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예의도 없고 눈치도 없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전치와 이혼에 대한 반복된 언급, 맥락없는 동문서답에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실언까지. 정성껏 무대를 준비한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조영남의 거듭된 민폐가 2주에 걸쳐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7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음악 경연 <불후의 명곡>에는 '조영남 편' 2부의 무대가 그려졌다. 신승태, 최정원-정선아, 김기태, 서도밴드, 몽니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꾸민 끝에 최종 승자는'내 생애 단 한번만'을 열창한 김기태가 차지했다.
 
방송은 주인공인 조영남을 '대한민국 크로스오버 열풍의 시초' '이 시대의 진정한 아티스트' '자유로운 괴짜뮤지션' 등의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하며 칭송했다. 하지만 정작 조영남은 방송 내내 과거사 팔이와 무례한 농담 등 특유의 선을 넘는 아슬아슬한 언행을 거듭하는 모습으로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0일 방송된 1부에서 그룹 '디셈버' 멤버 DK는 조영남의 '사랑 없인 못 살아요'를 열창했다. 무대가 끝난후 MC 신동엽이 후배의 노래에 대한 감상평을 질문했으나, 조영남은 이를 무시하고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계속 쏟아내며 엉뚱한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듣다못한 신동엽이 재차 "제발 감상평 좀 이야기해달라"고 농담섞어 하소연하자, 조영남은 "신동엽씨는 어떻게 들었냐?"라고 오히려 역질문을 하고는 "나도 마찬가지"라고 장난스럽게 얼버무렸다.
 
이어 조영남은 이번엔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혼' 개인사를 꺼냈다. 조영남은 "이 노래는 사람들이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 넌 사랑에 실패도 했고 두 번씩 이혼하지 않았냐'고 하더라. 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랑에 오버했구나, 부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신동엽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혼하거나 연인끼리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냐"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으나, 조영남은 뜬금없이 "동엽 씨도 한번 이혼해봐라"라고 갑작스러운 폭탄 발언을 던졌다.
 
황당해하는 신동엽에게 조영남은 "결혼 몇 년째냐"라고 재차 물은뒤. 신동엽이 "17년 됐다"고 답하자" 난 13년 살았다. 신동엽씨가 나보다 더 오래 살았다"고 혼자만의 토크 폭주를 멈추지않았다. 이어 무대에 서 있던 정동하와 DK에게도 "결혼했나?"라고 질문을 던지며 주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계속하다가 MC의 진땀을 빼놓게 했다.
 
시청자들은 MC의 진행을 따르지않고 자꾸 동문서답을 하는것도 예의에 어긋나는데, 문제없이 잘살고 있는 기혼자에게 이혼이라는 이야기를 함부로 던지는 것은, 선을 넘은 농담이었다는 반응이다. 이에 신동엽은 "멀쩡히 잘 사는 후배한테 이혼을 해보라는 거냐. 힘들 때마다 선배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나는 절대 이혼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화목하게 살겠다"라고 웃으면서 뼈있는 농담으로 재치있게 상황을 정리했다.
 
17일 방송된 2부에서는 이번엔 전처인 '배우 윤여정'에 대한 실명 언급이 또 나왔다. 조영남은 신승태가 부른 '지금'이란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이 곡을 이별의 노래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아이 엄마와 헤어질 때 쓴 노래인 줄 알고 있는데, 천만에, 아니다. 애들 낳기 전에 재미있게 살 때 만든 노래"라고 밝혔다.
 
조영남은 "이 노래의 가사를 쓴 김수현 작가와 윤여정이 굉장히 친했다. 어느날 김수현이 대학노트 낱장에 연필로 제목도 없이 써준 시가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곡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MC가 질문한 내용도 아니었고, 맥락상 굳이 윤여정을 언급해야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는데, 또다시 실명까지 거론하며 헤어진 전 아내를 굳이 소환한 것이다.
 
조영남이 그동안 경솔한 언행으로 설화에 휩싸인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윤여정의 아카데미상 수상 당시 뭇매를 맞았던 "바람핀 남편에 대한 최고의 복수" 발언을 비롯하여 방송에 출연하여 윤여정과의 과거사를 에피소드의 소재로 언급한 것만 수차례가 넘는다. 정작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윤여정은,  조영남을 언급하거나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이밖에도 조영남은 친일 발언 논란, 그림 대작 의혹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한동안 공식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해야했던 시절도 있었다. 몇 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이후에도 여전히 조영남은 끊임없는 설화를 자초하며 자숙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못하고 있다.
 
조영남은 지난 2022년 3월 출연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의뢰인으로 출연하여 "왜 사람들은 나를 재수없게 보는가. 왜 나는 안티가 많은가"라는 고민을 토로하며 자신에 대한 좋지않은 여론을 본인도 인지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오은영 정신의학 전문의는 '조영남식 화법'의 특징을 분석하며 "조영남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해야하는 위치에 있다. 대중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는데, 조영남은 그 부분을 잘 고려하지 않는다"라는 문제점을 지적한바 있다.
 
또한 패널로 출연했던 정형돈은 제3자의 관점에서 "조영남의 농담은 위트가 있지만, 그 위트 안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다. 농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솔루션에서 본인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2년이 지났지만, 조영남의 경솔함은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영남은 자신의 발언들을 '미국식 조크'나 '자유분방한 농담'같은 포장으로 미화해왔다. 자신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발언이 단지 말뿐이 아니라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랜전에 이미 각자의 길을 걷고있는 상대가 조영남에게 자꾸 언급되는 상황을 과연 달가워할까. 조영남의 무례한 농담들이 상대에게도 유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청자들 또한 굳이 조영남의 유쾌하지못한 개인사 팔이와 자기 변명을 언제까지 들어줘야 할까. 진정으로 존경받는 아티스트가 되려면, 단지 경력이나 재주만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품위와 연륜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불후의명곡 조영남 신동엽 금쪽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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