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단어 '여인'을 포털 창에 검색 해보자. 가장 먼저 뜨는 건 관련 이미지. 그 안의 여성들은 주로 수영복 차림이거나 속옷만 입었다. 신체를 적나라하게 노출한 여성들이 보통 명사인 '여인'을 대표한다니. 모두가 쉬쉬한 성(性)의 실체가 삐져나왔다. 마치 영화 <아가씨> 박찬욱 감독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칭하던 '아가씨'가 현대에서 '술집 아가씨' 같이 쓰이면서 단어의 어감이 오염되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말이다.

흔히 한국 사회와 성(性)의 연관성을 떠올리면 "성에 보수적인 나라"를 떠올린다. 포르노,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불법 촬영물 뉴스가 매일 올라오는 나라. 청소년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못해 비닐봉지를 쓰는 나라. 여성 연예인의 '노브라'가 논란이 되는 나라. 이 모든 것이 닫힌 성문을 개방한다고 해결될까? 일그러진 성 인식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성적 자유나 다양성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넷플릭스 <성+인물>이 포획한 성적 다양성, 그 속살을 파헤칠 시간이다.
 
나체는 성적인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 포스터.

넷플릭스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 포스터. ⓒ 넷플릭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성+인물:네덜란드, 독일>(총 6부작, 이하 '성+인물') 시즌 3은 네덜란드, 독일의 성(性) 문화를 탐색한다. 한국과 달리 성(性)에 개방적이라고 평가받는 두 나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독일은 나체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자유로운 신체 문화를 뜻하는 'FKK(Freikoerperkultur, free body culture)'는 20세기 초 산업화 시대와 세계 대전을 겪은 이후 자연으로 회귀하자는 움직임과 함께 옷을 입지 않는 자연 상태에서 자유를 누리겠다는 문화 운동이다.

<성+인물> MC 신동엽, 성시경은 직접 혼성 목욕탕에 방문했다. 탈의실에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옷을 갈아입고 사우나, 수영장에선 나체의 남녀가 섞여 휴식을 즐기고 있다.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하는 MC들에게 "그 옷을 언제 벗을 거냐?"고 묻는 독일인처럼 이곳에서 나체는 평범한 일. 중요한 건 누드는 그저 하나의 몸이란 인식.

나체 요가를 가르치는 한 여성은 "나체를 통해 나의 몸을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었다"며 "맨 처음 나체 요가를 시작할 때 중요했던 건 성적인 것(섹스)과 분리하는 일"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나체를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아야만 진정한 나체 문화가 가능하다는 의미. 수영장에 있던 남성 또한 "나체는 성적 대상이 아니다. 설령 성기가 발기했어도 그 상태를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나체 문화에서 성기나 가슴, 엉덩이는 마치 손가락이나 귀처럼 신체 일부에 불과하다. 타인의 신체를 성적으로 바라보거나 인식하지 않기에 진정한 나신(裸身) 상태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나체 문화에서 필요한 건 나의 몸을 당당히 공개하는 것보다 너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 즉, 성적으로 개방된 문화권은 성(性)에 얽힌 모든 요소를 음란의 영역에 놓지 않고 자연의 영역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마치 (여자)아이들의 노래 <Nxde(누드)>처럼 누드가 문제인 것이 아닌 누드를 야한 작품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문제적이다. 나의 누드는 아름답고 아리땁다고 노래하는 (여자)아이들처럼 우리는 모두 나체로 태어났다. 그럼에도 언론 헤드라인에서 가슴골 노출은 '파격', '아찔'이란 표현이 붙고 젖꼭지 노출은 '노브라 논란'이 된다. <Nxde>의 마지막 가사가 떠오른다.

"변태는 너야".
 
<성+인물>이 숨긴 '섹스 워커'의 진실
 
 넷플릭스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

넷플릭스 <성+인물: 네덜란드, 독일편> ⓒ NETFLIX

 
넷플릭스 <성+인물>이 살펴본 또 다른 문화는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네덜란드는 2000년 성매매 최초 합법화한 나라이자, 허가증이 있다면 누구나 '섹스 워커(성 노동자)'로 일할 수 있다. 연간 2천 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만큼 뜨거운 관광지에서 출연진들은 직접 섹스 워커를 만났다. 

인터뷰한 섹스 워커는 "출퇴근이 자유롭고 상사 없이 일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직접 들어와서 (산업을) 바라보면 다르다"고 말한다. 섹스 라이브 쇼를 운영하는 섹스 워커는 "예전에 공연을 본 적 있는데 출연진들이 예뻐 보여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답하며 "확실히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모두 '실제로 일하면 예상과 다르다'고 말하지만, 성매매 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정확한 팩트 대신 "나는 즐기면서 일한다"는 개인적인 고백만 있었다.

프로그램은 섹스 워커의 입을 통해 성매매 산업의 안전성을 거듭 확인한다. 위험한 손님이 왔을 경우, '패닉 버튼'을 누른다면 경찰이 바로 출동하지만, 인터뷰한 섹스 워커는 "한 번도 누른 적이 없다"고. 섹스 워커는 "불친절한 손님이 오면 거절하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그러면 보통 돌아간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의 말대로 성 노동자는 안정적이고 위험하지 않은 직업일까? 혹은 현실과 다른 예외적인 '운 좋은' 사례일까.

<네덜란드의 성매매 합법화의 배경과 딜레마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 합법화 이후 네덜란드 법무부의 과학적 조사 및 문서센터는 2002년, 2007년, 2015년에 성산업의 실태를 진단하는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성매매 합법화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다.

2002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새로운 성매매 업소에 허가증을 허용하지 않아 음성형 구조로 변화했고 상당수의 노동자가 불법 이민자일 것이라 추정했다. 또한 업소들이 돈세탁 장소로 이용된다고 파악했다. 2007년 보고서엔 성판매 여성의 정서적인 면이 더욱 나빠졌고, 업소를 떠나고 싶은 희망자 중 6%만이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5년 보고서에선 노동자 중 1/3이 규제되지 않은 불법 분야에서 일하며 자신이나 가족의 빛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하고 절반 이상이 분노, 우울증, 외로움 등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네덜란드 법무부는 세 차례의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합법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의 개념을 완전히 구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미성년자의 성산업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했다.

모순적으로 네덜란드의 성매매 합법화는 왜 성매매를 규제해야 하고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짚어준 것. 음지의 영역인 성매매를 수면 위로 올려 노동자 보호와 산업의 투명성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더 깊은 음지로 숨은 성산업과 노동자들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즐겁게 일한다'는 소수의 긍정적인 사례로 성매매 산업을 관통하는 의문점을 회피한다. 인간의 성(性)을 사고 파는 것은 본질적인 인권 침해가 아닌지, 성매매 산업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차별적 기조를 재생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성+인물> 속 자신의 일이 안전하다는 섹스 워커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이 일하는 침대 옆에 '패닉 버튼'은 왜 달려있나.

성(性)문을 제대로 여는 법

넷플릭스 <성+인물>은 자위 기구, 다자간 사랑 등 네덜란드와 독일의 다양한 성문화를 들려준다. 유교 시민으로서 경악하며 동시에 부러움을 느꼈다. 성(性)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는 건 결국, 모두가 성적 안전성을 담보 받고 자유롭고 동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 위에 있다는 게 아닐까?

어렸을 적 도서관에 가면 가장 닳아있던 책은 WHY 시리즈 <성과 사춘기>였다. 그만큼 성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럽고,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필요한 건 성에 대한 존중. 누군가 성적으로 위험에 처하거나 성적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먼저다.

건강한 '성(性)진국'을 향한 대한민국의 첫걸음, 넷플릭스 <성+인물>도 함께할 수 있을까.
 
성인물 넷플릭스 신동엽 성시경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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