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 오마리 스펠맨이 덩크를 꽂아넣고 있다

오마리 스펠맨 ⓒ KBL

 
신뢰와 배려에 대한 보답은 연패로 끝났다.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과 결국 결별을 선택했다.

정관장은 12월 12일 구단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스펠맨과 협의에 따라 계약을 종료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는 결정되는 대로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우승주역에서 불과 8개월 만에 흑역사로 전락했다. 스펠맨은 빌라노바 대학에서 2018년 NCAA(전미대학농구)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하며 NBA 무대까지 거친 유망주였다. 하지만 NBA에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2021년 정관장에 입단하며 KBL에서 첫 해외 무대 경력을 시작했다.
 
스펠맨은 KBL 무대에서는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첫 해인 2021-22시즌 43경기 평균 20.2득점 10.3리바운드 3.4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6.5%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3위-챔프전 준우승에 기여했다.
 
2022-23시즌에는 정규리그 51경기 평균 19.9득점 9.9리바운드 2.4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5.9%로 맹활약했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끌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MVP는 비록 오세근에게 내주었지만 18.9득점 8.9리바운드로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까지 포함하면 3관왕을 이끌며 크리스 다니엘스-제러드 설린저를 잇는 정관장표 우승청부사의 계보를 이었다.
 
빅맨임에도 슈터 못지 않은 정확한 3점슛과 다재다능함은 스펠맨의 최대 장점이었다. 한때는 친근한 이미지로 팬서비스도 좋아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내구성과 멘탈에서 문제 드러낸 스펠맨

하지만 스펠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구성과 멘탈이었다. 스펠맨은 KBL 첫 시즌에도 부상으로 정규시즌 후반부와 챔프전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올시즌도 개막 직전에 정강이 부상을 당하며 장기간 결장해야 했다. 오세근, 문성곤, 양희종, 변준형 등 지난해 우승주역들이 대거 이탈하며 전력이 크게 약해진 정관장으로서는 스펠맨이 중심을 잡아줘야 했지만 오히려 자리를 비운 기간이 더 길었다.
 
사실 부상보다 더 큰 문제는 프로 의식이었다. 원래 농구선수치고는 비대한 체형의 스펠맨은 이미 비시즌부터 체중관리 실패로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레바논 국가대표팀의 귀화선수로 출전했던 FIBA 월드컵에서 정관장 팬들은 스펠맨의 급격히 불어난 체중과 둔한 움직임을 목격하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스펠맨의 잦은 부상와 기복심한 경기력도 이러한 부실한 자기관리와 무관하지 않았다.
 
정관장은 스펠맨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초반 선전했다. 지난 시즌 우승 주역들이 대부분 바뀐 상황에서도 박지훈, 최성원, 이종현 등이 분전하고, 외국인 선수도 2옵션에 있던 노장 대릴 먼로와 일시 대체선수 듀반 맥스웰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정관장은 특출한 에이스 없이도 조직력의 힘을 바탕으로 맥스웰이 출전했던 2라운드 중반까지 9승 4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상위권에 올라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관장은 스펠맨이 복귀하자마자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정관장은 최근 7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5할 승률이 무너지고 5위까지 추락했다. 연패 자체는 스펠맨이 복귀하기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2경기는 맥스웰이 떠나고 먼로 1명으로 치른 경기였다. 스펠맨은 11월 28일 고양 소노전부터 복귀했으나 5경기에서 22분 34초를 뛰며 평균 8점 5.4리바운드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구멍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정관장은 스펠맨이 합류한 이후로 팀의 조직력이 더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관장은 스펠맨의 컨디션 회복을 기다렸지만, 기량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경기에 임하는 적극성이나 집중력에서도 갈수록 의문부호를 자아냈다. 스펠맨의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 10일 DB전에서는 고작 9분 36초 만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 경기에서 스펠맨은 김상식 감독의 교체투입 지시를 거부하며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노한 구단은 패배를 감수하며 일부러 스펠맨을 더 이상 기용하지 않았고, 결국 퇴출로 분위기가 돌아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평소 차분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유명한 김상식 감독도 스펠맨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스펠맨의 씁쓸한 결말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KBL에서 한 명의 선수에게 지나치게 끌려다니다가는 끝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KBL은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선수들이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으며,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만으로도 팀 성적이 바뀔 수 있다. 

이러다보니 때로는 외국인 선수가 구단에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돌출 행동을 해도 제어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스펠맨의 사례는 1999년 버나드 블런트(창원 LG)와 그렉 콜버트(대구 동양)의 야반도주, 2021년의 타일러 데이비스(전주 KCC)의 태업 사태 등과 더불어 KBL 외국인 선수의 또다른 흑역사로 남을 전망이다.
 
정관장은 당분간 대체선수를 구하기전까지 노장 대릴 먼로 한 명만으로 외국인 전력을 꾸린다. 시즌 초반 스펠맨의 대체 선수로 활약했던 듀반 맥스웰은 스펠맨의 복귀가 결정되면서 정관장을 떠나 현재는 대구 한국가스공사 소속이 됐다. 정관장은 13일 안양체육관에서 지바 제츠(일본)를 상대로 한 EASL 홈경기에 이어 16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서울 삼성을 상대로 7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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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스펠맨 KBL 안양정관장 외국인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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