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해서 평균 연령 환갑(59.5세), 경력합산 155년차, 역대 최고령-최고 스펙의 신인 걸그룹이 탄생했다. 인순이, 신효범, 박미경, 이은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네 명의 전설적인 디바들은 용감한 도전 끝에 마침내 데뷔무대를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12월 1일 방송된 KBS2 예능 <골든걸스>에서는 박진영이 쓴 'One Last Time'으로 팀 공식 데뷔 무대를 가지게 된 '골든걸스' 디바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회차에서 미스에이의 '굿바이 베이비(Good-bye Baby)'를 원 팀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낸 골든걸스 멤버들은 박진영을 다시 만나 마침내 데뷔곡 응원과 안무가 완성됐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박진영은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처음 찾아갈 때 누나들을 위한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누나들과 함께한 시간을 거쳐서 드디어 완성이 됐다. 정말 짝사랑하는 마음으로 썼다"며 설레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박진영은 "마지막으로 한번"이라는 의미를 담은 신곡 'One Last Time'을 공개했다. 진지하게 멜로디와 가사를 경청하던 멤버들은 노래가 끝난 후 말이 없었다. 길어지는 침묵에 당황한 박진영이 조심스럽게 "노래 괜찮냐?"고 묻자, 이은미가 돌연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박진영을 껴안았다. 멤버들은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이구동성으로 노래에 크게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또 하나의 큰 관문이 남아있었다. 노래에 이어 댄서 모니카가가 디렉팅한 안무 영상이 공개되자 멤버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멤버들은 난이도 높은 안무에 한숨을 내쉬면 "저걸 어떻게 해?", "숨을 쉴수가 없다", "이건 라이브로 못한다"고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박진영은 "할 수 있다. 이럴려고 연습한 거지 않냐"며 멤버들을 다독였다.
 
쇼케이스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5일이었다. 박진영은 "이 곡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아 정말 힘들었겠다', '넷이 어떻게 이렇게 고생을 해서 준비했을까' 라고 했으면 좋겠다. 마음도 하나, 춤도 하나, 노래도 하나가 되는 무대로 보여질 것"이라며 멤버들을 설득했다.
 
멤버들은 다시 쇼케이스를 위한 합숙훈련에 돌입했다. 멤버들은 촉박한 시간과 난이도 높은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하는데 불안해하면서도 연습을 통하여 조금씩 손발을 맞춰나갔다. 파트 분배, 안무와 보컬 연습, 음원 녹음을 거쳐서 최종점검에 나선 골든걸스에게 박진영은 탄성을 내지르며 "전국민이 감탄할 것 같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곧바로 박진영은 완벽주의 프로듀서답게 조금씩 미진했던 부분을 연달아 지적했다. 잘할수록 요구사항이 점점 많아지는 박진영에게 멤버들은 "우리는 잘하면 안 된다니까"라고 불만을 터뜨렸으나 결국은 자포자기하고 모두 박진영의 디렉팅을 따랐다.
 
드디어 데뷔 쇼케이스의 날이 밝았다. 박진영은 "길지않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누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 제가 부탁드린 스타일대로 이 노래를 소화해주셨다. 가수들에게는 더 바랄 것이 없고, 만일 안 되면 다 제 탓"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쇼케이스 무대에는 100여명의 언론-미디어 관계자들과, 약 300여명의 팬들을 함께 초청했다. 박미경은 "골든걸스로 데뷔하는 날이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며 설레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신효범은 "50대에 재데뷔하는 행운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처음엔 못할 것 같았는데 죽기 전엔 한다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했더니 나쁘지 않다 이런 정도까지는 왔다. 흐뭇하고 즐겁게 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개인적인 욕심은 이 좋은 가사를 사람들이 한 단어도 빠뜨리지 않고 담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유난히 긴장한 이은미는 "잠을 잘 못잤다. 이 긴장감은 데뷔하고 34년째 안고쳐지더라"며 "제 긴 음악인생에서 골든걸스라는 아주 특별한 문을 여는 날이니까 그 설렘이 더 크다"며 웃어보였다. 
 
맏언니이자 유일한 걸그룹 경험자인 인순이는 "걸그룹에서 솔로로, 다시 걸그룹으로 돌아왔다. 내가 첫 무대에 올라갔던 그 느낌일 것 같다. 설레면서도 부담스럽다. 만감이 교차한다는게 딱 맞는 말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멤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는 "즐기라는 말은 못하겠고 그냥 '우리를 믿자'라고 해주고 싶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쇼케이스를 통하여 드디어 '원 라스트 타임'무대가 베일을 벗었다. 흥겨운 리듬 속에 네 디바들의 자전적 인생을 성찰하는듯 가사는 듣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골든걸스 멤버들은 우려와 달리 고음의 보컬과 화려한 안무를 동시에 능숙하게 소화해내는데 성공하며 멋진 무대를 선사했다.

관객들은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장식한 디바들을 위하여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골든걸스의 첫 데뷔곡 '원 라스트 타임'은 방송 당일날 오후 6시 모든 음원사이트를 통해 동시 공개됐다.
 
<골든걸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디바 4인방이 현재 K팝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듀서겸 가수 박진영과 손을 잡고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담은 음악예능이다. 이들의 도전기를 담은 방송은 2회 만에 최고 시청률인 5%를 돌파할만큼 화제를 모으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사실 <골든걸스>의 기획 소식이 알려졌을 때 콘셉트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엇갈렸다.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K팝트렌드에 평균 연령 환갑을 바라보는 베테랑 가수들의 걸그룹 도전이라는 조합이 과연 어울릴지, 얼마나 대중적인 흥미와 공감을 유발할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다.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자기만의 색깔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검증된 아티스트들을 모아놓고 왜 굳이 '요즘 K팝 따라잡기'나 '박진영 스타일'의 음악에 강제로 맞추게 해야하느냐는 거부감도 분명히 존재했다. 실제로 초반에는 골든걸스 멤버들도 반신반의하며 박진영과 의견 충돌을 빚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네 명의 디바는 용기를 내어 익숙한 틀을 깨고 낯설지만 파격적인 도전을 선택했다. 음악세계와 가치관이 전혀 다른 중장년의 아티스트들이 그동안 해오던 것과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 다른 가사를 소화하고 처음으로 안무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순이 버전의 '하입 보이(뉴진스)', 이은미의 '벌써 12시(청아)', 신효범의 필 스페셜(트와이스)과 박미경의 '아이 엠(아이브)' 등은 그녀들이 왜 레전드라고 불리는지 증명해냈다. 
 
멤버들은 쇼케이스에서 각자가 느낀 <골든걸스>의 남다른 의미에 대하여 전했다. 이은미는 "골든걸스는 '꼰대 자가진단 키트'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본인의 성향이나 취향이 완고해진다. 십수년간 장식이 된 의상을 입어본 적이 없는데 골든걸스를 통하여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인순이는 "걸그룹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생각했다. '지금 나이에 굳이 이걸 해야 돼?'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해보니까 된다"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밝혔다. 또한 신효범은 "합숙을 하고 팀활동을 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이 정말 기쁜 일이란 깨달았다. 이런 경험을 60세가 되기 전에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눈시울까지 붉혔다.
 
최근 대중문화를 비롯하여 각 분야에서는 젊음과 신선함에 열광하면서 '연륜'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골든걸스 멤버들처럼 50-60대의 아티스트들은 현역으로서 여전히 충분한 실력과 재능이 있음에도 이들이 설 수 있을만한 무대 자체가 부족한 게 국내 방송가의 현실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 기획을 주도한 박진영은 "투자가 안 된 상태에서 촬영을 먼저 시작했다. 수많은 회사가 이 프로그램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촬영하다가 중간에 엎어질 뻔 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진영의 무모하지만 용기있는 도전은 디바들의 재발견과 대중들의 호응이라는 보답으로 결실을 맺었다. 앞으로도 이런 과감한 도전을 통하여 연륜있는 아티스트들이 과거의 영광이나 추억팔이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의 트렌드와 소통할수 있는 가교 역할로 활용된다면 음악과 대중문화도 넓은 의미에서의 세대 통합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골든걸스 원라스트타임 박진영 음악예능 최고령걸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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