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주력선수 일부가 빠진 경기에서도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8,26-24,23-25,24-26,15-12)로 승리했다. 외국인 선수 윌로우 존슨(무릎부상)과 김해란 리베로(관리)가 빠진 상태에서도 기업은행을 상대로 승점 2점을 따낸 흥국생명은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줄였다(23승6패).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이 31득점과 함께 개인 최다 타이에 해당하는 33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고 레이나 토코쿠도 팀 내에서 가장 높은 38.16%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23득점을 올렸다. 이날 흥국생명은 주전 2명이 빠진 가운데 기업은행을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훙국생명의 '캡틴' 김미연이 알토란 같은 11득점을 올려주면서 윌로우의 공백을 잘 메웠다.

리베로에 집중돼 있는 3라운드 출신 선수들
 
 흥국생명은 김미연 합류 후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빠짐 없이 챔프전에 진출했다.

흥국생명은 김미연 합류 후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빠짐 없이 챔프전에 진출했다. ⓒ 한국배구연맹

 
최근엔 2019-2020 시즌의 박현주(흥국생명)나 2022-2023 시즌의 최효서(정관장 레드스파크스)처럼 2라운드 출신 신인왕도 종종 탄생하지만 흔히 '특급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들은 1라운드 출신들이 많다. 하물며 3라운드 출신들은 주전으로 성장하기는커녕 장시간 프로무대에서 생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 중 배구팬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뛰어난 공격수나 세터들은 1,2라운드에서 지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대 3라운드 출신 선수들 중 V리그에서 생존한 선수들의 포지션은 리베로에 집중돼 있다. 이번 시즌 디그 3위(세트당 4.93개)를 달리며 현대건설의 선두질주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는 김연견 리베로는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5순위 출신이다. 김연견은 수 년째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시즌부터 구단 최초로 리베로 출신 주장을 역임하고 있다.

정관장의 주전 리베로 노란 역시 2012-201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3순위로 조용히 기업은행에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남지연 리베로의 그늘에 가려 벤치를 전전하던 노란은 정관장 이적 후에도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 밀려 웜업존을 지켰지만 오지영 리베로 이적 후 주전으로 올라섰다. 지난 2022년에는 대표팀에 선발됐다가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놀라운 회복속도를 보이며 조기복귀했다.

이번 시즌 리시브 효율 3위(46.12%), 수비 4위(세트당6.86개)를 달리고 있는 GS칼텍스 KIXX의 한다혜 리베로 역시 2013-2014 시즌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5순위 출신이다. 입단 초기에는 나현정, 2021-2022 시즌에는 오지영 리베로에 가려 오랜 시간 백업을 전전했던 한다혜 리베로는 '기다림의 힘'으로 끈질기게 버티면서 두 번이나 주전자리를 따냈다. 그리고 현재는 GS칼텍스 부동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2000년대생의 젊은 선수 중에는 2021-2022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박수연이 있다. 입단 당시엔 기본기가 좋은 아웃사이드히터로 평가 받았던 박수연은 김연경과 김미연, 김다은 등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 시즌부터 리베로로 선수등록을 했다. 박수연은 박현주 등 서브가 좋은 선배들을 제치고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핵심 서베로(서브+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오랜만에 주전출전에도 한결 같은 활약
 
 김미연은 윌로우의 결장을 메우기 위해 주전으로 출전해 11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김미연은 윌로우의 결장을 메우기 위해 주전으로 출전해 11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 한국배구연맹

 
2011-2012 시즌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3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김미연은 리베로들만 즐비한 3라운드 출신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공격수로서 V리그에 정착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도로공사 입단 당시에는 같은 포지션에 황민경(기업은행)과 고예림(현대건설), 곽유화, 김선영 등 경쟁자가 워낙 많아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2016년 기업은행으로 이적한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넓혔다.

2016-2017 시즌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한 김미연은 서브 2위(세트당0.29개)를 기록하며 기업은행의 세 번째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고예림이 합류하고 김희진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이동한 2017-2018 시즌에는 미들블로커로 변신하며 기업은행의 6연속 챔프전 진출에 힘을 보탰다.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미연은 연봉 1억5000만원의 조건에 흥국생명과 계약하며 '3라운드 출신 FA이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하며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에 기여한 김미연은 흥국생명에서 5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한 번의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팀의 주역으로 활약하진 못했지만 공격의 3옵션으로 활약하며 서브리시브와 서브에서 언제나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2021년부터는 팀의 주장을 맡아 이번 시즌까지 세 시즌째 흥국생명의 주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 33경기에 출전해 308득점을 기록했던 김미연은 이번 시즌 14일까지 23경기에서 133득점에 그치고 있다. 아시아쿼터가 도입되면서 레이나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벤치멤버로 전락했던 흥국생명의 캡틴은 15일 기업은행전에서 윌로우의 부재를 틈타 오랜만에 주전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김미연은 블로킹 2개와 서브득점 1개를 포함해 38.10%의 공격성공률로 11득점을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만약 흥국생명이 이날 기업은행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냈다면 현대건설과 승점이 같아지면서 선두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상승세의 주역 윌로우가 뛰지 못한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2점을 보태며 연승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윌로우가 돌아오면 김미연은 다시 웜업존으로 갈 확률이 높지만 든든한 백업멤버 김미연의 존재는 흥국생명이 가진 든든한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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