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던 2023 K리그 승강전의 운명이 드디어 결정됐다. 수원FC와 강원FC는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수원 삼성은 2부로 내려간다. 김천 상무는 승격의 기쁨을 누렸지만, 부산 아이파크와 김포FC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아쉽게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했다.

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과 강원도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동시에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승강 PO 2차전'에서 수원FC와 강원이 1부팀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수원은 부산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5-2로 승리하며 1, 2차전 합산 6-4로 앞서 4시즌 연속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강원도 김포를 2-1로 제압하며 기사회생했다.
 
이로서 2023시즌 K리그는 2부리그 우승팀 김천 상무가 1부로 승격하고, 1부리그 최하위 수원 삼성이 2부로 강등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최대 3팀까지 승격-강등이 가능했던 2023시즌 K리그 승강전은 국내 프로축구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가장 치열하고 극적인 경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K리그 4회 우승에 빛나는 전통의 명문 수원 삼성이 창단 28년 만에 최초로 2부 리그로 강등 당하는 것은 축구계 전체에도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지난해도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위기 끝에 기사회생했던 수원은 올시즌에는 최종 성적 8승9무21패, 승점 33점의 최하위(12위)로 PO 기회조차 얻지 ㅅ못하고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수원은 마지막 기회였던 강원과의 최종전에서 무기력한 0-0 무승부에 그치며 홈팬들 앞에서 강등이 확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수원은 2014년부터 운영 주체가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바뀌며 구단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22시즌 수원 삼성의 선수 연봉 총액은 지출액은 K리그1 12개 팀(김천 8위, 약 90억)에 불과했다. 하지만 수원보다 더 적은 돈을 쓰고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린 포항 스틸러스(2위)나 광주FC(3위)의 사례를 감안하면, 수원의 무능한 구단운영이 더 두드러진다.
 
반면 함께 나란히 강등 위기에 몰렸던 수원FC의 극적인 기사회생으로 수원의 처지는 더욱 씁쓸해졌다. 올해 K리그1 11위를 기록한 수원 FC는 정귯즌 막판 9경기 연속 무승(4무 5패)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강등권 3약(강원FC-수원삼성) 중 가장 흐름이 좋지않았다. 부산과의 승강 PO에서도 1차전 1-2 역전패에 이어 핵심선수 이승우의 퇴장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수원 삼성과의 동반 강등이 거의 눈앞으로 다가온 듯 했다.
 
수원FC는 벼랑끝 2차전에서도 전반 15분 최준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부산에 합산스코어 3-1까지 리드를 내주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후반들어 반격에 나선 수원FC는 33분 김현의 추격골-40분에는 이영재의 동점골이 터지며 2-1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원정 다득점 원칙이 없었던 것도 수원FC에게는 다행이었다. 양팀은 1 ,2차전 합산 3-3이 됐고, 정규시즌 내에 추가골이 터지지 않으며 양팀은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기세를 탄 수원FC는 김도균 감독의 교체카드가 적중하여 이광혁과 정재용의 연속골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부산이 연장후반 10분 김정환의 만회골로 점수차를 좁혔지만, 후반 12분 로페즈가 6-4로 점수차를 벌리는 쐐기골을 작렬하며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수원FC의 잔류가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정규리그와 승강PO까지 포함하여 10경기를 내리 이기지 못했던 수원FC가 시즌 최종전이자 가장 중요한 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삭하는 순간이었다. 이로서 다음 시즌 '수원 더비'는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수원FC는 2부로 내려간 수원 삼성을 대신하여 '축구의 도시' 수원을 대표하는 유일한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되어 기쁨이 두 배가 됐다.
 
강원도 김포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1부리그 잔류를 지켜냈다. 지난 6일 원정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강원은 교체투입된 가브리엘이 멀티골을 터뜨린 데 힘입어 2-1로 신승했다. 창단 첫 1부행을 노렸던 김포는 조성권의 동점골로 1-1로 맞선 후반 25분 외국인 선수 루이스가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하여 VAR 판독 끝에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몰린 것이 치명타가 됐다.
 
강원은 승강PO의 강자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승강PO였던 2013년에는 상주 상무(현 김천)에게 패하여 2부리그 강등의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2016년 1부 승격(VS 성남FC)-2021년 1부잔류(VS 대전하나시티즌)에 이어 올해까지 승강PO에서만 3연승을 달렸다. 공격진의 역대급 부진으로 고전하기는 했지만, 최용수 감독 경질 이후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분위기 정비에 성공하면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1부리그 승격을 노렸던 부산과 김포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고정운 감독이 이끄는 시민구단 김포는 창단 당시부터 다른 팀에서 출전 기회가 적었거나 재능을 만개하지 못한 선수들 중심으로 구성되어 '외인부대'로 불렸다. 하지만 올해 K리그2(2부리그)에서 3위로 시즌을 마쳤고 창단 2년만에 최종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언더독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강원의 벽을 넘지는 못했으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던 시즌이었다.
 
반면 부산으로서는 또다시 다잡은 고기를 놓치며 뼈아픈 징크스만 추가한 시즌이 됐다. 부산은 2015년 기업구단으로서는 K리그 첫 강등을 당한 이래, 2019년 한 차례로 1부로 승격했으나 이듬해 다시 강등당하며 최근 8년간 무려 7시즌을 2부리그에서 보냈다. 1부리그 우승 경력팀의 2부 강등-기업구단이 2회 강등은 모두 부산이 최초다.
 
부산은 2부리그에서조차 2위만 세 번이나 기록하며 다이렉트 승격 티켓이 주어지는 우승을 번번이 놓쳤다. 올시즌도 부산은 최초의 K리그2 우승을 거의 눈앞에 뒀으나, 충북 청주와의 최종전에서 무승부에 그치면서 김천 상무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 나비효과는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부산은 승강PO와는 악연이었다. 2015년 2부 리그로 첫 강등을 당한 이래 승강 플레이오프만 무려 5번을 치렀지만 승률은 좋지 않았다. 2015년, 2017-2018년 3연속으로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9년 경남FC를 꺾고 승강PO 첫 승리를 거두며 4년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했으나 기쁨은 짧았다.
 
올시즌에는 수원FC를 상대로 또다시 고비를 넘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하며 다잡은 1부리그 복귀가 또다시 물건너갔다. 하필 부산의 구단주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민망한 기록이다.
 
잔혹한 승강전은 막을 내렸지만 후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1, 2부로 운명이 엇갈린 구단은 벌써부터 다음 시즌 전력구상이나 예산문제 등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또다시 승격에 실패한 부산이나 강등당한 수원 삼성은 성난 팬들의 여론을 달래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극적으로 1부에 생존한 팀들도 그저 잔류에 안도하기 전에 올시즌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고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한다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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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수원삼성 부산아이파크 강원FC 승강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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