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이경, 나인우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이이경, 나인우 ⓒ CJ ENM

 
배우들의 예능 겸업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기존 개그맨-가수 중심의 예능인 위주에서 탈피해 새로운 인물을 찾기 위한 시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배우들의 고정 출연은 자연스런 수순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나영석 PD의 예능 상당수는 배우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화제몰이 측면에서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시즌제 위주의 제작이 늘어나면서 기존 연기 활동에 크게 지장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짧은 기간 촬영에 임해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반면 매주 쉼없이 움직이는 장수 예능의 고정 출연자 합류는 소수의 사례에 국한된다.  

결방이 없는 한 1년 50회 이상의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건 일정 조정의 어려움 외에도 자칫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어 드라마 혹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저해 할 수 있는 단점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아랑곳없이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두 주역 이이경과 나인우는 드라마와 장수 예능 출연을 병행하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는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  

'쓰레기 남편'으로 대박 터뜨린 이이경
 
 MBC '놀면 뭐하니?',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한 장면 ⓒ MBC, CJ ENM

 
최근 예능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는 배우로 이이경의 이름이 제일 먼저 언급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었다. SBS 플러스+ENA <나는 솔로>를 비롯해서 MBC <놀면 뭐하니?>, E채널 <용감한 형사들> 등 2~3년 이상 꾸준히 방영되는 예능의 고정 출연자로서 쉴 틈 없이 활약중인 그는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제대로 한 방을 터뜨렸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불륜남 박민환 역을 맡아 아내 강지원(박민영 분)의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과 바람을 피우는 일명 '쓰레기 남편' 캐릭터를 찰떡 같이 소화해내고 있다.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자로 맹활약한 덕분에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tvN 월화 드라마는 모처럼 부진을 털고 제2의 도약기를 마련했다.  

​'토요깡패'(?)라는 독특한 별명을 얻은 <놀면 뭐하니?>에선 고참 예능인 하하와 부자 케미를 선보이는가 하면 때때로 '돌+i ' 기질을 거침없이 발휘해 유재석을 당황하게 하면서 재미를 배가시킨다. 스튜디오 MC로 출연중인 <나는 솔로>에선 데프콘, 송해나 등과 찰진 멘트를 톡톡 날리는 등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이끌어낸다. 이밖에 최근 방영중인 유튜브 웹예능 <전역자>에선 전국 각지의 역을 찾아다니면서 시민들과의 인터뷰, 맛집 탐방 등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가이드 역할도 충실히 수행중이다. 

나인우,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 vs. 제2의 김종민 ​
 
 KBS '1박2일',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한 장면

KBS '1박2일',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한 장면 ⓒ KBS, CJ ENM

 
나인우는 이이경처럼 다작 예능에 출연하고 있진 않지만 드라마와는 상반된 캐릭터를 선보이며 확실하게 자신의 영역을 마련중이다. 지난 2022년부터 합류한 KBS < 1박 2일 >에선 어리숙하고 부족한 듯한 행동으로 '제2의 김종민'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사극과 현대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예능 속 그 사람 맞아?"라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지난해 ENA에서 방영된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왔습니다>에선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유쾌하면서도 냉철한 형사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최근작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선 강지원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이자 역시 인생 2회차를 맞이한 유지혁 본부장으로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다보니 < 1박 2일 >의 동료들조차 어떤 것이 진짜 나인우인지 혼돈스럽기만하다.  지난 4일 방영된 < 1박 2일 >에선 "일부러 바보 연기 하는 거 아니냐?"라는 의심으로 그를 추궁하면서 웃음을 유발시켰다.  마치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속 반전 캐릭터 버벌을 연상시킬 만큼 예능과 드라마 속 나인우는 동일 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확실한 캐릭터 대변신을 해내고 있다.  

예능 출연, 이들에겐 '독'이 아닌 '득'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KBS '1박2일'의 한 장면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KBS '1박2일'의 한 장면 ⓒ CJ ENM, KBS

 
특정 예능 프로그램에 오랜 기간 출연한다는 건 자칫 해당 연기자의 캐릭터를 고착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심리적 갈등 혹은 긴장감을 유발하는 장면에서 때론 예능 속 재미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몰입감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몇 배우들은 예능 출연을 고사하거나 기존 프로그램 하차 등을 통해 위험 요소를 털어내곤 한다. 

​반면 이이경과 나인우는 이러한 점에 아랑곳 없이 두 분야 모두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배우로선 보기 드물게 '예능 다작' 출연중인 이이경은 오히려 유쾌한 이미지를 발판으로 드라마 속 코믹한 캐릭터의 밑거름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장점을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십분발휘한 덕분에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나인우는 국민 예능 < 1박 2일 >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쌓아 나갔고 연기 영역에선 180도 대비되는 캐릭터를 전혀 이질감 없이 소화하고 있다.  

분명 위험 요소가 존재하지만 두 배우는 우려를 기대로 바꾸면서 성공적인 '두 마리 토끼 몰이'를 이뤄내고 있다. 그들 덕분에 주말 지상파 TV 예능과 평일 케이블 드라마 모두 든든한 인재를 마련했다. 이는 상반된 분야 모두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이이경과 나인우의 미래를 더욱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이이경 나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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