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의 안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 키움 이주형이 안타를 치고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 이주형의 안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 키움 이주형이 안타를 치고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10개 구단 중 1위로 전반기를 마친 LG 트윈스에게는 후반기를 앞두고 큰 고민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다승왕 케이시 켈리의 부진(전반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4.44)과 상대적으로 약한 토종 선발진이었다. 실제로 LG는 전반기 임찬규(6승 2패 3.19) 정도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을 뿐 이민호, 김윤식 등 시즌 전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선발로 낙점됐던 투수들이 모두 기대 이하의 투구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에서는 지난 7월 29일 승부수를 던졌다. 내·외야를 오갈 수 있는 유망주 이주형과 우완 김동규, 여기에 2024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고 올 시즌 17경기에서 6승 5패 3.25를 기록하고 있던 검증된 선발투수 최원태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유망주 패키지를 내주는 대신 후반기 남은 경기는 물론이고 가을야구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선발자원을 데려 온 것이다.

지난 7월 30일 이적 후 첫 등판이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최원태는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난타를 당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최원태가 LG의 '우승청부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이주형은 이적 후 8경기에서 타율 .367 2홈런 6타점 5득점으로 맹활약하며 심상치 않은 재능을 뽐내고 있다.

유망주 모으는 트레이드에 능한 히어로즈

사실 메이저리그(MLB)나 미프로농구(NBA)에서는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스타선수가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 이적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타 선수를 내주는 구단은 상대로부터 그 팀의 핵심 유망주 또는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아오면서 미래를 도모한다. 당장 확률이 높지 않은 포스트시즌을 노리기 보다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자체가 그리 활발하지 않은 KBO리그에서는 각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교환하는 스타 선수와 유망주의 트레이드가 상당히 드문 편이다. 어렵게 데려온 스타 선수가 부진하거나 상대팀에 내준 유망주가 대스타로 성장하는 위험(?)을 감수하길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력 선수들의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구단도 있다. 바로 최근 LG와 '최원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던 히어로즈다.

히어로즈가 성사시킨 즉시전력감과 유망주의 트레이드 중 가장 큰 성공사례는 역시 지난 2011년에 있었던 박병호(kt 위주) 트레이드였다. 히어로즈는 2011년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투수 송신영(고양 히어로즈 투수코치)과 김성현을 LG에 내주고 '실패한 유망주'로 불리던 박병호와 연패를 달리던 투수 심수창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리고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KBO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히어로즈는 2017년 KIA 타이거즈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2016년 36세이브로 리그 세이브왕을 차지한 마무리 김세현과 유틸리티 플레이어 유재신(두산 2군 작전코치)을 내주고 좌완 유망주 이승호와 손동욱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였다. 이승호는 당시 1군 데뷔조차 하지 못했던 신인 선수였는데 히어로즈 이적 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물론 김세현 역시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2022년 4월엔 포수난에 시달리던 KIA에 포수 박동원(LG)을 내주고 유틸리티 내야수 김태진과 신인 지명권, 현금 10억 원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박동원은 2022년 123경기에 출전해 18홈런 57타점을 기록한 후 LG와 4년 65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키움 유니폼을 입은 김태진은 1루와 2루, 3루, 중견수, 좌익수를 오가며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고 함께 얻은 신인 지명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포수 김동헌이 됐다.

'LG 시절 6안타' 이주형, 이적 후 8경기 11안타  

경남고 시절부터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평균 이상의 장타력을 겸비했던 청소년 대표 이주형은 연고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됐던 유망주다. 하지만 롯데는 이주형의 경남고 동기인 우완 최준용을 1차지명으로 선택했고 이주형은 2차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G에 지명됐다. 이주형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김지찬(삼성)이나 최지훈(SSG랜더스)보다 일찍 지명됐을 정도로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루키 시즌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주형은 2021년 LG의 차세대 2루수로 낙점 받으며 스프링캠프부터 집중조련을 받았다. 하지만 이주형은 송구에 부담을 느끼며 수비에서 아쉬움을 노출했고 2021년 4월 1군에 데뷔했지만 14경기에서 타율 .125 3득점 2도루에 그치며 1군의 높은 벽을 느꼈다. 결국 이주형은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2021년 8월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지난 2월 전역한 이주형은 부담스런 내야를 벗어나 타격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LG의 외야에는 김현수와 박해민, 홍창기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업에 '주전급 백업' 문성주까지 있었다. 이주형은 올 시즌 18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67 2타점 2득점으로 염경엽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결국 이주형은 지난 7월 29일 최원태의 반대급부로 김동규와 함께 히어로즈로 팀을 옮겼다.

히어로즈는 지난 7월 22일 롯데전에서 간판스타 이정후가 왼쪽 발목부상을 당하면서 수술을 받았고 홍원기 감독은 새로 영입한 이주형을 주전 중견수로 중용했다. 그리고 이주형은 키움 이적 후 8경기에서 타율 .367(30타수 11안타) 2홈런 6타점 5득점 1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106을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 8경기의 표본에 불과하지만 '67승 투수' 최원태를 내준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활약이다.

히어로즈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지만 또 다른 유망주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잠재력이 폭발하며 강정호의 빈자리를 메운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 타격 5관왕이자 정규리그 MVP 이정후가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고 시즌 후에는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어 내년 시즌 잔류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키움은 최원태를 내주고 영입한 대형 유망주 이주형을 통해 이정후의 다음 세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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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 유망주 최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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