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 아시안게임 정상에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결승,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우승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 한국 야구대표팀, 아시안게임 정상에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결승,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우승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폐막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는 결승에서 대만을 2-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안게임 4연패를 달성했다. 예선라운드에서 대만에게 0-4로 완패하며 불안을 노출했던 한국은 결승에서 선발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비롯한 투수들의 호투와 뛰어난 수비 집중력, 그리고 경기 초반 대만 선발 린위민의 난조를 틈 타 설욕에 성공했다. 강백호(kt 위즈)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기쁨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과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 등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부진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한국야구는 아시안게임 4연패로 작게나마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야구의 명예회복' 같은 명분은 한국야구위원회나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들이 생각할 문제다. KBO리그의 구단들과 팬들, 그리고 선수 개개인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우선적으로 생각나게 마련이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포상은 역시 병역혜택이다. 실제로 이번 금메달로 인해 아직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19명의 선수가 병역이라는 커다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9명의 병역혜택 선수들 중에서도 각 구단 별로 크고 작게 명암이 엇갈렸다. 과연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가장 크게 웃은 팀과 아쉬움을 남긴 팀은 어디일까.

롯데와 한화, 현재와 미래 모두 얻었다

이번 대표팀 최고참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1995년생)이었다. 2014년 kt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된 박세웅은 군입대 압박이 점점 커질 때 참가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극적으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박세웅은 일본과의 슈퍼라운드에서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는 등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맏형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롯데는 박세웅뿐 아니라 올 시즌 박세웅과 '토종 원투펀치'로 활약하고 있는 우완 나균안과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의 3번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435 OPS(출루율+장타율) 1.196을 기록했던 외야수 윤동희까지 3명의 선수가 병역혜택을 받았다. 롯데 입장에서는 현재 팀 마운드의 핵심 전력인 박세웅과 나균안, 그리고 미래 팀 타선을 이끌 윤동희까지 군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구단이 됐다.

올 시즌 KBO리그 홈런 1위(31개)를 달리고 있는 3루수 노시환과 올해도 이닝관리를 받으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로 시즌을 마친 문동주가 출전한 한화 역시 팀 내 최고타자와 미래 에이스가 병역혜택을 받았다. 노시환은 이번 대회 대표팀의 붙박이 4번타자로 활약하면서 기대했던 홈런은 터트리지 못했지만 .438의 높은 타율과 함께 6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4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한화 구단은 지난 3일 LG트윈스전을 끝으로 문동주의 '시즌 마감'을 선언했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한두 경기 정도 더 등판이 가능했기에 팬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화의 판단은 탁월했다. 일찌감치 시즌을 마치고 구위를 점검하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문동주가 대만과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이라는 눈부신 호투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문보경과 정우영, 그리고 이미 병역문제를 해결(십자인대부상)한 고우석까지 3명의 선수가 참가한 정규리그 우승팀 LG도 문보경과 정우영이 병역혜택을 받았다. 자신의 자리인 3루를 노시환에게 내주고 1루수로 변신한 문보경은 비록 타율은 .190으로 낮았지만 좋은 수비와 함께 6타점을 기록하며 중요할 때마다 결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사이드암 정우영은 홍콩전과 중국전에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이의리 보내지 못한 KIA, '0등판 1면제' 곽빈
 
이의리 역투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이의리가 5회에 투구하고 있다.

▲ 이의리 역투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이의리가 5회에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백호와 박영현이 출전한 Kt 위즈는 병역을 해결하지 못했던 두 선수가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에서의 크고 작은 문제들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던 강백호는 아시안게임에서 지명타자로 활약하며 1홈런 3타점으로 금메달에 기여하며 부담을 날렸다. 프로 2년 차 우완 박영현은 소속팀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4경기에서 5.1이닝 동안 실점 없이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세이브 2홀드를 챙겼다.

원태인과 김지찬이 선발됐던 삼성 라이온즈는 부상으로 이탈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대체 선수로 김성윤까지 합류하면서 총 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홍콩전과 중국전에 선발등판한 원태인은 10이닝 동안 14개의 삼진을 잡으며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고 내야수 김지찬은 예선 라운드에서만 교체로 2경기에 출전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군필 김성윤은 9번 좌익수로 6경기에 출전해 18타수 4안타(타율 .222)를 기록했다.

NC다이노스는 유격수 김주원과 좌완 김영규, KIA타이거즈는 좌완 셋업맨 최지민이 병역혜택을 받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NC는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KIA는 대표팀 단골 이의리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며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왼손 중지 물집과 어깨 염증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이의리는 한국이 일본과 슈퍼라운드 첫 경기를 치렀던 3일 kt전에 선발등판해 5.1이닝을 소화하며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작년 시즌 5관왕의 주인공이자 정규리그 MVP 이정후가 부상으로 제외됐지만 키움 역시 아시안게임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물을 얻었다. 역대 2번째 200안타 도전 대신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김혜성은 한국의 붙박이 2루수 겸 1번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292 3타점 6득점으로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큰 힘을 보탰다. 이지영의 후계자로 꼽히는 신인포수 김동헌도 김형준(NC)의 백업으로 활약하며 프로 데뷔 첫 해 병역이라는 큰 부담을 털어 버렸다.

대졸 4년 차 외야수 최지훈(SSG랜더스)은 대표팀에서 가장 높은 .524의 타율(21타수 11안타)과 1홈런 5타점 6득점의 맹활약으로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에는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고 병역혜택을 누린 선수도 있다. 담 증상으로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도 금메달을 따낸 두산 베어스의 곽빈이었다. 2020년 6월 올림픽 메달 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시 엔트리에만 포함돼도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행령이 변경됐다.
 
대화하는 문동주-곽빈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문동주와 곽빈이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도중 대화하고 있다. 2023.9.26

▲ 대화하는 문동주-곽빈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문동주와 곽빈이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도중 대화하고 있다. 2023.9.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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