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교야구 전국대회 중 유일하게 '선택된 팀'만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뜨거운 여름의 태양을 고교야구 선수들의 함성으로 식힐 수 있을까.

중앙일보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8월 1일부터 목동·신월야구장에서 개막한다. 한국 야구를 빛낸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활약했던 대회답게, 이번 대회 역시 후반기 권역별 주말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43개의 팀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

대통령배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또 있다. 고교야구에서 벌써 관심을 모으는 많은 선수들이 오는 9월 대만에서 열리는 U-18 야구 월드컵 출전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 탓에 이어지는 전국대회에 출전하기가 어려워, U-18 대표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자신이 출전 가능한 사실상의 마지막 전국대회로 여기고 있다.

박병호 4연타석 홈런, 추신수 연속 MVP... '스타의 등용문'
 
 강릉고 시절 김진욱(롯데)의 모습. 김진욱은 2020년 강릉고의 첫 전국대회 우승을 대통령배에서 이뤄냈다.

강릉고 시절 김진욱(롯데)의 모습. 김진욱은 2020년 강릉고의 첫 전국대회 우승을 대통령배에서 이뤄냈다. ⓒ 박장식

 
대통령배는 적잖은 야구선수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가깝게는 고졸신인으로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국가대표 포수로 나서는 김동헌(키움)이 2021년 청룡기와 대통령배의 연속 우승을 만든 '안방마님'으로서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알렸다.

조금만 시계를 뒤로 돌리면 김진욱(롯데)와 강백호(KT)의 활약이 눈에 띈다. 도쿄 올림픽에도 나섰던 김진욱은 2020년 강릉고의 전국대회 첫 우승을 만드는 기적적인 활약을 펼쳤고, 투수, 타자, 심지어는 포수로도 나섰던 서울고등학교 강백호는 2017년 자신의 학교를 대통령배 정상에 올려놓았다.

2000년대에는 김광현(SSG)과 박병호(KT)의 시대였다. 김광현은 안산공고의 에이스 노릇을 하던 2006년 한 경기에서만 무려 열 아홉 개의 탈삼진을 올리는 대기록을 만들었다. 2004년 성남고등학교의 거포로서 이름을 날렸던 박병호 역시 4연타석 홈런이라는 고교 무대 최고의 기록을 써냈다.

두 번씩 MVP에 올랐던 선수들의 면면도 볼 만하다. 1967년과 1968년 경북고등학교의 연속 우승을 만들었던 故 임신근은 삼성 라이온즈의 원년 멤버로 뛰었고,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을 만든 투수코치로 활약했다. 역시 실업야구에서도 활약했던 투수, 남우식 전 푸르밀 CEO도 1970년과 1971년 대통령배의 MVP로 이름을 올렸다.

프로야구 시대에 이름을 알린 2년 연속 MVP도 있다. 김동수 현 SBS sports 해설위원과 추신수(SSG)가 주인공이다. 1994년 LG 트윈스의 우승을 만든 김동수는 서울고 시절인 1984년과 1985년 대통령배의 연속 우승을 만들었고, 부산고등학교가 낳은 최고의 선수인 추신수는 1999년과 2000년 대통령배 MVP 기록을 썼다.

이렇듯 프로야구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는 등용문을 연 대회인 대통령배. 지난해부터는 신세계·이마트배의 신설로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일정 순위 위에 올라야만 출전권을 얻을 수 있는 대회가 되면서 더욱 의미도 강해졌다. 대통령배 우승기를 차지하면 한국 프로야구를 빛내는 데 한 층 가까워진다는 의미가 더욱 진해진 셈이다.

'2연패' 학교 나올까, 새로운 학교 역사 쓸까
  
 지난 2022년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대전고등학교.

지난 2022년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대전고등학교. ⓒ 박장식

 
이번 대통령배에 나서는 학교들의 면면도 볼 만하다. 지난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우승한 덕수고교,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부산고교, 그리고 청룡기에서 우승한 경북고교가 모두 출전한다. 지난해 우승한 대전고등학교, 2년 전 우승을 거머쥐었던 충암고교 역시 이번 대회 출전팀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 학교도 쉽사리 우승을 예측할 수 없다. 당장 6번으로 대통령배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경북고가 지난 청룡기에서 전미르·이승헌 등의 활약으로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청룡기에서의 컨디션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일곱 번째 우승도 노릴 수 있다. 

컨디션이라면 역시 대통령배 우승 기록을 6번이나 갖고 있는 부산고도 빠질 수 없다. 부산고등학교 역시 원상현·성영탁의 에이스 듀오, 그리고 타격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을 기반으로 황금사자기 우승을 거뒀다. 역시 6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광주제일고 역시 군산상일고(옛 군산상업고)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통령배 레이스에 뛰어든다.

1회전에서 서로 맞붙는 강호도 눈에 띈다. 최근 결승과의 인연이 많지 않았지만 투수력만큼은 고교 최강으로 꼽히는 장충고, 그리고 역시 선수들의 힘이 좋은 대구상원고가 8월 1일 14시부터 목동야구장에서 만난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전주고와 충암고등학교도 8월 3일 펼쳐지는 1회전 경기에서부터 만난다. 

그런 만큼 어떤 팀이 우승을 가져갈 것이라고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대통령배이지만, 확실한 사실이 있다. 2005년생, 그리고 일부 2004년생까지 황금 세대가 대거 출전하는 이번 대회야말로 올해 고교야구 전국대회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가장 불꽃 튀는 열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이다.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는 8월 1일부터 목동야구장과 신월야구장에서 열린다. 목동에서는 성인 1만 원, 청소년 이하 3천 원에 대회를 관람할 수 있으며, 신월야구장에서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결승전은 8월 12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우천 등의 사유로 소폭 변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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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대통령배 야구 전국고교야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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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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