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뚜껑없는 열차> 주인공 '순심' 역의 박연희(왼쪽), 김평화(오른쪽) 배우

연극 <뚜껑없는 열차> 주인공 '순심' 역의 박연희(왼쪽), 김평화(오른쪽) 배우 ⓒ 차원

 
"세상의 모든 자책하는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연극 <뚜껑없는 열차>(원안 김원진, 각색·연출 장용석)의 주인공 '순심'역을 맡은 김평화, 박연희 배우(더블캐스트)의 말이다. 연극은 평화의 소녀상을 실사로 그리려던 캐리커처 작가 '우순'이 '뚜껑없는 열차'를 타고 가 고향으로 돌아온 위안부 피해 생존자 '순심'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타임슬립 작품이다. 제목인 '뚜껑없는 열차'는 당시 조선에서 만주로 가는 석탄을 나르던 열차에 일본군 위안부를 태워 나른 것을 표현한다.

연극은 밝고 씩씩한 주인공 순심이를 통해 '피해자다움'을 거부한다. 시대의 아픔을 마주하며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를 건넨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연습실에서 연습을 마친 두 배우를 인터뷰했다. 

- '순심'은 어떤 인물인가.
배우 김평화(아래 김): 겉에서 봤을 때는 위안부 피해자라는 티가 안 날 정도로 밝은 아이다. 16살인 순심이보다는 제 나이가 많지만, 아직 순심이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 저에게도 있는 것 같다(웃음). 힘든 일이 있어도 훌훌 털어내려 하고, 오히려 더 밝은 티를 내기도 한다.

배우 박연희(아래 박): 과거 아픔을 겪었지만, 씩씩하고 세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소녀다. 가정에서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딸이다. 부모님 앞에서는 더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점, 그래도 마냥 아이 같지는 않은 점은 저랑도 비슷하다. 

- 연극을 준비하며 실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을 것 같은데, 어떤 느낌을 받았나.
김: 사실 기본적인 이야기들은 다 찾아서 봤지만, 아주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마음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그 감정에 과하게 몰입하는 순간 순심이라는 인물이 작품의 의도보다 지나치게 성숙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했다. 

박: 영상이나 수요 집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라. 그 하나의 사건으로 삶 전체에 너무 큰 피해가 생겼다는 점이 가슴 아팠다. 그리고 현재에도 상처를 더 들쑤시고 있는 상황들이 많지 않나. 정말 죄송했다.

"'나중에 만나면 안아달라'는 대사에 응답한 관객... 눈시울 붉어져"
 
 연습 중인 연극 <뚜껑없는 열차> 배우들

연습 중인 연극 <뚜껑없는 열차> 배우들 ⓒ 차원

 
- '우순'이 타임머신을 타고 가 '순심'을 만나는 설정인데, 만약 본인이 실제 '순심'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김: 당시에는 사람들이 순심이에게 손가락질하고 죄인처럼 취급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지금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을 그때는 모를 테니까, 나중에 2023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순심이 너를 생각하고 위로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너의 편이 많아진다는 것을 알려주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힘이 되지 않을까.

박: "순심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이다. 처음 그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말도 못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사회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줄 수 있어 용기를 내고 증언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때 당시 순심이는 자기가 더럽고 부끄럽다고 생각해야 했고, 아마 많은 피해자들도 그랬을 거다. 순심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 지난 2월에도 두 분이 함께 공연했는데(순심 역 김평화, 바보 역 박연희) 기억에 남는 관객의 반응이 있을까.
김: 어떤 여성분이 공연이 끝난 후 조용히 저한테 와서 "한번 안아줘도 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순심이의 대사 중 "나중에 만나면 안아주세요"라는 대목이 있는데, 진심으로 와서 안아줘도 되냐고 물어보신 것이다. 그렇게 저를 안아주셨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면서도 정말 기뻤다.

박: 그분도 배우셨던 것 같은데, 한 관객분이 너무 바보같이 연기를 잘했다고(웃음), 자신도 바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또 다른 한 번은 극 중 순심이에게 상처를 준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에 대한 분노를 막 표출하시더라. 그만큼 몰입해서 보셨다는 것이 느껴졌다.

-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최근에는 최아무개 경희대 교수 등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김, 박: 그런 생각을 가지고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이 공연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 단 한 번이라도 피해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이야기하고 자료와 증거를 내밀어도 들으시지 않지 않나. 공연을 보면서 당시 그 소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 연극 <뚜껑없는 열차>,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나.
김: 우리 공연은 위안부를 주제로 하면서도 일본군이나, 폭력적인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시간도 75분으로 그렇게 길지도 않고, 특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있다면 더 진심으로 연극에 몰입할 수 있다. 역사를 더 깊이 알고 싶은 학생들이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 세상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추천한다. 자책하는 피해자들이 연극을 보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다. 

한편 연극 <뚜껑없는 열차>는 오늘인 10월 10일 화요일부터 10월 22일 일요일까지 대학로 스카이씨어터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에 공연한다.
 
 공연 포스터

공연 포스터 ⓒ 작업그룹 동고동락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연극 <뚜껑없는 열차>
대학로 스카이씨어터 2023.10.10(화)~10.22(일)
평일 오후 7시 30분/주말 오후 3시
뚜껑없는열차 위안부피해자 김평화배우 박연희배우 작업그룹동고동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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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언론[창]에서도 기사를 씁니다. 제보/취재요청 813arse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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