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가 두 번째 홈구장 창원에서 신한은행을 꺾고 13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 썸은 17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홈경기에서 73-59로 승리했다. 작년 12월 17일 신한은행과의 홈경기 승리 이후 내리 13연패를 당했던 BNK는 두 번째 홈구장 창원에서 열린 6라운드 경기에서 신한은행을 제물로 승리를 거두며 두 달 동안 이어진 길었던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5승22패).

BNK는 한엄지가 팀 내 가장 많은 21득점을 기록했고 이소희가 19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안혜지도 13득점 2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BNK는 이날 29분을 소화한 김한별을 제외한 주전 4명이 36분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연패 탈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BNK의 센터 진안은 13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의 고른 성적과 함께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는 안정된 활약으로 연패탈출을 견인했다.

각 종목에서 활약하고 있는 귀화선수들
 
 진안은 고교 시절 한국으로 귀화해 WKBL에서 리그 정상급 센터로 성장했다.

진안은 고교 시절 한국으로 귀화해 WKBL에서 리그 정상급 센터로 성장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아이스하키 11명을 비롯해 5종목에서 19명의 귀화선수가 출전했다. 그 밖에도 스포츠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태어난 나라가 아닌 곳의 국기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곤 한다. 글로벌 시대가 된 21세기에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귀화한 선수에 대해 국적을 바꿨다는 이유 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한국 스포츠계에도 많은 종목에서 귀화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귀화선수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삐약이' 신유빈과 짝을 이뤄 탁구 여자복식 금메달을 따낸 전지희다. 1992년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의 청소년 대표를 지낸 전지희는 지난 2008년 한국으로 건너와 2011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귀화 후 태극마크를 달고 두 번의 아시안게임과 두 번의 올림픽에 출전했던 전지희는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귀화 1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농구팬들에게는 리카르도 래틀리프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라건아(KCC 이지스)는 KBL에서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8년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에서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불리던 이란의 하메드 하디디를 상대로 37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한 라건아는 2019년 농구월드컵에서도 5경기 평균 23득점 12.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K리그에서도 한때 귀화열풍이 불었다. 구소련 출신의 골키퍼 사리체프는 1992년부터 K리그에서 격이 다른 실력을 보이다가 2000년 귀화시험을 통과해 정식으로 한국인 '신의손'이 됐다. 은퇴 후에는 한국의 연령별 대표팀을 비롯해 K리그의 여러 팀에서 골키퍼 코치를 역임했다. 이 밖에도 수원 삼성의 창단멤버 데니스는 이성남, K리그 4개 구단에서 활약했던 수비수 사비토비치는 이싸빅이란 이름으로 귀화해 K리그를 누볐다.

귀화선수들은 한국 선수보다 뛰어난 경기력을 갖췄다고 인정 받으면서 국적을 바꿨지만 귀화를 선택한 선수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케냐 출신의 마라토너 오주한은 아쉬운 활약을 선보인 대표적인 귀화선수로 꼽힌다. 특별귀화를 통해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오주한은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레이스 초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기권했다. 오주한은 2022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완주에 실패하며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리그에서 둘째 가는 센터로 성장한 귀화센터
 
 진안은 최하위로 떨어진 BNK에서 두 시즌 연속 더블-더블 시즌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진안은 최하위로 떨어진 BNK에서 두 시즌 연속 더블-더블 시즌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금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한 진안은 대만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귀화한 선수다. 대만에서 활약하던 고교 시절 전학을 가면서 출장금지징계를 당한 진안은 한국 유학을 결정하고 수원여고에 입학해 그 해 6월 한국국적을 취득하며 경기 출전이 가능해졌다. 2014년 추계대회에서 수원여고의 우승을 이끌며 MVP와 득점왕을 휩쓴 진안은 2015-2016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DB생명 위너스에 지명됐다.

진안 입단 이후 침체기에 빠진 KDB생명은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팀을 해체했지만 진안은 팀의 유망주로 매 시즌 출전시간을 늘리며 순조롭게 리그에 적응했다. 그렇게 꾸준히 성장하던 진안은 BNK가 창단한 2019-2020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된 2020-2021 시즌에는 16.7득점 9.9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박지수(KB스타즈) 다음가는 '리그 넘버2 센터'로 떠올랐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대표팀으로 출전하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진안은 지난 시즌 13.2득점 10.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BNK 준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진안은 박지수가 부상에서 돌아온 이번 시즌에도 BNK가 치른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17.7득점 10.3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 3위와 리바운드 2위에 이름을 올린 진안은 두 시즌 연속 '더블-더블 시즌(득점과 리바운드 두자리 수)'이 매우 유력하다.

하지만 진안은 이번 시즌 좋은 활약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BNK가 13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안은 17일 신한은행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비장하게 경기에 임했고 21점 차 리드에서 교체되기 전까지 38분 16초 동안 코트를 지켰다. 진안은 189cm의 김태연을 비롯해 김소니아,김진영 같은 터프한 포워드들을 상대하면서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는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미 봄 농구 진출이 좌절된 BNK는 남은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신한은행이 잔여 4경기를 모두 패해야만 탈꼴찌가 가능해다. BNK의 잔여경기 상대가 하나원큐와 우리은행 우리WON, 삼성생명 블루밍스임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탈꼴찌를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 더블-더블 시즌을 만들며 리그 정상급 센터임을 재확인한 진안의 활약은 BNK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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