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들이 참여한 '첫 눈' 챌린지 캡쳐

아이돌들이 참여한 '첫 눈' 챌린지 캡쳐 ⓒ SM/JYP 유튜브

    
최근 몇 년간, 과거 발매된 노래가 새롭게 재조명받는 '역주행'의 사례는 크게 늘어났다. 틱톡발 역주행의 바람을 타고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Old Town Road', 유튜브 직캠을 통해 재발견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등이 좋은 예였다. 특히 매년 12월은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 캐럴 등 겨울 음악이 역주행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3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그룹 엑소 역시 역주행 아티스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엑소의 노래 '첫 눈'이 발매 10년 만에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눈'은 2023년 12월 21일 현재 멜론 Top 100 차트와 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벅스, 지니 등 타 음원 플랫폼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너를 만나면 눈물 차 올라 바보 같은 난 아무 말 못해.
말해줘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안녕 잘 지내는 거지."
- '첫 눈(엑소)' 가사 중에서.


1억5천만 명 이상 참여한 '첫 눈' 챌린지

'첫 눈'은 엑소가 지난 2013년 12월 발표한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Miracles in December)'에 수록된 곡이다. 첫 눈이 오는 겨울날, 1년 전에 헤어진 첫사랑을 추억하며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은 어쿠스틱 팝이다. '첫 눈'은 이미 케이팝 팬 사이에서는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로 잘 알려져 있었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차트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세라핌의 'Perfect Night', 에스파의 'Drama', 아이브의 'Baddie' 등 4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신곡이 차트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3세대 아이돌 그룹의 10년 전 앨범 수록곡이 차트 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 그 단서는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1월 27일 댄스 틱톡커인 황세훈씨의 채널에 '이번 겨울에 첫눈 챌린지 같이할 사람?'이라는 영상이 게시된 것이 역주행의 시발점이다. 이 영상에서 틱톡커 황세훈씨는 엑소의 '첫 눈'에 맞춰 겨울 옷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다. 다른 틱톡커들이 그의 춤을 따라 추면서 '챌린지'에 동참했고, 이 챌린지는 에스파, 아이브, 제로베이스원, NCT 드림, 라이즈 등 4세대 아이돌 그룹들로도 퍼졌다. 현재 틱톡에서는 '첫눈 챌린지'라는 해시태그로 올려진 게시글이 1억 5천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2023년 12월 22일 기준).

숏폼 '챌린지' 문화가 만들어낸 영향력
 
 지난 2013년 엑소가 발표한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 이 앨범에 수록된 '첫 눈'은 현재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3년 엑소가 발표한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 이 앨범에 수록된 '첫 눈'은 현재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 SM 엔터테인먼트

 
느린 템포의 원곡은 스페드 업(Sped Up: 노래의 속도를 원곡보다 빠르게 재생하는 것) 버전으로 배속되어, 춤을 추기에 더 안성맞춤인 배경 음악으로 바뀌었다. 15초에서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이 중심을 잡고 있는 플랫폼의 특성상, 스페드 업 버전은 낯설지 않은 일이다. 2023년 팝 최고의 히트곡인 시저(SZA)의 'Kill Bill',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와 함께 흥행한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Bloody Marry',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의 'Bad Habit',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반응한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CUPID' 역시 스페드 업 버전을 통해 더 큰 인기를 구가했다.

틱톡은 대한민국 10대의 놀이터다. 애플리케이션/리테일 전문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틱톡은 유튜브에 이어 한국인 10대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중 2위(2022년 7월 한 달 동안 19.4억 분)를 차지했다. 이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보다 높은 수치였다. 엑소의 전성기를 경험하지 못한 10대들 역시 '첫 눈'에 반응하게 된 것.

엑소의 리더 수호 역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멤버들 모두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며 틱톡발 역주행에 응답했다. '첫 눈'의 역주행은 숏폼, 챌린지 문화가 팝 시장뿐 아니라 가요계에서도 유의미한 영향력임을 보여준 사례다. 동시에 멤버 전원이 30대를 넘긴 베테랑 그룹에게 찾아온 겨울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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