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강원도 속초 시장에 가면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몽골 등 대부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학 온 이들은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번다. 또한 이들은 소비하기도 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건 많은 지방 도시가 이런 상황이다. 왜 이럴까?

지난 7일 MBC < PD수첩 >에서는 인구절벽 3부, '외국인 유학생 모십니다' 편이 방송되었다. 속초 시장 풍경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유학생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 대학 총장 이야기와 함께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와서 겪는 어려움 등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 연출한 김영원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이번이 <PD수첩> PD님이 연출한 건 마지막이었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일단 마지막 방송인 건 차치하고 이번 아이템 자체가 처음 아이템을 기획했을 때 생각하지 못한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었어요. 일단 지방의 소멸 문제다 보니 반드시 지방 가서 취재하고 유학생의 문제다 보니까 또 해외 나가서 취재해야 하고 그다음에 저희 취재 대상인 유학생들이 다 외국인이고 물론 한국어를 잘합니다만 어쨌든 내국인 취재원을 대상으로 취재할 때보다 소통의 장벽 같은 게 좀 없지 않아서 여러모로 취재가 힘들었는데요, 무사히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 지방소멸 문제로 외국인 유학생을 취재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제일 처음에 속초시장 얘기부터 했잖아요. 속초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 동료 PD도 속초 여행 갔다 와서 '근데 이번에 되게 신기하더라. 가서 보니까 아바이 순대를 외국인 학생이 팔고 있더라'라고 해요. 블로그 글 같은 걸 찾아봐도 많은 분이 그걸 재밌더라고 하면서 올려주신 거예요. 그러고 생각해 보니 저희가 다른 아이템으로 취재를 가도 지역의 식당이나 편의점에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종종 봤던 것 같고 이게 지금 변해가는 풍속도로 생각하고 거기서 출발하게 됐어요."

"인구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 부산도 예외 없다"
 
  김영원 PD

김영원 PD ⓒ 이영광

 
- 이게 <PD수첩>에서 하는 인구절벽 3번째 이야기잖아요. 앞의 두 편은 PD님이 연출하지 않았는데 두 편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요.
"인구 문제가 화두에 있었던 지 오래됐잖아요. 그리고 지금 이제 인구 문제에 대비해야 된다고 말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미 너무 심각해져 있는 현실이고 바뀐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더욱 긴급하게 논의해야 되는 때라는 면에서 앞에 두 편은 참신한 기획들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속초시장이 출발점으로 돼서 정말 속초시장부터 가봤어요. 가서 거기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만나고 그러면서 대학교와 상권이 어떻게 연계돼서 돌아가고 있나를 먼저 살펴봤었고요."

- 속초시장 말씀하셨는데 거기 가보면 어때요?
"정말 한 집 건너 한 집 외국인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어요. 물론 그들 모두가 외국인 유학생은 아니고 그중에는 결혼해서 이주하신 분들도 있긴 한데 대다수가 외국인 대학생이고 상인분들이 다 정말 이 친구들 없으면 시장 안 돌아간다고 얘기하고 계시고요."

- 그러면 외국인이라는 게 대부분 동남아 출신인가요? 일본이나 유럽도 있나요?
"속초시장의 경우 그리고 대다수의 지방에 있는 대학 주변이 그럴 것 같은데요. 서양이나 일본 쪽에서 온 학생들보다 주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네팔 그리고 종종 몽골 등의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많고요. 유학생들도 약간 갈리더라고요. 수도권으로 오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생활비와 학비도 더 들 수 있고 경쟁이 더 치열한 학교로 오는 것이어서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발전 정도가 비슷하거나 더 높은 나라에서 많이 오는 것 같고요."

- 속초 시장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하잖아요. 한국 학생들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런 일 하는 걸 꺼리는 걸까요?
"두 개 다 합쳐진 것 같은데요. 일단 절대적인 한국인 학생 수가 부족하고 사장님들이 하시는 얘기가 '내국인 학생이 잘 안 오지만 오더라도 2~3일 정도 하고 힘들다고 간다.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이 너무 많았다'라는 거였어요. 그건 요즘 세대의 특징이라고 말하면 그런데 어쨌든 우리나라 학생들이 튀김하고 전 부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 일 하면서 '굳이 내가 이 돈을 벌어야 돼?' 하는 상황에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 거죠."

- 부산도 취재하셨던데 부산은 어때요?
"부산은 대학도 몇 군데 폐교하긴 했지만, 더 심각한 거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 많이 폐교했더라고요. 그만큼 부산 지역의 학생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거고요."

-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고 했는데 그게 이젠 안 맞죠?
"그렇죠. 사실 부산의 인구 문제는 거론된 지 이미 몇 년 됐잖아요. 항상 20년 뒤면 소멸할 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죠. 우리가 지방대의 문제를 얘기했지만, 그 지방이라는 게 정말 작은 농어촌 마을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 중소 도시들까지도 다 포함되는 얘기죠. 심지어 우리의 제2 도시였던 부산까지도 포함되는 얘기라는 거죠."

- 그럼, 정말 심각한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정부 여당은 김포시를 서울에 편입하느니 마니로 논쟁하죠. 이게 한가해 보여요.
"악순환인 것 같아요. 모든 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수도권 중심으로 된 정책을 총선 앞두고 내놓은 거죠. 근데 지방 여러 지역 돌아다니시면서 지금 현실이 어떤지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김포 편입보다 훨씬 급한 게 무엇인지 아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외국인 유학생들이 일하면서 또 소비도 하니 지역경제를 돌아가게 하나 봅니다?
"저희가 재밌었던 장면 중에 하나가 우리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남수단에서 온 만곡 댕 씨가 친구들과 저녁 먹으러 가는데 거기에도 또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이 일하고 있어요. 이분들이 이미 속초라는 지역경제 안에서 소비도 하고 생산도 하고 경제 주체가 되어가고 있거든요. 지금 지역 경제 자체가 이분들 덕분에 돌아가고 있는 부분이 큰 거죠."

- 대학 총장이 외국 가서 학생 유치하는데 일부 대학 이야기가 아닌 거예요?
"모든 학교가 총장님이 직접 가시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많은 학교가 여름부터 지금 외국에 출장 나가셔서 유학생 유치 위한 설명회와 유학 박람회를 열고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세요."

- 현지 취재도 하셨잖아요. 현지 유학원에서 뭐라고 해요?
"한국 유학에 대해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요. 근데 현직 유학원에서도 마찬가지의 고민을 하고 있죠. 학생들이 애초에 유학 가려면 제일 처음에 비자를 받아야 되잖아요. 이미 한국에 유학 온 학생들은 비자 연장할 때가 문제지만 애초에 외국에서 한국에 유학 오려고 할 때 비자를 발급받는 것도 까다롭죠. 그래서 한국에 가고 싶은 학생들은 많은데 비자 발급 서류 준비할 때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도 하고요. 일본에 유학생을 많이 보내는 유학원의 경우 일본과 비교해서 얘기해주기도 했어요."

- 우리나라는 왜 까다로울까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민자를 받는 나라가 아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주민들 받는 정책 특히 유학생에 대해서는 '너희는 와서 공부하고 떠나면 된다'는 기조로 정책이 되어 있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뒤에 남아서 우리 사회 구성원이 된다는 걸 염두에 둔 제도가 아니다 보니까 '넌 정말 와서 공부할 거니? 공부만 할 거니?' 그걸 집중적으로 깐깐하게 보는 제도가 되어 있는 거예요. 근데 일본만 해도 인구 줄어들고 있고 젊은 인구 부족해서 외국인 유학생이 와서 채워줘야 된다는 걸 인식 잘하고 그런 기준들을 많이 완화했다고 하거든요. 우리도 지금 변화해야 되는 시점인 거죠."

"내국인 일자리 보호, 이제는 기조가 바뀌어야"
 
  김영원 PD

김영원 PD ⓒ 이영광

 
- 신입 유학생 대비 불법 체류자 비율이 일정 기준 넘을 경우 비자 발급 제한 대학으로 나온다던데 왜 그런 건가요?
"유학생에 대한 관리 책임을 대학에 묻고 있는 거거든요. 학생들이 불법 체류자가 된다면 그건 대학에서 관리를 못 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고 있는 거예요. 대학교의 불체율을 계산하는 방식이 분모에는 일정 기간 동안 들어온 신입생수, 분자에는 일정 기간 동안 생긴 불법체류 학생수가 들어간다는 거죠. 그렇다 보니까 학교들은 불법 체류가 되는 학생이 없도록 되게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게 불법 체류가 학교가 막는다고 반드시 막아지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개중에는 정말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오는 학생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 길로 빠질 수밖에 없는 학생들도 있을 수 있을 텐데 그걸 학교가 잡아 올 수도 없죠. 그렇다 보니 학교가 실질적으로 불법 체류율을 관리하는 데는 굉장한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어떤 학교들은 신입생 숫자 늘려서 이 불법 체류율을 낮춘대요. 왜냐면 분모가 신입생 숫자이기 때문에요. 그러다 보면 불법 체류로 빠질 학생들을 사실 잘 판단해서 뽑아야 하는 건데 그게 어려워지고 그럼 또 불법 체류율 올라가고 이런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 불법체류자로 된 학생도 만나보셨잖아요. 뭐라고 해요?
" 처음에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호감 관심을 가지고 와서 유학 마치고 나면 모국으로 돌아가든 한국에서 남든 나의 삶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온 친구들이거든요. 근데 이 비자 발급 연장이 막혔을 때 그게 반드시 나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야라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까 한국에 대해 기존의 생각과 완전 달라지는 거예요."

- 비자 발급이 엄격해질 경우 고국의 부모로부터 1,000만 원 이상 송금받은 내역이 있어야 한다던데 왜 그런 거죠?
"1천만 원 정도는 예를 들면 1년 동안에 학비와 생활비를 계산했을 때 1천만 원 정도 돈 필요하다는 걸로 나오는 거고요. 그 액수를 모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줘야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얘는 돈 벌러 온 애가 아니기 때문에요."

- 아누진(가명)씨의 경우 졸업 시험에서 떨어지자, 출국 명령이 떨어졌다던데 이 부분 잘 이해가 안 되던데.
"아누진 씨의 경우에 4학년 2학기까지 학교를 잘 다녔어요. 그 당시 학점은 3.7점 정도까지는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한 학생이에요. 근데 이 학교는 졸업을 앞두고 졸업 시험 치거나 논문 써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논문 대신 졸업 시험을 택했는데 이 시험에서 수학이 어려웠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떨어진 거예요. 그러면 졸업 못했으니 다시 다니면서 졸업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비자 연장을 하러 간 거죠. 근데 갔더니 '너 졸업시험 떨어졌잖아. 너 공부 안 하는 학생이네'라고 하고 비자 연장을 안 해줬다는 거예요."

- 그게 무슨 논리인가요? 논리가 안 맞잖아요.
"이게 조금 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너는 정말 4년 내내 일만 하고 공부 안 했구나. 넌 이걸 이 목적으로 왔구나'라고 말하면서 했다면 좀 달랐을 텐데 그전까지 멀쩡히 공부 잘하던 학생인데 그 시험 하나에서 떨어졌다고 그렇게 조치한 건 문제가 있죠."

- 유학생이 전공과 무관하게 취업하는 건 불법이라고 나와요. 내국인에겐 적용 안 되잖아요. 왜 이걸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걸까요?
"이 역시도 아직 우리나라 이민 정책에서 이 사람들을 받아들여서 우리 구성원이 되게 해야 한다는 기조가 없기 때문인데요. 원래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렇게 해놓은 거예요.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거든요. 왜? 내국인들이 이 일자리로 가지 않기 때문에 이 친구들이 거기를 채워줘야 되는 상황이어서 이 규제도 풀어줘야 되는 상황이죠."

-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구를 유지하는 건 이민밖에 없을까요?
"현재로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기적적으로 갑자기 모든 부부가 아이를 2~3명씩 낳게 할 수 없잖아요. 만약에 기적적으로 그게 이뤄지더라도 20~30년이 걸리는 그렇다면 어디선가 인구를 데려와야죠."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생각보다 우리나라 인구 문제가 정말 심각하단 거예요. 그리고 지역과 지방대에서 생존을 위해서 이미 필사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지는 못할망정 뭐 하고 있나 해요. 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김영원 PD수첩 인구절벽 외국인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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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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