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포수 유강남과 내야수 노진혁, 잠수함 투수 한현희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했다. FA시장에서 투자한 금액만 무려 170억 원으로 롯데는 2023년 가을야구 복귀에 사활을 걸며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144경기에서 68승 76패(승률 .472)를 기록한 롯데는 10개 구단 중 7위에 그치며 2018년부터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의 왕조를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2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2년 연속 공격적인 투자가 힘들었던 롯데는 오히려 FA자격을 얻은 안치홍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따라서 올 시즌 롯데의 타격은 팀 타율 5위(.265)였던 2023년보다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롯데는 나승엽과 한동희, 고승민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2023년보다 크게 나아진 공격력을 기대하긴 힘들다.

결국 롯데는 올 시즌 마운드, 특히 재계약에 성공한 두 외국인 투수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두 국가대표 투수가 이끄는 선발진의 힘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롯데 입장에서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애런 윌커슨과 찰리 반즈, 박세웅, 나균안으로 이어지는 4명 외에도 5선발 후보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과연 많은 선발 후보군들 중에서 올 시즌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거인군단'의 5선발로 낙점 받을 선수는 누구일까. 

'40억 FA' 자존심 되찾아야 하는 한현희
 
 최근 6연패로 부진한 롯데 사이드암 한현희

롯데 사이드암 한현희 ⓒ 롯데자이언츠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던 한현희는 2015년 선발로 변신해 11승 10홀드, 2018년에도 선발투수로 11승을 기록한 KBO리그 최고의 전천후 투수다. 실제로 현재 리그에서 한현희만큼 선발과 불펜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투수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한현희는 FA를 앞둔 2022 시즌 6승 4패 평균자책점 4.75로 만족스런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인복이 이탈한 롯데는 2023년 1월 4년 총액 40억 원을 투자해 한현희를 영입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를 졸업한 한현희에게 롯데는 고향팀이다. 따라서 한현희 가 '고향버프'를 받아 롯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팬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고향팀으로 돌아온 한현희의 이적 첫 시즌 활약은 롯데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18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38경기에 등판한 한현희는 6승 12패 3홀드 5.45의 아쉬운 성적에 그치면서 롯데 구단과 팬들을 실망시켰다.

물론 구단이 원했던 것처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100이닝을 넘게 소화한 것은 분명 칭찬 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한현희는 2023년 한 해 동안 붙박이 선발이 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필승조로 활약하지도 못한 채 방황(?)만 하다가 시즌이 끝나고 말았다. 만약 2023년 같은 아쉬운 활약이 올 시즌에도 계속 이어진다면 한현희는 김태형 감독의 마운드 구상에서 점점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현희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3+1년 최대 4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지만 보장금액은 절반도 되지 않는 18억 원에 불과(?)하다. 만약 한현희의 부진이 올해도 계속된다면 '40억 FA'라는 대외적인 타이틀과 달리 실제로는 훨씬 '실속 없는 FA'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때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에서 2023년 시즌 최다패 투수가 된 한현희가 올 시즌 마운드에서 선발투수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식년 마친 이인복, 'AGAIN 2022' 노린다
 
 지난해 시즌 9승을 기록한 이인복

롯데자이언츠 이인복 ⓒ 롯데자이언츠


롯데는 2023년 두 외국인 투수와 박세웅, 나균안, 한현희로 선발진을 꾸렸지만 래리 서튼 감독이 시즌 전에 구상했던 5선발 투수에는 한현희가 아닌 이 선수의 이름이 먼저 들어 있었다. 바로 프로 데뷔 9년 만인 2022시즌 9승 9패 1홀드 4.19의 성적을 올리며 롯데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이인복이 그 주인공이었다. 2022년 이인복의 발견은 승운이 따르지 않아 3승 8패에 머물렀던 나균안의 성장과 함께 롯데 마운드 최고의 수확이었다.

하지만 2023년 롯데의 선발 한 자리를 맡아주는 것은 기본이고 내심 생애 첫 두 자리 승수까지 기대했던 이인복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팔꿈치에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수술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인복의 부상과 이에 따른 선발진 결원은 FA시장에서의 한현희 영입으로 연결됐다. 만약 이인복이 팔꿈치 이슈 없이 정상적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 시즌을 준비했다면 롯데의 한현희 영입도 없었을 확률이 높다.

약 5개월의 재활 끝에 6월말 1군 마운드에 돌아온 이인복은 2023년 8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10경기에 등판했지만 1승 4패 6.48로 2022년과는 거리가 먼 실망스런 활약에 그쳤다. 특히 2022년 8번 기록했던 퀄리티스타트가 한 번도 없었을 뿐 아니라 5이닝을 넘긴 경기도 단 두 번에 불과했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2023년 시즌 수술 후의 이인복은 1군에서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2019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2년 좋은 투구로 팬들의 기대치를 올렸던 이인복은 붙박이 선발투수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기 전에 부상과 수술로 너무 이른 시기에 안식년(?)을 가졌다. 만약 올해도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인복은 팬들에게 기억됐던 속도보다 훨씬 빨리 팬들의 기억에서 잊힐 수도 있다. 오는 6월이면 만 33세가 되는 대졸 11년 차 우완 이인복이 올 시즌 롯데의 5선발 경쟁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는 이유다.

불펜 전문 심재민, 어쩌면 선발이 체질?
 
 지난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된 심재민

롯데 심재민 ⓒ 롯데자이언츠

 
2022년 팀 내 좌완 불펜투수 중 최다홀드(13개)를 기록했던 김유영(LG 트윈스)이 유강남의 보상선수로 팀을 떠나자 롯데는 2023년 시즌 지독한 '좌완 기근'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5월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3년 차 유망주 김진욱이 6월부터 제구난조에 시달리며 무너진 것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롯데는 2023년 5월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이호연을 내주고 kt의 창단멤버인 좌완 심재민을 영입했다.

심재민은 롯데 이적 후 불펜으로 23경기에 등판해 1승 6홀드 2.37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심재민은 2023년 후반기부터 부진한 한현희 대신 선발 투수로 기회를 얻었고 6번의 선발등판에서 2승 1패 3.3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트레이드 상대였던 이호연이 이적 후 맹타를 휘두르면서 롯데의 패배가 유력했던 5월의 트레이드도 심재민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좋은 투구를 선보이면서 '윈윈 트레이드'로 평가가 바뀌었다.

롯데는 2023년 11월과 12월 LG와의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통산 152홀드를 기록 중인 베테랑 좌완 진해수와 SSG랜더스에서 방출된 좌완 임준섭을 차례로 영입했다. 심재민이 선발에 도전할 환경은 충분히 마련됐다는 뜻이다. 롯데의 토종 원투펀치 박세웅과 나균안이 모두 우완 정통파 투수인 만큼 좌완 심재민이 선발진에 가세해 '우3, 좌2'의 로테이션을 구성한다면 롯데의 선발진은 더욱 짜임새를 갖출 수 있다.

이 밖에 2023년 데뷔 첫 승과 함께 24경기에서 2승 2패 1홀드 5.86을 기록했던 진갑용 KIA타이거즈 수석코치의 아들 진승현도 롯데의 5선발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진승현은 아직 프로에서의 실적은 미미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팀 내 주목할 투수라고 따로 언급할 만큼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다만 아직 1군에서 선발등판 경험이 없는 만큼 경쟁자들을 제치려면 스프링캠프부터 김태형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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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자이언츠 5선발경쟁 한현희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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