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세븐틴. 최근 논란이 된 만리장성 배경 티저 이미지.

그룹 세븐틴. 최근 논란이 된 만리장성 배경 티저 이미지.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일부 아이돌 소속사가 글로벌 케이팝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유는 '문화적 이해 부족'. 소속 가수의 신보 콘셉트를 위해 각국의 문화재 및 문화 유산을 활용했는데 이에 대한 관련국 팬들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결국 사과 뿐만 아니라 관련 콘텐츠, 발매 준비중인 음반까지 폐기하는 등 업체로선 후폭풍을 호되게 맞고 말았다.

얼마 전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는 자사 공식 SNS를 통해 황급히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지난 23일 오후 소속 인기 그룹 세븐틴의 미니 11집 <세븐틴스 헤븐> 홍보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했다. 그중 '세븐틴 라이트 히어(SVT RIGHT HERE)' 베이징 버전의 티저 영상을 소개했는데 이에 대한 중화권 팬들의 반발이 쏟아진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중국을 대표하는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캐모마일 꽃이 떠오르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문제는 중국 당국은 만리장성을 비롯한 각종 문화 유산을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금지하고 있기에 해당 지역 팬들은 플레디스 측의 행동을 질타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플레디스 측은 "만리장성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존중이 부족했다는 팬 여러분의 지적을 수용"하면서 사과 및 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러 국가 및 지역과 다양한 문화권의 팬 여러분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로 입장을 표명했다.

중화권·이슬람 케이팝 팬들의 반발
 
 코란 이미지 유사성 논란을 야기한 킹덤 '스토리 오브 킹덤: 파트7. 자한'

코란 이미지 유사성 논란을 야기한 킹덤 '스토리 오브 킹덤: 파트7. 자한' ⓒ GF엔터테인먼트

 
또 다른 보이그룹 킹덤은 아예 신보 발매를 미루고 이미 제작된 음반까지 폐기처분하는 상황까지 맞이했다. 오는 10월 18일 미니 7집 <히스토리 오브 킹덤: 파트7. 자한>을 발매하고 컴백을 준비하던 킹덤은 이슬람 문화 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음반 커버 이미지를 두고 아랍권 팬들 사이에서 이슬람의 경전, 코란과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멤버 자한의 예명이 무굴제국 샤 자한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하면서 이슬람에 대한 모욕이라는 항의를 소속사 GF엔터테인먼트에 쏟아냈다.

결국 GF 측은 25일 "무슬림분들과 불편을 느꼈을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라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런가 하면 발매 준비를 위해 이미 제작된 초판 7만 장을 폐기하고 예약판매도 연기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해외 문화 이해 부족... 자문 과정 등 예방 장치 마련 필요
 
 세븐틴 신보 '세븐틴스 헤븐' 홍보 이미지

세븐틴 신보 '세븐틴스 헤븐' 홍보 이미지 ⓒ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난 몇 년 사이 케이팝 시장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었다. 수많은 해외 팬들이 유입되면서 국내 한정 인기를 넘어 세계 음악 시장에서도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이제 국제 무대를 누비는 일은 케이팝 아이돌에겐 기본이 된 지 오래다. 자연스레 각국 팬들을 겨냥한 세계관 마련에도 큰 비중을 두고 콘텐츠에 심혈을 기울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심도 있는 고민이 결여된 채 단순히 겉에 보이는 이미지에만 매몰된 기획물이 예기치 않은 논란을 유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플레디스 측이 만리장성을 세븐틴의 티저에 사용하고 GF 측이 코란을 떠올리는 이미지를 활용한 건 이와 같은 사고의 연장선상에 놓인 실책 중 하나이다. 영화 등에서 종종 접할 수 있었던 존재들이었기에 무심코 쓴 게 아니었을까? 라는 추정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해당 국가 및 문화권 팬들의 반발을 초래했기에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소속사 측의 명백한 잘못인 것이다. 이제는 노래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각종 홍보 영상 및 이미지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임을 감안할 때 이번 사례는 향후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콘셉트 준비 과정에서 더 큰 관심과 주의가 필요함을 상기시켜준다. 그저 음악만 잘 만들어서, 혹은 노래와 춤을 잘 소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들에 대한 존중을 담은 문화적 감수성과 자세도 겸비해야 하는 시대임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세븐틴과 킹덤 모두 이와 같은 잘못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은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다. 회사의 인력이 총동원되어 마련된 기획물임을 감안하면 사전 예방 장치가 존재했다면 음반 폐기 같은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정 해외 팬들을 겨냥한 작품을 준비한다면 최소한 해당 국가 문화에 정통한 전문가 혹은 그쪽 출신 인물들을 통한 자문 등을 거쳤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세븐틴 킹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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