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기자말]
 25일 저녁 항저우 린안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김잔디(붉은 호구) 선수가 중국 선수와 맞붙고 있다.

25일 저녁 항저우 린안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김잔디(붉은 호구) 선수가 중국 선수와 맞붙고 있다. ⓒ 박장식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혼성 단체전에 나선 4인의 태극전사들이 '홈 팀' 중국을 이겨내지 못했다. 선수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그리고 호의적이지 않은 현장의 분위기 속에서도 분전했지만, 중국에 일곱 점 차로 금메달을 내줬다.

서건우·김잔디·이다빈·박우혁으로 구성된 혼성 대표팀은 25일 저녁 항저우 린안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첫 번째 라운드에서 30점을 만들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끄나 했던 선수들은 2라운드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

3라운드에는 극적으로 한 점 차 역전을 이뤄내며 금메달에 가까워지나 했지만, 마지막 순간 중국에 머리 방향으로 가는 유효타 두 개를 내주며 한 순간에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선수들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등 아쉬움을 드러냈다.

초대 우승 노렸지만, 판정 '아쉬워'

앞선 남자 58kg 이하급 결승전에서 장준이 금메달을 따내며 좋은 기운을 만든 한국 대표팀. 특히 이번 혼성 단체전은 남녀 두 명씩의 선수들이 계속 로테이션되면서 일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추가되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혼성 단체전에서 초대 우승을 노렸다.

한국은 8강에서 대만을,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8강에서는 이다빈의 시원한 발차기가 한국을 결승에 이끌었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기. 중국 관중들은 선수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응원전을 펼치며 한국 선수들을 견제했다. 사이사이 크게 울리는 한국 관중들의 목소리도 이따금 들렸다.

판정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1라운드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1라운드는 양국 선수끼리 1대 1로 1분씩 네 차례 맞붙는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30점을 벌어, 21점을 기록한 중국보다 더욱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25일 저녁 항저우 린안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붉은 호구)이 경기 전 도열해 인사하고 있다.

25일 저녁 항저우 린안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붉은 호구)이 경기 전 도열해 인사하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선수 교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2라운드부터 문제가 생겼다. 중국 선수들의 저돌적인 공세가 펼쳐졌다. 한국 선수들의 정공법에 맞선 중국의 공세는 점수로 이어졌다. 중국이 점수를 따라붙은 가운데 납득이 쉽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한국 선수의 선수 교체가 유독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와 대비되게 중국의 선수 교체가 빠르게 이어지면서,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국 관중들의 당황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태권도계 관계자로 보이는 관중은 "이게 맞는 것이냐"며 소리치기도 했다. 결국 중국이 2라운드에서 39점을 획득, 57대 60으로 2라운드 역전에 성공했다.

3라운드에서는 판정의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중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를 잡고 공격하는 등 감점을 받을 만한 플레이를 펼쳤고, 한국이 선수 교체를 알리는 깃발을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체 사인이 늦게 나는 등 여전한 문제는 이어졌다.

하지만 정정당당함을 기반으로 무장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머리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두 방이 문제였다. 결국 한국은 최종 점수 77대 84로, 중국에 각골난망할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패배 억울해", "개인전 잘 준비하겠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직후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이날 경기에 대해 크게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박우혁 선수는 "우리가 느끼기에 석연치 않은 판정이 많아 억울하다"며,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패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박우혁은 "우리 선생님께서 교체 깃발을 들면 바로 교체해줘야 하는데 중국 쪽만 먼저 교체하고 그러더라"며 늦은 교체 타이밍 역시 지적하는 등, 날선 소감을 드러냈다.

이다빈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열심히 준비한 경기에서 이렇게 영광스러운 은메달을 따게 되어서 기쁘다"면서, 이어 이다빈은 "우리나라 선수들 네 명 모두 최선을 다 해서 경기에 임했고, 중국의 응원에 대한 영향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았다"며 의연하게 말했다.

다만 이다빈은 "결승전 흐름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아쉬운 흐름이 있었기에 끌려가는 경기를 했지만,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 해 경기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다빈은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준비했기에 금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남은 개인전에서 선수들이 모두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제대로 겪은 선수들이지만, 아직 선수들에게는 개인전의 기회가 있다. 박우혁은 2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80kg이하급에, 김잔디도 같은 날 67kg이하급 예선에 참여한다. 이다빈은 28일 67kg이상급 예선에 나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태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판정 이다빈 박우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