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서울 용산 CGV에서 2023 카타르 아시아 축구 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할 26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조규성, 이강인, 김승규, 김진수, 설영우와 같은 핵심 자원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가운데 김지수, 양현준과 같은 젊은 자원들이 깜짝 발탁되며 이목을 끌었다.

명단의 일관성과 미래를 위한 자원들의 선택이 공존하는 이번 최종 명단은 역대 아시안컵 역사상 초호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6년과 1960년에 펼쳐졌던 초대 대회와 2회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우리 대표팀은 64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시안컵 정상 등극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아시안컵 정상 탈환이라는 목표를 향해 '약속의 땅' 카타르로 향하는 가운데 하부 리그부터 실력을 갈고닦아 드디어 가슴 한편에 태극 마크를 달고 결전의 땅으로 향하는 2명의 선수가 있다.
 
3부→2부→1부→BEST 11까지, 박진섭-이순민의 '공통 분모'
 
 전북 현대 박진섭

전북 현대 박진섭 ⓒ 한국프로축구연맹

 
바로 전북 현대 박진섭과 광주 FC 이순민이다. 이들의 공통 분모는 바로 하부 리그부터 1부 리그까지 거침없는 질주를 선보이며 국가대표 타이틀을 목에 걸었다는 것이다. 1995년생인 박진섭의 프로 생활 시작은 쉽지 않았다. 전주 공고 졸업 후 천신만고 끝에 디지털 서울 문화 예술 대학에 진학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박진섭은 끈질긴 노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2017년 대전 코레일(현 K3)에 입단하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게 된다.
 
대전 코레일에서 팀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주목을 받은 박진섭은 이듬해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 진출에 성공, 이흥실 감독이 지휘하던 안산 그리너스(K2)에 입단하며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안산에서 2년간 주축 선수로 활약한 박진섭은 안산 소속으로 리그 62경기 7골 1도움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고 2020시즌 개막 전, 기업 구단으로 변모한 대전 하나 시티즌으로 이적을 택하며 도전에 나섰다. 대전 하나 입단 이후에도 꾸준한 실력을 과시하며 주축으로 자리 잡은 박진섭은 2020년 리그 24경기 출전 3골 1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듬해 대전 하나 주장직에 선임된 박진섭은 리그 35경기 출전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2 베스트 11 수상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2022시즌을 앞두고 K리그 최강 전북 현대로 향했던 박진섭은 주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전북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며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팀 사정상 본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33경기에 나와 2골을 기록하며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 11 수상에 성공하는 기록적인 역사를 작성했다. 2023년에도 감독 교체와 부진 속 불안한 전북의 최후방과 허리를 지킨 박진섭은 리그 32경기에 나와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흔들리지 않는 실력을 보였다.
 
꾸준한 활약 속 박진섭은 대전 하나 시절 함께 했던 황선홍 감독의 부름을 받아 항저우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에 발을 들였다. 설영우-백승호와 함께 와일드 카드로서 확실한 활약을 선보이며 3개 대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공을 세웠다. 이후 11월 A매치를 앞두고 홍현석 부상에 따른 대체 발탁으로 A대표팀까지 오른 박진섭은 중국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렀다. 
 
 광주 FC 이순민

광주 FC 이순민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순민 역시 순탄치 않은 프로 생활을 했다. 용감중-백암고를 거쳐 영남대학교에 진학한 이순민은 김병수 감독 지휘 아래 대학 최고 사이드백으로 성장하며 광주 FC 입단을 확정 지었다. 2017시즌 광주에 발을 들였던 이순민은 프로 무대에서 출격을 기대했으나 좀처럼 쉽게 기회가 다가오지 않았다. 데뷔 첫해 프로 데뷔에 실패한 이순민은 빠르게 군 문제 해결을 위해 포천 시민 축구단(K3)으로 떠났다. 사회 복무 요원 자격으로 경기에 나선 그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2020시즌 중반 팀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맛봤다.
 
복귀 이후 리그 2경기 출전과 FA 컵 1경기에 나섰던 이순민은 이듬해 그동안의 아쉬움을 털 듯 화끈한 실력을 선보이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21시즌 김호영 감독 지휘 아래 김종우(포항), 이찬동과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이순민은 리그 28경기에 나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비록 팀의 자동 강등을 막지 못했으나 이순민은 2022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이정효 감독 지휘 아래 리그 최고 미드필더로 올라서며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뽐냈다. 2022시즌 부주장으로 선임된 이순민은 리그 32경기 출전 2골을 기록하며 광주의 자동 승격을 이끌었다.
 
승격 공로를 인정받은 이순민은 2022년 K리그 2 베스트 11 수상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3시즌에도 이순민의 질주는 멈추질 않았다. 승격 첫해 광주의 리그 3위 달성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권 획득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순민은 리그 35경기에 나와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2년 연속 K리그 베스트 11 수상에 성공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광주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9월 유럽 원정 2연전을 앞둔 A대표팀에 승선한 이순민은 웨일스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사우디-튀니지-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도 연이어 모습을 선보이며 A대표팀 붙박이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멀티 포지션 소화 '가능' 박진섭-이순민, 아시안컵 활약 기대
 
 지난 6월 24일, 전북과 광주 경기에서 볼 경합 중인 박진섭과 이순민

지난 6월 24일, 전북과 광주 경기에서 볼 경합 중인 박진섭과 이순민 ⓒ 한국프로축구연맹

 
하부 리그에서부터 국가대표 자리까지 올라온 박진섭과 이순민의 공통 분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멀티 포지션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공통 분모가 또 존재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박진섭은 중앙 수비수 자리 역시 소화가 가능하며 유사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겸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이순민 역시 수비형 미드필더를 유연하게 소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서 중원 전 지역은 물론이며 풀백과 중앙 수비수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다. 아시안컵과 같은 단기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선수의 멀티성이 매우 중요하다. 토너먼트 대회 형식 특성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이들의 멀티 능력은 다가오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꿈에 그리던 대표팀 마크를 가슴에 새긴 이후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소속으로 첫 메이저 대회에 나서게 되는 박진섭과 이순민의 2024년의 첫 출발은 순탄하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12월 26일, 국내파와 휴식기에 돌입한 해외파를 중심으로 한 국내 소집 명단에 소집되어 우승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새해 다음 날인 2일에는 UAE 아부다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6일 중동의 복병 이라크와 비공개 평가전을 통해 열을 올린 이후 10일 결전지인 카타르로 입성한다. 박진섭과 이순민의 놀라운 축구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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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클린스만 카타르아시안컵 박진섭 이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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