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과 우규민, 김강민 등 KBO리그의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팀을 옮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24 KBO 2차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2020년까지 5번의 2차 드래프트가 실시됐다가 퓨처스FA 제도가 신설되면서 폐지됐던 2차 드래프트는 퓨처스FA가 여러 비판 속에 조기 폐지되면서 2023 시즌 종료 후 부활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지명한 구단은 1라운드 4억, 2라운드 3억, 3라운드 2억, 4, 5라운드 1억 원의 양도금을 원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

부활 후 4년 만에 치러진 2차 드래프트에서 올 시즌 하위 3개 팀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는 나란히 3명의 선수를 지명하며 부족했던 전력을 채웠다. 반면에 '디펜딩 챔피언'이 된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1명만 지명했다. 모두 22명의 선수가 2차 드래프트에 지명되며 팀을 옮기게 된 가운데 이번 2차 드래프트에는 유난히 프로무대에서 크고 작은 족적을 남겼던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야구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생활 마치고 고척으로 이적한 최주환
 
 SK 와이번스가 구단을 매각하기 직전에 영입했던 FA 최주환

SK 와이번스가 구단을 매각하기 직전에 영입했던 FA 최주환 ⓒ SSG랜더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는 올해까지 SSG랜더스에서 활약했던 내야수 최주환이었다. 두산 시절 3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26홈런 108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낸 최주환은 2021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42억 원의 조건에 SSG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최주환은 SSG에서 활약한 3년 동안 타율 .236 47홈런 171타점을 기록하며 FA선수에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 134경기에 출전해 20홈런 63타점을 기록하며 자존심을 회복한 최주환은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지명을 받아 내년 시즌부터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물론 최주환의 주 포지션인 키움의 2루에는 '국가대표 2루수' 김혜성이 있다. 하지만 최주환은 2루 외에도 1루와 지명타자, 왼손 대타요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이다. 또한 내년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동기부여'도 확실한 편이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LG에게 1승 4패로 패했던 kt 위즈는 1라운드 9순위로 삼성에서 활약한 베테랑 사이드암 우규민을 지명했다. LG에서 활약하다 2017년부터 7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우규민은 2021년 3승 3패 2세이브 24홀드 평균자책점3.31, 2022년 4승 3패 1세이브 16홀드 3.26으로 삼성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다 올해 3승 1패 13홀드 4.81로 성적이 하락했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삼성 입장에서는 우규민을 보호선수로 묶을 명분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kt는 다르다. kt는 고영표와 엄상백이라는 리그 정상급 사이드암 투수를 두 명이나 거느리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선발자원이다. 실제로 kt는 올해 한국시리즈에 등판한 12명의 투수 중에서 선발 고영표, 엄상백을 제외하면 불펜으로 등판한 잠수함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비록 전성기 만큼은 아니더라도 우규민이 중간에서 선발과 필승조의 연결고리 역할만 해줘도 kt 불펜에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화 이글스는 4라운드로 SSG의 '짐승' 김강민을 지명했다. 지난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한 번도 인천을 떠난 적이 없는 김강민은 2022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을 정도로 여전히 중요한 순간에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다만 지난 9월 만 41세가 됐고 올해 타율 .226 2홈런 7타점으로 성적이 떨어진 백전노장 김강민의 현역 연장 의지를 다시 불타오르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한화 구단의 몫이다.
 
 42세 시즌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김강민

42세 시즌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김강민 ⓒ SSG랜더스

 
롯데는 내야수만 2명, SSG는 포수만 2명 지명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의 약점으로 꼽히는 특정 포지션 보강에 열을 올린 구단도 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이 한화로 떠난 롯데 자이언츠가 대표적이다. 1라운드에서 패스를 선택한 롯데는 2라운드에서 한화의 내야수 오선진을, 3라운드에서는 SSG의 내야수 최항을 지명했다. 두 선수 모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으로 롯데의 내야강화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올해 포수난에 허덕였던 SSG는 1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포수를 지명하며 안방보강에 나섰다. 1라운드로 선택한 박대온은 타격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1군에서 259경기를 소화했을 만큼 건실한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다. 광주 동성고 시절이던 2015년 고교 최다홈런을 기록했던 신범수도 고향팀인 KIA 타이거즈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인천에서 새 출발하게 됐다. SSG에는 20대 포수가 부족한 만큼 두 선수 모두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은 LG에서 12년 동안 269경기에 등판했던 좌완 최성훈과 2020년 8승 11홀드를 기록하며 키움의 필승조로 활약했던 잠수함 양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1군에서 349경기에 출전했던 내야수 전병우를 지명했다. 특히 최성훈은 이승현을 제외하면 좌완 불펜투수가 부족한 삼성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서 활약이 기대되고 양현 역시 잠수함 불펜으로 내년 시즌 우규민이 떠난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는 드래프트의 취지에 맞게 아직 1군 무대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유망주들도 여럿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우완 이상규는 LG 시절 군복무를 마친 후 구속이 크게 상승하며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많은 강속구 투수들이 그렇듯 이상규 역시 45이닝 동안 사사구가 32개였을 정도로 제구가 불안했고 결국 내년부터 '강속구 유망주 키우기' 미션은 LG가 아닌 한화가 떠안게 됐다.

서울고 시절부터 우타 거포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송승환도 2차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로 NC의 지명을 받아 서울에서 창원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만 23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현역으로 군복무까지 마친 송승환은 2022년 U-23 야구월드컵에서 4번타자로 활약하며 두 번의 끝내기 안타로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송승환은 서서히 세대교체가 필요한 NC 타선에서 중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유망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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