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 변화를 소개하는 영국 BBC방송

한국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 변화를 소개하는 영국 BBC방송 ⓒ BBC

 
한국 드라마에서 남성의 사랑에 기대는 이른바 '캔디' 여성 주인공이 사라지고 있다고 영국 공영 BBC 방송이 전했다.

BBC는 10일(현지시각 )면서 "최근 들어 많은 K드라마에는 사회와 미디어 관행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는 복잡하고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라며 "이제는 남성만큼이나 여성 주인공도 많이 생겼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정보다 자신의 꿈을 좇는 여성 의사가 주인공인 <닥터 차정숙>, 괴롭힘에 맞서 복수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더 글로리>, 자폐증이 있는 여성 변호사가 등장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소개했다.

또한 "과거의 드라마는 버릇없는 부자 상속자가 용감한 노동 계급 소녀에게 반하는 <꽃보다 남자> 같은 '캔디 걸'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재벌이나 강력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지만, 이제는 여성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라며 남한의 여성 재벌 2세와 북한군 장교가 사랑에 빠지는 <사랑의 불시착>을 예로 들었다.

엄정화 "과거엔 여성이 서른살 되면 주인공 못 맡아"
 
 <힘쎈여자 도봉순> 포스터

<힘쎈여자 도봉순> 포스터 ⓒ JTBC

 
<닥터 차정숙>의 주연 배우 엄정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인생 목표는 완벽한 남성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던 90년대에는 여성 캐릭터가 주목받는 경우가 드물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방식대로 과감하게 삶을 살아가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많이 볼 수 있다"라며 "차정숙이 '엄마로서 몫을 다 했다'면서 꿈을 찾아가는 여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가 데뷔할 때만 해도 여성은 30세가 되면 주인공을 맡을 수 없었고, 35세가 넘으면 가정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정말 재능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라도 나이 때문에 화면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여러 드라마에서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온 백미경 작가는 두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품위있는 그녀>가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방송사를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여성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한 <힘쎈여자 도봉순>이 성공을 거두고 나서야 방송국이 편성을 결정했다"면서 "내 드라마 이후로 여성 캐릭터가 더 적극적이고 힘이 넘치며 멋지고 독립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판도를 바꾸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남성들 환상 채워주던 여성들, 이젠 반대"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 TVN

 
BBC는 K드라마가 변화한 배경으로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의 지위 상승과 사회적 성공의 갈망,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의 과감한 투자 등을 꼽았다.

<포브스>의 K드라마 평론가 조앤 맥도널드는 BBC에 "직업을 갖고, 남성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이 늘어났다"라며 "내가 올해 평론한 K드라마의 절반 이상에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를 완전히 반영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K드라마가 이를 선도하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넉넉한 예산과 표현의 자유를 제공한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의 역할도 언급했다. 

이제는 K드라마의 여성 캐릭터가 강력해지는 것과 달리 남성 캐릭터는 오히려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홍민영 부사장은 "여성 시청자들이 K드라마에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남성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때문인 것 같다"라며 "처음에는 마초적으로 보이지만, 속은 매우 부드럽고 낭만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지난 수 세기 동안 남성의 환상에 부응해 왔지만, 이제는 남성이 여성의 환상에 부응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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