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김길리와 박지원 '원투펀치'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길리는 두 차례 열린 1500m 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을, 박지원도 1500m 1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얻어냈다.

15일부터 17일까지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CUP - ISU 쇼트트랙 월드컵 2023-2024 시즌 4차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의 성적을 올렸다. ISU 주관 월드컵으로는 2017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선수들은 쾌조의 활약을 펼쳤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000m 동메달을 따냈던 서이라의 활약도 빛났다. 은퇴 이후 코치로 활동하다 이번 시즌 국가대표로 복귀한 서이라는 17일 열린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황대헌 역시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역시 김길리... 홈 팬 앞 에이스로 거듭났다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우승한 김길리(4)가 금메달을 받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우승한 김길리(4)가 금메달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월드컵은 김길리(성남시청)의 대관식이었다. 이번 시즌 휴식을 선언한 최민정 대신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노릇을 해야 했던 김길리였기에 부담도 컸을 터. 하지만 김길리는 두 차례에 걸친 1500m 레이스에서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리며 두 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16일 열린 1500m 1차 레이스부터 김길리의 위세를 느낄 수 있었다. 예선과 준결승을 모두 1위로 통과하며 안정적으로 결승에 진출한 김길리는 박지윤·서휘민과 함께 결승전에 나섰다. 6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진출한 김길리는 2분 35초 78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17일 이어진 1500m 2차 레이스에서도 김길리의 무력시위는 대단했다. 심석희와 함께 결승에 나선 김길리는 최후미에서 달리던 상황 6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3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점점 앞서나가기 시작한 김길리는 마지막 바퀴 선두 수성에 성공, 2분 23초 746의 기록으로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날 마지막 순서로 열렸던 여자 3000m 계주에서도 김길리가 경기를 책임졌다.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로 바통을 넘겨받은 김길리는 꼴찌로 처진 상황에서도 캐나다와 중국을 차례로 추월하는 아웃코스 전략을 구사했다. 순식간에 4위에서 2위로 올라선 대한민국은 은메달을 따냈다.

김길리는 이미 지난 1차 월드컵에서부터 지난 3차 월드컵까지 1500m 금메달을 하나씩 가져오고 있었다. 이번 4차 월드컵에서 두 차례 모두 우승하는 데 성공하면서 종합 랭킹 1위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두 시즌 연속 '크리스탈 글로브'의 꿈이 머지 않은 셈이다.

김길리는 대회가 마무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처음 미디어데이 때 다관왕을 해보겠다고 각오했는데, 그게 되려 나에게 부담이 되더라"며 "그래도 개인전 다관왕을 이뤄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계주에서 살짝 아쉽긴 했지만, 한국에서 열린 첫 월드컵에서 다관왕을 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지원의 다짐 "축구로 따지면 지금이 후반 15분"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박지원이 역주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박지원이 역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자부에서는 박지원(서울시청)이 단연 빛났다. 박지원도 1500m 1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기록한 데 이어, 2차 레이스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크리스탈 글로브를 딸 수 있는 종합 랭킹에서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박지원은 "축구로 따지면 지금은 후반 15분"이라며 결심을 불태웠다.

1차 레이스는 박지원의 무대였다. 장성우와 함께 결승 스타트라인에 선 박지원은 초반 중위권에서 머무르다 경기 중반부터 선두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계속 달려나가던 박지원은 마지막 바퀴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2분 16초 323의 스코어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지원은 1500m 2차 레이스에서 경기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가 막판에 앞서나갔다. 박지원 역시 마지막 바퀴를 거의 따라잡았지만, 윌리엄 단지누에 0.037초 차이가 뒤진 2분 18초 698의 성적으로 결승선을 넘었다.

서이라와 황대헌도 메달을 얻어냈다. 서이라는 500m 경기에서 41초 205로 중국의 류샤오앙에게 이어 2위를 기록, 8년 만의 월드컵 메달을 얻어냈다. 지난 3차 월드컵 당시 중국 홈 팬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겪기도 했던 황대헌은 1000m에서 1분 27로 11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기록했다. 

박지원은 대회가 끝난 후 나선 기자회견에서 "모든 스포츠가 다 똑같겠지만,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1차 레이스에서는 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만 2차 레이스에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앞으로의 대회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금메달을 다시 따내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어떤 선택에 대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박지원은 "오늘은 캐나다 선수들이 치고 나가는 타이밍을 조금 놓친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미스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경기를 돌아봤다. 

한편, 쇼트트랙 월드컵은 해를 넘긴 2월에 다시 이어진다. 2월 9일부터 11일까지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5차 월드컵을, 폴란드의 그단스크에서는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6차 월드컵이 펼쳐진다. 그단스크 월드컵에서는 크리스탈 글로브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김길리는 현재 1위를, 박지원은 스티븐 뒤부아에 두 점 차이로 밀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서 좋은 기억을 안은 두 선수가 5차, 6차에서도 선전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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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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