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수비 25일 오후(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 대 콜롬비아 경기. 한국의 장슬기와 임선주가 콜롬비아 공격수 마이라 라미레스를 막고 있다.

▲ 협력 수비 25일 오후(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 대 콜롬비아 경기. 한국의 장슬기와 임선주가 콜롬비아 공격수 마이라 라미레스를 막고 있다. ⓒ 연합뉴스

 
의욕만으로 축구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은 월드컵 첫 게임이었다. 전반전 추가 시간 11분이 넘도록 뛰면서 확인한 한계를 후반전에 선수 교체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상대는 이미 우리의 변화 시도를 다 읽고 있었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집중력과 날카로움, 상대가 시도하는 공격 방법을 무력화시키는 기본적인 수비 조직력의 콜롬비아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25일(화) 오전 11시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H조 콜롬비아와의 첫 게임을 0-2로 패하는 바람에 2위까지 얻을 수 있는 16강 토너먼트 티켓이 가물가물 멀어지게 됐다.

강박 관념이 불러온 '경직'

월드컵 첫 게임 여러 날 전부터 상대 팀 콜롬비아의 거친 몸싸움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렇게 중요한 정보에 맞서 대비하는 자세는 옳았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거친 몸싸움에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지나치게 그 부분을 의식한 것인지, 우리 선수들은 공 소유권이 교차되는 갈림길마다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이금민의 패스를 받은 조소현의 오른발 중거리슛(3분), 최유리의 낮게 깔린 왼발 유효슛(8분), 에이스 지소연의 오른발 직접 프리킥(11분)에 이르기까지 초반 공격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수비로 전환하며 대응하는 자세에서 단번에 몸을 내던지거나 쉽게 중심이 무너지는 바람에 세컨드 볼 소유권 대부분이 콜롬비아로 넘어가면서 큰 갈림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박 관념이 불러온 '경직'의 상태가 몸은 물론 의식도 답답하게 만들어버린 셈이다.

전반전에 내준 두 골은 모두 내주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28분에 수비수 심서연의 오른팔에 맞은 페널티킥은 급하게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내준 것이었고, 39분에 콜롬비아의 샛별 린다 카이세도에게 내준 오른발 중거리슛 골은 윤영글 골키퍼의 캐칭 실수를 탓하기 전에 측면에서 두 선수가 한꺼번에 급히 달려들며 드리블 돌파를 허용한 것을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실수들로 골을 내줄 수도 있는 것이 축구다. 문제는 그 다음, 한계를 어떻게 돌파하는가에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 다음 축구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내지 못했다. 급하게 덤벼드는 수비 자세는 후반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을 비롯하여 태어난 지 16살 26일 된 어린 선수 케이시 유진 페어까지 교체 선수로 들어갔지만 측면이나 후방 크로스 정확도는 모자랐다.

우리 선수들 중에서 가장 좋은 공격력을 보여준 이금민이 전반전 추가 시간 9분에 최유리의 왼쪽 끝줄 위 크로스를 받아 결정적인 헤더 슛을 날린 것이 그나마 골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콜롬비아 골키퍼 카탈리나 페레스는 침착하게 왼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콜롬비아의 샛별을 넘어 세계 여자 축구 무대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린다 카이세도의 드리블 실력이 역시 뛰어났지만 우리 수비수들을 실제로 괴롭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체격 조건 좋은 원 톱 공격수 마이라 라미레스가 그 주인공이다. 큰 체구에 비해 드리블 스피드도 뛰어났고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듬직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우리 입장에서 보기에 얄미울 정도였다. 

한 팀의 공격을 풀어나가는 선수가 상대 수비수들에게 쉽게 중심을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가르쳐준 셈이다. 마이라 라미레스는 모두가 지쳐 있던 후반전 추가 시간에도 우리 수비수들보다 빠른 드리블 실력과 안정적인 방향 전환 능력, 오른발 중거리슛 위력 등을 맘껏 뽐내며 완승의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실질적으로 H조 2위 결정 게임에서 밀려난 우리 선수들은 오는 30일 오후 1시 30분에 애들레이드에 있는 힌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만나게 된다.

2023 FIFA 여자월드컵 H조 결과 (7월 25일 오전 11,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

한국 0-2 콜롬비아 [득점 : 카탈리나 우스메(30분,PK), 린다 카이세도(39분)]

◇ 한국 선수들(3-4-3 포메이션)
FW : 손화연(68분↔강채림), 이금민, 최유리(78분↔케이시 유진 페어)
MF : 장슬기, 조소현(68분↔박은선), 지소연, 추효주(87분↔문미라)
DF : 심서연, 임선주, 김혜리
GK : 윤영글

H조 현재 순위
독일 3점 1승 6득점 0실점 +6
콜롬비아 3점 1승 2득점 0실점 +2
한국 0점 1패 0득점 2실점 -2

모로코 0점 1패 0득점 6실점 -6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여자월드컵 콜린 벨 콜롬비아 마이라 라미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