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리그가 기나긴 대장정을 마감하는 최후의 승부만을 남겨두고 있다. 잔류와 승격의 운명을 걸고 네 팀이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다.
 
오는 9일 오후 2시 K리그1 11위 수원FC와 K리그2 2위 부산 아이파크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K리그1 10위 강원FC와 K리그2 PO를 통과한 김포FC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각각 격돌한다.
 
지난 6일 K리그2 팀들의 홈경기로 펼쳐진 1차전에서 네 팀 중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팀은 부산이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수원FC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FC는 적지에서 다 잡은 승리를 내준 데다, 핵심 자원인 이승우가 경고누적 퇴장을 당해 결장이 불가피하며 전력누수까지 안게 됐다. 승강플레이오프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며 부산은 2차전 수원 원정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승격할 수 있다.
 
강원-김포전은 1차전에서 0-0 무승부로 팽팽했다. 다만 2차전을 홈경기로 치르는 강원의 근소한 우세가 예상되고 있다. 강원은 승강플레이오프가 올해로 4번째인 만큼, 창단 2년차만에 첫 승강PO를 치르는 김포에게 경험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기존의 K리그는 최대 2팀까지 승격-강등되었으나 2023시즌 들어 3팀으로 늘어났다. K리그1 최하위인 12위 수원 삼성이 다이렉트 강등, K리그2 1위 김천 상무의 승격이 이미 확정된 가운데, 승강 PO를 통하여 1부리그에 승격 또는 잔류할 2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K리그 사상 최초로 1부리그에서 세 팀이 한꺼번에 강등 당하는 진기록이 탄생할 수도 있다.
 
네 팀중 승강전과 인연이 가장 깊은 팀은 단연 부산이다. 2015년 2부 리그로 첫 강등을 당한 이래 승강 플레이오프만 올해로 벌써 5번째다. 다만 승률은 좋지 않았다. 2015년, 2017-2018년 3연속으로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으나 2019년 경남FC를 꺾고 승강PO 첫 승리를 거두며 4년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 1시즌 만에 최하위인 12위로 승강PO도 치르지 못하고 2부 리그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부산은 1부 리그 우승 경력이 있는 팀, 기업구단으로서 각각 유일하게 2번 강등 당한 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 승강PO에서 맞붙게 된 수원FC는 2015년 부산에게 첫 2부 리그 강등의 아픔을 안겨준 팀이기도 하다. 운명의 장난처럼 당시에는 부산이 K리그1 11위로, 수원FC가 K리그2 2위 자격으로 정 반대의 위치에 놓여있었다. 수원FC는 1, 2차전 합계 3-0 완승을 거두며 창단 첫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누린 바 있다. 부산으로서는 8년 전의 복수전은 물론이고 승강전 징크스의 악몽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승부다.
 
수원FC는 창단 2번째 강등 위기다. 수원FC는 부산을 꺾고 첫 1부 리그로 올랐던 2016년 최하위에 그치며 한 시즌만에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 바 있다. 이후 수원FC가 다시 1부 리그로 돌아오기까지는 4년이 걸렸다. 2021시즌 5위로 돌풍을 일으켰던 수원FC는 2022시즌 7위, 올해는 11위로 성적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수원FC는 구단 역사상 두 번의 승강 PO를 모두 부산과 격돌하는 기묘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K리그의 명문이자 지역 라이벌인 수원 삼성이 이미 2부리그 강등이 확정된 상황에서 수원FC의 운명도 초미의 관심사를 모으고 있다. 만일 수원FC마저 동반 강등을 당한다면 2024시즌 K리그1에서는 사상 최초로 '축구의 도시'인 수원 연고 프로팀이 전멸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또한 K리그의 흥행 매치로 꼽히는 '수원 더비'가 다음 시즌 2부리그에서 열리는 광경도 보게될 수 있다.

강원은 리그에서 부산 다음으로 승강PO 경험이 많은 팀이다. 특히 강원은 승강PO를 통해서만 2부 강등(2013년), 1부 승격(2016년)과 잔류(2021년)까지 모두 겪어본 유일무이한 팀이기도 하다. 나쁘게말하면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고, 좋게 말하면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기에 경험이 풍부하다.
 
김포는 네 팀중 유일하게 아직 1부 리그를 경험해보지 못한 팀이다. 2013년 창단하여 2021년까지 세미 프로인 3-4부리그에 머물다가 2022년 본격적인 프로 구단으로 전환하했다. 김포는 K리그2에 가입한 김포는, 2022년 8위에 오르며 2023년에는 3위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오며 3년만에 1부 리그행까지 넘볼 만큼 언더독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승격과 강등은 해당 구단과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피를 말리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2부 리그로 내려가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한번 내려간 팀이 다시 1부로 올라오는 과정은 더욱 어렵고 험난하다. 2부로 내려간 구단들은 투자가 감소하고 스타 선수들의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강등의 아픈 맛을 겪어본 팀들일수록 같은 경험을 또 하고 싶지 않다는 절실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연 벼랑 끝 멸망전에서 기사회생할 최후의 두 팀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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