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강팀이 되려면 모든 포지션, 모든 보직이 골고루 강해야 한다. 특히 불펜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현대야구에서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왼손불펜 투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29년 만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트윈스에는 트레이드 3년째가 된 올해 정규리그 57경기에서 4승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1.62를 기록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4경기에 등판해 1승을 챙긴 함덕주의 활약이 매우 중요했다.

NC다이노스 역시 김영규라는 뛰어난 좌완 불펜투수 덕분에 가을야구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다. 비록 체력이 떨어진 플레이오프 3, 5차전에서는 연속으로 실점을 했지만 김영규는 정규리그 24홀드에 이어 가을야구에서도 첫 5번의 등판에서 5.2이닝 무실점으로 2승 2홀드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최지민(KIA 타이거즈) 역시 2023년 KIA 불펜 '최고의 발견'이었다.

반면에 7위로 시즌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확실한 좌완 필승조가 없었다.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심재민을 영입했지만 심재민은 시즌 후반 선발로 6경기에 등판했다. 이에 롯데는 내년을 위해 시즌이 끝나자마자 트레이드와 방출시장을 통해 2명의 베테랑 좌완 투수를 보강했다. 통산 788경기 등판과 152홀드를 기록 중인 진해수와 올 시즌 1군에서 41경기에 등판했던 임준섭이 그 주인공이다.

통산 788경기 152홀드의 검증된 좌완불펜
 
새 유니폼 입은 롯데 자이언츠 진해수 11월 27일 LG 트윈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진해수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새 유니폼 입은 롯데 자이언츠 진해수 11월 27일 LG 트윈스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된 진해수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 연합뉴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전체 50순위)로 KIA에 지명된 진해수(개명 전 진민호)는 입단 초기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당시 진해수와 함께 KIA 마운드의 미래를 이끌 좌완 듀오로 함께 언급되던 선수가 바로 '대투수'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양현종이 2009년부터 KIA의 핵심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것에 비해 진해수는 군복무를 마치고 개명을 할 때까지도 좀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2013년 트레이드를 통해 김상현과 함께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진해수는 2013년 72경기 10홀드, 2014년 75경기 15홀드의 성적으로 연투 능력을 뽐내며 1군에 익숙한 투수가 됐다. 그리고 진해수는 2015년 7월 SK와 LG의 3:3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LG로 팀을 옮겼는데 진해수는 LG 이적 후 본격적인 커리어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진해수에게는 당시의 트레이드가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이적이었던 셈이다.

진해수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했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를 기록했다. 특히 2017년에는 3승 3패 1세이브 24홀드 3.93의 성적으로 리그 홀드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비록 전성기 시절의 구대성처럼 멀티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좌완 불펜투수는 아니지만 뛰어난 연투능력을 자랑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LG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 명성이 높았다.

2022년 시즌에도 64경기에 등판하며 LG의 좌완 필승조로 활약하던 진해수는 올해 함덕주의 부활과 함께 불펜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14.2이닝 소화에 그친 진해수는 2홀드 3.68의 평범한 성적에 머물렀고 결국 지난 11월 27일 롯데의 5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트레이드 되면서 커리어 4번째 구단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긍정적인 부분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경고를 나온 진해수에게 롯데가 고향팀이라는 점이다.

롯데는 올 시즌 8홀드의 김진욱, 6홀드의 심재민 정도를 제외하면 필승조에서 활약한 좌완 불펜투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진해수처럼 풍부한 경험을 갖춘 불펜투수는 더욱 드물었다. 김태형 신임감독 역시 베테랑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에 진해수가 LG 시절의 기량만 유지한다면 1군에서 출전기회는 충분히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리그 최고의 '연투머신' 진해수에게 고향팀 롯데로의 이적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 이유다.

고향팀에서 찾아온 임준섭의 4번째 기회
 
 KIA, 한화에 이어 세 번째 팀에서 선수 생활 이어나가는 좌완투수 임준섭

KIA, 한화에 이어 세 번째 팀에서 선수 생활 이어나가는 좌완투수 임준섭 ⓒ SSG 랜더스


진해수와 마찬가지로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모두 다닌 임준섭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지명순번으로만 보면 오늘날 KBO리그의 스타로 성장한 임기영(KIA)과 노진혁(롯데), 한유섬(SSG랜더스)보다 먼저 이름이 불렸을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임준섭은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부상에서 돌아온 임준섭은 2013시즌 스프링캠프에서 당시 KIA를 이끌던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선발 후보로 낙점 받았다. 그리고 프로 데뷔전이었던 2013년 4월 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로 데뷔전 선발승을 따냈다. 하지만 '국보' 선동열 감독이 주목하던 좌완 임준섭은 데뷔전 승리 이후 두 달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고 2년 동안 42번의 선발기회를 얻었음에도 9승 19패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임준섭은 2015년 5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는데 한화에서는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하면서 이적 첫 시즌 6경기 등판에 그쳤다. 임준섭은 군복무를 마친 후 2019년 1군에서 34경기에 등판했지만 1승 3패 1홀드 4.20으로 눈에 보이는 실적을 올리지 못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2년 연속 1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크게 부진했다. 결국 임준섭은 2022년 시즌 5경기 등판을 끝으로 한화에서 방출됐다.

2022년 시즌이 끝난 후 테스트를 받고 '디펜딩 챔피언' SSG에 입단한 임준섭은 2022년 전반기 26경기에서 3홀드 3.86을 기록하며 좌완불펜이 부족한 SSG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줬다. 하지만 선전하던 임준섭은 후반기 15경기에서 2패 1홀드 10.61로 무너졌고 1년 만에 SSG에서도 방출 통보를 받고 말았다. 그렇게 선수생활 지속 여부가 불투명했던 임지섭은 지난 17일 고향팀 롯데에 입단하면서 내년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입단초기 2년이나 풀타임 선발로 활약했던 임준섭은 최근 몇 년간 좌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수행했다. 임준섭은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유형은 아니지만 타자와의 수 싸움에 능한 투수로 선발이 일찍 무너지는 경기에 등판하는 추격조나 승부처에서 좌타자를 상대하는 역할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 다만 선수생활 내내 임준섭을 괴롭혔던 부상이슈는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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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자이언츠 진해수 임준섭 고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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