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28일 발표돼 지금까지 애청되고 있는 어쿠스틱 넘버 '귤'. 남성 듀오 재주소년의 데뷔 앨범 타이틀 곡으로 21세기에 나온 포크 명곡 중 하나다.
 
박경환과 유상봉 동갑내기 친구로 구성된 재주소년은 작품 발매와 라이브 활동을 통해 꾸준히 음악 팬들과 만나며 나름의 입지를 다져왔다. 물론 멤버 유상봉이 장기간 팀을 떠나면서 박경환이 자신의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한 기간도 있었고, 1인 재주소년 체제로 전환이 된 적도 있었다.
 
박경환은 뮤지션으로서 뿐만 아니라 애프터눈레코즈란 레이블을 설립해 기획사 대표 겸 제작자로서 여러 아티스트의 숱한 음악 작업에 참여를 했고, 친정이나 마찬가지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5년째 제작하며 공연기획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후학양성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는 가운데, 앨범 데뷔 만 20년이 되는 2023년 11월 27일 '밤소풍'이란 음원을 발매했다.
 
이 곡을 작사 작곡했던 유상봉이 기타연주와 편곡 등에 함께하며 두 뮤지션은 물론 오랜 시간 재주소년의 음악을 사랑해 온 팬들에게 가장 뜻깊은 음악 선물로 남게 됐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편안하면서도 진솔한 포크 사운드'로 팬들과 변함없이 교감하고 싶다는 대한민국 포크 음악의 보석 재주소년.
 
20년 동안 음악인으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해준 모든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박경환 뮤지션과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재주소년 박경환 20주년 기념 음원 발매한 재주소년

▲ 재주소년 박경환 20주년 기념 음원 발매한 재주소년 ⓒ 애프터눈레코즈

 
- 지난 달 특별한 의미가 담긴 음원을 발표했다.
"그렇다. 11월 27일은 재주소년이 데뷔 정규앨범을 내고 음악계 활동을 한지 만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뭔가 특별한 의미를 지금껏 사랑해 준 팬들과함께 나누고 싶어 '밤소풍'이란 음원을 공개했다."
 
- 이 곡은 언제부터 작업을 해 완성한 곡인가?
"재주소년을 함께 이끌고 있는 상봉이가 만들고 노래한 곡으로 만든 지는 꽤 됐지만 정식으로 발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03년 같이 팀을 하면서 생겼던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 인터뷰 방송 등 홍보 일정을 소화하면 떠올랐던 다양한 단상들을 풋풋한 감성의 노랫말과 선율로 담았다."
 
- 정식 음원으로 발표하면서 두 사람의 소회가 남다를 듯하다.
"우리의 미발매 모음집 CD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이 곡을 세상에 선보이게 돼 무척 흐뭇하고, 기념이 되는 작품이어서 더욱 뿌듯하다. 게다가 내 목소리가 들어간 '밤소풍' 버전으로 상봉이와 음악작업을 하면서 지난 20년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나눌 수 있었다."
 
- 만 20주년이 됐다니 어떤 생각이 드나?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의미, 꾸준히 음악을 해왔다는 안도감과 뿌듯함, 앞으로 재주소년 활동을 포함해 음악인으로서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 준 20주년이란 생각이다."
 
- 당일 축하 연락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서 나중이 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음악계 동료 선후배,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축하한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동안 아주 잘 버텨 냈다고...(웃음) 또한 재주소년 음악의 오랜 벗이 되어 준 우리 팬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그분들이 기금을 모아 한국백혈병재단에 재주소년 이름으로 200만 원 기부를 해 깜짝 놀랐다. 그래서 더욱 뜻 깊은 20주년을 보냈다. 기념 굿즈까지도 제작을 해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 드린다."
 
- 잊을 수 없는 음악활동 세 가지를 이야기해달라.
"먼저 2002년 1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비오는 아침 (rainy morning)'이란 노래로 본선무대에 올라 동상을 수상하기까지의 여정이 떠오른다. 다음으로는 정식데뷔를 한 후 음악활동 전부다. 특히 동경했던 선배 뮤지션들과의 만남, 설렘과 떨림으로 이어졌던 순간들 잊을 수 없다. (웃음)
 
끝으로 음악 레이블을 설립해 동료 선후배 아티스트들과 협업도 하고, 실력있는 신인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성장하는데 나름의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는 점 역시 20년 여정의 소중한 산실이다."
 
- 올 여름 에세이 집을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인터뷰에서 다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책에서 확실히 만날 수 있다. (웃음) <소년, 잘 지내>란 산문집으로 내가 지금껏 발표한 음악들의 씨앗이 된 오래된 기억들을 답백하게 풀어냈다."
 
재주소년 멤버 박경환 데뷔 20주년 기념 음원 공개한 재주소년

▲ 재주소년 멤버 박경환 데뷔 20주년 기념 음원 공개한 재주소년 ⓒ 애프터눈레코즈

 
- 11월 18일에 열린 제3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주관을 맡았다.
"음악 레이블을 운영 하다보니 30회부터 음악경연대회 제작에도 참여하게 됐다. 전통과 권위로 널리 알려진 대회고, 동문 출신이란 무게감이 더해지긴 하다. 모든 경연이 끝나고 함께 하는 뒤풀이 자리는 물론 기념 콘서트,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즐기는 잔칫집 광경이 펼쳐져 뿌듯하다. (미소)"

- 올해 본선 수상 및 참가자들의 작품을 선배 음악으로서 평가한다면?
"워낙 대외적으로 치러야 할 음악 활동이 많아서 레이블 내 작품 발매는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경연 참가자들의 곡들을 세심하게 듣다 보니, 정식 계약을 맺고 음악작업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였다. (웃음)"
 
- 지금 <싱어게인 3>가 한참 진행 중이다. 시즌 1에 참가하지 않았나?
"시즌 3은 시청자로서 아주 재밌게 보고 있다. 벌써 3년이 지났다. 신형원 선배님의 '터'를 노래해 1차 경연을 좋은 성적으로 통과하고, 2차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웃음) 좀 더 세심하고 치열하게 경연을 준비했어햐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내게 값진 경험으로 남은 것은 틀림없다."
 
- 앞으로도 이런 경연대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나?
"올해도 여러 방송사로부터 꾸준히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해야할 일들이 산재해 있어 고사할 수 밖에 없었다. 워낙 도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성격이라 여건이 주어지면 언제든 과감히 임할 생각이다."
 
- 20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는지?
"재주소년 1집 앨범이 나올 수 있게 해 준 김민규 형은 (밴드 델리스파이스 멤버, 아티스트 스위트 피로 활동) 가요계에 첫발을 내민 신인 듀오에게 정말 큰 가르침을 준 선배다.
 
마이언트메리의 보컬이자 솔로 뮤지션 토마스쿡으로 유명한 정순용 형은 우리 팀의 쇼케이스 음향 엔지니어로 참여해 줄 만큼 따뜻한 도움을 줬다. 음악적으로 배울게 많아 항상 감사한다.
 
끝으로 이적 형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선배가 라디오 DJ로 활동할 때 고정 게스트로 출연 하면서 쇼비즈니스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아끼지 않고 해 주던 당시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 같은 자리를 지켜 준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 달라.
"음악이란 가교를 두고 20년을 같이 하면서 나와 엇비슷한 환경, 엇비슷한 상황에 있는 팬들이 많아져서 무척 행복하다. 공감대를 갖고 서로 음원하고, 결혼하는 팬들을 위해 축가도 부르고, 시간 되면 공연보러 오라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로 지내고 있어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 2023년 남은 기간 어떤 활동을 계획 중인지?
"구상했던 음악 작업들을 하나하나 실현해 옮기는 과정이 이어질 것 같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은 20주년 기념 콘서트다. 원래 11월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여러 음악 이벤트들이 산재해 여력이 거의 없었다. 내년 2월 17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 계획이고, 선배 밴드 마이언트메리가 게스트로 자리를 빛내 줄 거다.
 
공식보도자료 배포를 아직 안 했지만, 박경환 1인 체체가 아닌 원래 멤버 유상봉이 같이 하는 재주소년으로는 이미 활동을 하고 있다. 올 6월에 넸던 EP <스무살>에서 작사, 작곡, 기타연주 및 코러스, 편곡 등 상봉이가 함께 해줬다.
 
인터뷰, 각종 방송 출연 등 대외적 활동은 앞으로도 나 혼자 하겠지만, 팬들과 함께하는 재주소년의 라이브 무대와 스튜디오 뮤지션으로서의 활동할 유상봉을 조우할 수 있을 거다."
 
- 박경환에게 재주소년이란?
"완전히 받아들이게 된 또 다른 내 이름이자 뮤지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예명이다. 가장 가까운 음악 조력자이자 아내인 이사라 뮤지션과 세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가정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어른이 된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음악이란 테두리 안에서는 언제나 '소년'이라는 큰 '행운'을 내게 주었다."
재주소년 박경환 밤소풍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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