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극장골로 대역전승을 일궈내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포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이 적중하면서 애물단지 히샬리송의 부활까지 이어지며 더욱 드라마탁힌 승부가 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9월 16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2023~20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홈경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셰필드에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갔으나 후반 추가시간 히샬리송의 동점골과 데얀 쿨루셉스키의 결승골이 연이어 터지며 대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토트넘은 승격팀 셰필드를 상대로 내내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상대의 두터운 수비와 육탄방어에 번번이 막혔다. 후반 28분에는 구스타보 하머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먼저 리드를 내줬다.
 
첫 승이 간절한 셰필드는 리드를 잡자 급기야 중동팀들을 연상시키는 침대축구(시간지연 플레이)까지 시전했다. 골킥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끌고, 선수들은 작은 경합에도 그라운드에 쓰러지며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토트넘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후반 막판에는 양팀 선수들이 잠시 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35분 손흥민과 사르, 솔로몬을 교체했다. 그리고 브레넌 존슨, 히샬리송, 페리시치를 잇달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추가시간에는 포로와 반더펜이 빠지고에메르송 로얄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가 들어갔다.
 
셰필드는 비매너 플레이의 댓가를 치렀다. 후반 추가시간은 무려 12분이나 주어졌다. 그리고 이 추가시간이 양팀의 운명을 바꿨다. 추가시간 8분 교체로 투입된 두 선수가 그토록 기다리던 골을 합작해냈다. 페리시치가 올려준 크로스를 히샬리송이 시원한 헤더골로 연결해 1-1 동점을 만들었다. 그동안 극도의 부진으로 애를 태우던 히샬리송의 올시즌 리그 첫골(리그컵에 이은 2호골)이었다.
 
기세를 탄 토트넘은 2분만에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골을 넣으며 사기가 오른 히샬리송이 이번엔 도무이로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 10분 토트넘의 매끄러운 연계플레이에 이어 히샬리송이 내준 공을 이어받은 쿨루셉스키가 강력한 슈팅을 시도해 공을 골문 안에 꽂아 넣었다. 벤치에 있던 토트넘 선수들까지 모두 일어나 쿨루셉스키에게 달려갔다. 셰필드는 추가시간 퇴장으로 수적열세까지 안게되며 더 이상 반격의 의지를 잃었다. 결국 승부는 토트넘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4라운드 번리전에서 헤트트릭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이날도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하여 2경기 연속골을 노렸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못하고 후반 35분 교체됐다. 전체 슈팅 3개, 유효슈팅 2개를 날렸고, 패스성공률은 89%를 기록했다. 우려한대로 라인을 내리고 수비하는 팀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국가대표팀 A매치 2연전 일정을 치르고 돌아온 탓인지 체력적으로도 다소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주장'으로서 책임감은 마지막까지 돋보였다. 이날 셰필드 선수들의 심한 경기 지연이 계속되자 손흥민은 팀을 대표하여 주심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항의했다. 경기 후에는 이번 시즌 첫 골을 터뜨린 히샬리송을 가장 먼저 챙겼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의 등을 밀어 가장 앞에 세우고 팬들에게 다가가 환호를 받을수 있도록 배려했다.
 
손흥민 입장에서 히샬리송은 공격수 자리를 놓고 다투는 포지션 경쟁자이기도 하다. 히샬리송은 1골 1도움을 넣으며 부활한 반면, 본인은 이날 다소 부진했기에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법도 했지만 주장으로서 마음 고생이 심했던 팀원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손흥민의 품격이는 모습은 박수를 받기 충분했다.
 
토트넘은 브렌트포드와의 리그 개막전서 2-2 무승부를 거둔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FC 본머스, 번리에 이어 이날 셰필드까지 잡으며 4연승을 내달렸다. 승점 13점으로 동률인 리버풀(승점 13)에 다득점에 앞서 2위를 지켰고, 디펜딩챔피언인 선두 맨체스터 시티(5승, 승점 15)와는 2점차를 유지하며 추격하고 있다.
 
개막 5경기에서 4승1무의 성적은 1992~1993시즌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이 거둔 최고의 개막성적이다.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이 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2016~2017시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절의 3승 2무(승점 11)를 뛰어넘었다. 당시 토트넘의 최종성적은 26승 8무 4패(승점 86)이었으나 첼시(93점)에 밀려 아쉽게 우승에는 실패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토트넘이 올시즌 이 정도로 잘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 2022-20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8승 6무 14패(승점 60)로 8위에 머물렀다. 성적 부진으로 시즌 도중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 이어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을 잇달아 경질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대회 우승을 마지막으로 각종 공식 대회 15년 연속 무관을 이어갔고 심지어 올시즌 유럽대항전 진출마저 모조리 실패했다.
 
설상가상 토트넘은 간판 공격수였던 해리 케인마저 우승에 대한 갈증에 지쳐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손흥민과 히샬리송은 지난 시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기에 부활 여부가 불투명했다. 몇 년간 주제 무리뉴-안토니오 콘테 등 내노라하는 명장들도 토트넘에서는 성공하지 못하며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한 토트넘은 후임 감독 영입에도 난항을 겪었다.
 
토트넘이 선택한 대안은 놀랍게도 호주 출신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호주와 아시아, 유럽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직전 소속팀이었던 셀틱에서는 2022-23시즌에는 '도메스틱 트레블(리그, 스코티시컵, 스코티시 리그컵)'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유럽 빅리그 클럽을 이끌게 된 것은 토트넘이 사상 처음이었다. 셀틱이 속한 스코틀랜드리그는 강팀과 약팀의 편차가 큰 리그였고, 유럽의 기준으로 봤을 때, 포스테코글루의 지도자 커리어는 EPL 출범 이후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중 가장 떨어지는 편이었다. 포스테코글루의 공격적인 전술이 EPL에서 통할수 있을지도 평가가 엇갈렸다.
 
하지만 '포스볼'은 토트넘에 누구도 예상하지못한 대반전을 불러왔다. 아시아 선수인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임하고 이적생인 제임스 매디슨에게 부주장을 맡기며 파격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플레이메이커 매디슨을 비롯하여 센터백 미키 판더펜,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이적생들이 안정된 활약을 보이며 지난 시즌 팀의 약점을 잘 메웠다. 포스테코글루는 자신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들을 바탕으로 위력적인 축구를 선보이며 축구가 이름값으로 하는게 아님을 증명했다.
 
리그컵에서 섣부른 로테이션을 시도했다가 조기탈락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지만, 적어도 EPL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용병술은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몇 년간 수비적인 전술을 중시하던 전임 감독들에 비하여 후방빌드업을 바탕으로 한 아기자기한 공격축구를 시도하고 있으며, 손흥민의 공격적인 활용도를 극대화하여 케인의 빈 자리를 메운 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뛰어난 성적과 경기력을 인정받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부임 첫 시즌, 첫 달에 'EPL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셰필드와의 5라운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뚝심과 배짱을 잘 보여준 승부이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제 실점을 내주고 경기가 잘 풀리지않는 상황에서도 교체카드를 최대한 아꼈다. 그리고 막상 교체를 시도하자 팀내 최고의 공격수인 손흥민을 과감히 빼고 부진하던 히샬리송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인터뷰에서"한 골 뒤진 상황에서 언제 교체 카드를 쓸지가 관건이었다. 경기 흐름을 봤을때 적어도 10분의 추가시간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변화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라고 치밀하게 계산된 전술적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후반 추가시간 막판에 두 골이 연이어 터졌고 교체 선수들이 공격포인트에 기여하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판단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전임 감독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포기했던 히샬리송을 신뢰하며 부활의 희망을 이끌어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시즌을 앞두고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던 토트넘에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영입은 지금까지는 '신의 한수'였음이 증명되고 있다. 다가오는 아스널-리버풀과의 2연전이라는 고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토트넘이 올시즌 선두권 경쟁에 가세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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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포스테코글루 셰필드 손흥민 히샬리송 토트넘경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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