설 <듄>이 두 번째 영화로 돌아왔다. 우주 전쟁과 메시아의 탄생을 다룬 본 시리즈의 <듄: 파트2>는 멸문한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이 반란군과 함께 황제와 귀족 가문에 대항하며 진정한 메시아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신작에선 가려졌던 베네 게세리트의 흑막이 벗겨진다.
 
 <듄: 파트 2> 속 '레이디 마고트'

<듄: 파트 2> 속 '레이디 마고트'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듄> 세계관 속 유일한 여성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 전쟁과 수탈로 권력을 얻는 남성 집단과 달리, 그들의 힘은 임신과 출산이다.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겠다는 목표 하에 그들은 철저히 계획된 교배 계획을 실행한다. 더 좋은 유전자를 만들기 위해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들은 의도적으로 남성을 유혹하고, 그의 아이를 임신한다.

베네 게세리트의 최종 목표는 '메시아'를 낳는 것. 직접 메시아가 되지 않고 그를 낳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끝없는 우주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초능력과 기억을 물려 받아야 하기 때문. 동시에 아들인 메시아를 쥐락펴락하는 비선실세를 꿈꾼다. 완벽한 메시아를 탄생시키기 위해 일원들은 1만 년에 걸쳐 여러 가문의 아이를 임신하고, 낳기를 반복한다.
 
베네 게세리트는 그렇게 추려진 메시아 후보군이자, 자신이 낳은 아이를 직접 시험하고 검증한다. 설령 베네 게세리트의 자식이라도, 결격 사유가 있다면 과감히 내치고 메시아에 위협적인 유전자가 있는 가문은 모조리 말살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 완벽을 향하던 베네 게세리트의 계획은 <듄: 파트2>에서 처참히 무너진다.

아들 '폴(티모시 샬라메)'을 메시아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와 '폴'이 아닌 다른 자식을 메시아로 선택한 나머지 세력 간의 대립. 누가 메시아가 되어도 승자는 같다. 결국 베네 게세리트의 핏줄만이 오를 수 있는 왕좌, <듄: 파트2>는 알고 보면 엄마들의 싸움이다. 

여성의 생식 능력, 짐 혹은 권력?

<듄>의 여성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아이를 낳는다면 한국은 다르다. 한국에선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힘을 잃게 한다. 지난 2월 28일 BBC는 '한국 여성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BBC가 인터뷰한 여성들은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할 남자를 찾기 어렵다",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이 있다", "남편이 육아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 등 다양한 이유를 고백했다.

BBC는 "한국 경제가 고속 발전하며 여성을 고등 교육과 일터로 밀어 넣고 야망을 키워줬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이를 문제의 핵심이라 진단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여성은 저마다의 상실을 경험한다. 경력 단절, 독박 육아, 신체적 부담 등 여성이 겪는 부정적인 상황은 개인의 삶을 저해한다.
 
 '폴'의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

'폴'의 어머니인 '레이디 제시카'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임신하면 회사에서 잘리고, 아이를 키우며 경력단절을 겪고, 집안일과 육아를 독박 쓰는 현실. 한국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건 꿈, 직업, 여가를 잃고 더 나아가 나를 잃는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자신을 잃을까봐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들에게 지원금 제도나 부동산 혜택 같은 '저출산 정책'이 무색한 이유다.

저출산 위기를 맞은 한국과 자식을 많이 낳으려는 <듄: 파트2>, 서로 다른 여성의 선택은 같은 맥락이었다. '메시아' 자식을 낳아 권력자 자리를 노리는 <듄>과 홀로 살기를 택한 한국 여성들. 결국,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힘을 잃지 않게 해야만 가능한 셈. 과연 <듄: 파트2> 속 여성들은 수렴청정의 꿈을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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