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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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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전자IT 전시회 CES 2024(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열렸다. 세계 각국의 전자, IT 분야 최신 기술이 다 모인 CES 2024에는 세계 150개국 4300여 기업이 참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850개 기업이 신기술을 가지고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최근 들어 해마다 열리는 CES에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올해는 어떤 신기술이 등장했는지 궁금해 2015년부터 매년 CES 참관하는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를 지난 20일 전북 전주에서 만났다. 다음은 민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CES 2024 참관하셨잖아요. 전체적인 총평이 궁금합니다. 

"CES는 해마다 1월 초에 열리거든요. 올해는 팬데믹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참가했어요. 나라는 한 150개 이상이었고 참관 인원은 13만 5천 명이었죠. 기업은 4300개였는데,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고 두 번째가 중국, 한국이 세 번째였습니다. 숫자는 미국이나 중국이 많았으나 사실상 전체 전시 면적은 한국이 가장 넓었다고 봐요. 전시자와 참관자로 간 한국인이 약 1만 5천 명 이상인 걸로 현재 파악되는데 10명 중 한 명은 한국인 참관객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래서 일부 한국 사람들은 '코엑스 전시장을 옮겨놓은 것 같다'라는 얘기들을 참 많이 했어요."

- 한국 기업도 적지 않았고, 한국인도 많았던 것 같은데, 왜일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한국이 그동안 사실 수출 산업으로 먹고살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해외 동향이나 IT 트렌드 특히 CES와 같은 세계적인 전자, 통신 박람회에서 기술적 흐름을 빨리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하고요. 둘째, 기술적 측면에서 첫 번째로 움직이는 그런 기업들이 우리나라가 많잖아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LG, 현대기아차가 대표적이죠. 글로벌 기업브랜드 반열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CES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제품이나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가 내놓는 것을 보기 위해 수많은 외국 VIP이나 참관객들도 역시 찾습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국토는 좁고 인구는 많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술에 대한 갈급함과 함께 해외를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어 다른 곳보다 CES를 더 찾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CES가 뭔지 소개해 주세요.

"CES는 1967년에 뉴욕에서 열렸던 가전 박람회가 시초입니다. 당시 라디오, TV 같은 전자제품이 막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시기와 맞물린 거죠. 그때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CES 첫 개최 기사를 찾아보니까 당시 전자제품 생산 강자였던 일본의 히다치 등 일본 전자 회사들이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더군요. CES란 한마디로 미국의 가전양판대리점 업체 관계자들이 가전회사들이 생산한 제품들을 보며 거래계약도 하고 신제품 비교도 하는 데서 기인했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Consumer Electronics Show 즉 세계 가전전시회라고 하는데 지금은 참가 품목이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면서 'CES' 자체가 고유명사화됐습니다. 

처음에는 주 품목이 라디오, TV였고 70년대로 오게 되면 전축, 카메라, 오디오 스피커로 가다가 이제 VCR, 78년에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 2를 CES에서 선보이기도 했고요. 쭉 그렇게 80년대로 넘어오면 컴퓨터, 게임기, 디지털카메라에서 애플의 아이폰 등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모바일 전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습니다.

그 다음에 가장 큰 변화는 2010년대부터 폭스바겐, BMW, 벤츠 같은 자동차 회사들이 CES에 오게 되면서인데요. 그래서 'CES'의 'C'가 차를 의미하는 'Car Show'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는데 지금은 차를 뛰어넘어 현대차그룹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S-A2'라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전시를 주관하는 세계 3대 쇼는 CES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2월에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MWC), 독일에서 9월에 열리는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를 꼽는데 화제성과 참가 규모 면에서 CES가 단연 앞서고 있습니다."

- CES가 다른 전시회를 압도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CES를 주관하는 전미 소비자 기술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CTA)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는 점이지요. CTA를 이끄는 게리 샤피로(Gary Shapiro) 회장은 '세계에서 CES와 같은 기술 산업의 전체 생태계를 연결하는 행사는 없습니다. 비즈니스 리더들이 만나고, 꿈꾸고, 해결하는 허브가 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CES2024의 핵심 주제는 'All Together, All On'이었습니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전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41개의 다양한 카테고리로 거의 모든 기술 분야를 포용하고 확장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기술적 변화가 심화된 2010년 이후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드론, 핀테크, 3D프린터, 푸드테크, 팜테크, 우주산업에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와 코로나19 이후에는 애보트, 모더나 같은 글로벌 진단제약회사까지 전시회로 끌어들였고 UN과 인간안보(HS4A)같은 분야도 신설하여 지구 환경보호와 지속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을 기조연설자로 세우며 뷰티 테크까지도 섭렵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전시관인 코엑스를 운영하는 이동기 관장은 투고 글에서 '최근 기술과 산업의 발전속도가 빨라지고 융·복합화하면서 전시회의 역할이 판매촉진뿐만 아니라 전시회 기간 일어나는 정보교류와 네트워킹에 주목하는데 CES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있는 'CES 2024' 구조물.
▲ CES 2024 구조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웨스트홀에 있는 'CES 2024' 구조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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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접근성 분야에서 돋보인 신제품은 어떤 게 있었나요?

"국내외 언론에 많이 소개됐습니다만 특히 두 국내 업체가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는 장애인보조기기 전문기업 만드로가 출품한 '부분 손 절단 장애인용 로봇 손가락 의수(Mark 7D)'가 CES 2024에서 노인 및 접근성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는데요. Mark 7D는 손가락 내에 반영구적인 브러시리스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 관절 구조를 모두 내장해 손을 부분적으로 다친 절단 장애인이 활용하기 쉽다고 하고요. 손가락 길이나 악력, 구동 속도 등을 맞춤형으로 수정할 수 있어 다양한 절단 장애인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합니다.

2015년 설립된 만드로는 상지 절단 장애인을 위해 저렴하고 가벼운 전자의수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는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도 이후로는 대면 사업의 제약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범부처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의 연구개발(R&D) 사업지원을 받아 국내외 상지 절단 장애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분 손 절단 장애인을 위한 제품을 개발했고 이번에 최고혁신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또 한 기업은 역시 장애인의 홈트레이닝 휠체어 피트니스 장비를 개발한 갱스터스였습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추세 속에서 고령자나 장애인도 쉽게 접근하도록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운동이 확산되는데 특히 각각 지체장애인 모친과 부친을 가족구성원으로 둔 두 청년이 스타트업 회사를 차려 2020년 1월에 론칭한 후 9개월 만에 수출을 시작했고,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것은 물론 현재 11개국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CES 기간에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주요 기업들과 유명 헬스케어 기업에서 상담 요청이 오는 등 큰 성과를 이끌어낸 점도 인상이 깊습니다."

- 계속 한국 제품들 이야기하시잖아요. CES에서 호평받은 외국 스타트업들은 어떤 곳이 있나요?

"외국 기업 중에도 굉장히 좋은 제품들이 많아요. 그중에 진짜 아이디어가 많은 게 프랑스 업체들입니다. CTA 측은 해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나 창의적인 1인 기업, 대학에서 창업한 업체들만 모아서 전시하는 유레카파크를 두고 있는데요. 대기업관보다도 더 사람들이 몰리고 VC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는 곳이어서 흔히 'CES의 심장'이라고 불립니다. 저도 CES를 찾은 초창기에는 주로 유명한 대기업관이 몰려있는 LVCC(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찾았지만, 지금은 전시 기간 4일 중 3일을 거의 이곳에서 보냅니다. 비록 제품화 초기 단계고 거친 기술들도 많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꿈을 이야기하는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 어떤 게 있었나요?

"프랑스 기업들 보면 디자인과 창의력이 엉뚱하면서도 예술적입니다. 예를 들어서 반려동물 인구가 많잖아요. 그래서 강아지의 어떤 행동을 AI로 분석해서 심리 상태를 치료하거나 강아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술도 있고요. 그다음에 스카 테드라고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 얘기하거나 전화하면 누가 들을 수 있잖아요. 일종의 마스크를 쓰고 남들이 못 듣도록 대화를 나누는데 밖으로 소리가 하나도 안 나가고 서로 얘기를 할 수 있어 '침묵의 거품(Silence Bubble)'이라고 명명했는데요. 항공우주 조종사들의 마스크 기술에서 제품화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 해마다 가시면 차이 같은 게 보일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메타버스나 핀테크 같은 경우 한 2년 전만 해도 디지털 가상자산 때문에 굉장히 많이 화제가 됐잖아요. 올해는 메타버스 얘기가 쏙 들어가 있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 산업적 변화가 태어나는 것도 빠르지만 유행이 확 죽는 것도 굉장히 빠른 것 같아요. 다만 메타버스는 죽은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산업 전반에 다른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2022년 11월 30일 오픈AI 샘 알트만CEO가 생성형 AI 챗GPT를 처음 발표했잖아요. 5일 만에 넷플릭스 가입자를 능가할 정도로 사람들 많이 가입했어요. 그 후인 2023년 1월 제가 CES에 갔더니 챗GPT가 나온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됐는데 CES에서 굉장히 화제가 되는 거예요.

근데 올해 갔더니, AI는 미래 학자 마크포드가 얘기한 것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 마치 전기처럼 당연히 쓰이는 기술이 되어버렸어요.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AI를 이용해서 하고 있다고 하면 촌스러운 현상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러니까 산업 구조가 바뀔 수 있는 시간이 불과 1년이고, 그래서 해마다 가다 보면 기술적 흐름의 흥망성쇠를 직접 볼 수도 있고 그걸 비교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거예요. CES에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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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보니 AI로 시작해 AI로 끝났다던데.

"맞는 얘기예요. AI가 마치 전기처럼 모든 산업 분야에 자동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 거예요. 그 다음에 두 번째로는 온 디바이스 AI라고 하는데요. 온 디바이스 AI가 뭐냐면 옛날에는 AI를 사용하려면 디바이스 기계가 있고 네트워크 통해서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보내면 응답 받았죠. 챗GPT가 바로 그런 구조입니다. 그런데 온 디바이스 AI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서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모드로 놓더라도 내가 갖고 있는 이 디바이스로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얼마 전 CES 끝나자마자 삼성전자가 '최초 AI 스마트폰'이라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한 '갤S 24'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초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한 LLM을 압축해 온디바이스 AI로 탑재한 것으로 앞으로 모든 TV, 스마트링, 워치 등이 하나의 AI가 탑재된 제품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퀄컴이나 인텔, 엔비디아 같은 업체들이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칩을 더욱 고도화하고 연산속도를 높이면서 초집적화해서 대형AI컴퓨터를 디바이스 안에 집어넣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업체들의 주가가 뛰는 것도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의 정보보호인데, 과거에는 내가 서비스를 받으려면 내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앙컴퓨터에 보내야만 가능했어요. 근데 이제는 자체 기기 안에서 네트워크 연결없이 해결할 수 있어 자율주행자동차 등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교수님이 CES 2024에서 주목한 부분은 뭔가요?

"아까 얘기한 대로 AI가 있고 두 번째로는 모빌리티예요. 쉽게 얘기하면 현대자동차가 슈퍼널이라는 자회사를 세워 차세대 미해항공모빌리티(AAM)를 2028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했잖아요. 지난 2020년 CES에서는 현대차가 우버하고 같이 앞으로 S-A1 드론을 만들어 택시사업을 미래에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실 그때는 매우 먼 미래 얘기로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S-A2라는, 말하자면 전장 10m, 전폭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하고 8개의 로터(Roter)가 장착된 전기 수직 이착륙기를 만들었거든요.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200km/h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면 인천공항에서 강남까지 60km 정도를 20분안에 올 수 있는 거죠.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하늘을 나는 모빌리티를 만들고 전자제품을 만들던 소니가 자동차 회사인 혼다와 아필라라는 전기차를 만들어 인포와 게임, 콘텐츠를 담은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는 것, 기아가 목적 기반 차량인 PBV모델인 PV5를 공개해 탈부착이 가능한 적용을 통해 하나의 차량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개조할 수 있고록 하는 것 등 플랫폼 비욘드 비히클(Platform Beyond vehicle)을 내놓았는데요. 이제는 자동차를 뛰어넘어서 플랫폼 업체가 되겠다는 것이죠. 산업 분야 파괴의 현장과 혁신을 그곳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장애를 극복하는 그런 제품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태그:#민경중, #CES, #전자,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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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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