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5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자리를 사수하며 전반기를 마친 점은 다행스럽지만 5월이 끝났을 때 선두와 두 경기 차이인 3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6,7월의 부진은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롯데는 5월이 끝났을 때 승패마진이 +12였지만 후반기 시작을 앞둔 현재는 승패마진이 -1로 변했다. 한 달 반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무려 13승을 까먹었다는 뜻이다.

후반기 치열한 순위경쟁을 앞두고 있는 롯데는 재도약을 위해 외국인 선수 자리에 변화를 단행했다. 롯데는 지난 11일 무릎부상으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던 잭 렉스 대신 내외야를 모두 겸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니코 구드럼을 데려왔다. 18일에는 2020년 리그 탈삼진왕에 빛나는 1선발 댄 스트레일리를 퇴출하고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우완 애런 윌커슨을 영입했다. 일주일 사이에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 2장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롯데가 윌커슨과 구드럼 영입에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를 사용하면서 좌완 찰리 반즈는 자연스럽게 올 시즌 생존에 성공했다. 하지만 16경기에 등판해 7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5승6패 평균자책점4.57을 기록했던 반즈의 전반기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에도 래리 서튼 감독은 반즈를 2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 선발로 예고했다. 과연 반즈는 후반기 활약으로 작년 12승 투수의 위용을 보여주며 롯데를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을까.
 
 1일 LG전 선발로 나온 찰리 반즈

지난 6월 1일 LG전 선발로 나온 찰리 반즈. ⓒ 롯데자이언츠

 
롯데를 빛냈던 두 좌완 외국인 에이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롯데는 2011시즌이 끝나고 팀의 상징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토종에이스 장원준(두산 베어스)마저 군복무를 위해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대호도 없고 장원준도 없던' 2012 시즌에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하며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롯데의 5년 연속 가을야구진출을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새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었다. 만화주인공 둘리를 닮은 친근감 있는 외모에 뛰어난 친화력으로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한 유먼은 2012년 29경기에 등판해 13승7패1홀드2.55의 성적으로 다승 4위와 평균자책점, 탈삼진(142개) 3위를 기록하며 롯데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그 해 가을야구에서도 3경기에서 14.2이닝5자책(평균자책점3.07)으로 호투한 유먼은 시즌이 끝난 후 롯데와 재계약했다.

하지만 2012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홍성흔과 김주찬(두산 타격보조코치)마저 각각 두산과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롯데는 2013년 5위, 2014년 7위로 떨어지며 가을야구와 멀어졌다. 하지만 유먼은 2013년 193.1이닝을 소화하며 13승을 올렸고 2014년에도 151.2이닝을 던지며 12승을 기록하며 팀의 좌완 에이스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유먼은 2015년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겨 17경기에 등판한 후 한국생활을 마감했다.

롯데가 2014 시즌이 끝나고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유먼과의 재계약을 포기했을 때 이를 아쉬워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새 외국인 선수가 유먼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줬다. 현재까지도 롯데 구단 역사상 최고의 좌완 외국인 투수로 꼽히는 브룩스 레일리(뉴욕 메츠)가 그 주인공이다. 레일리는 입단 첫 해부터 11승을 올리며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롯데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2016년 8승에 그치며 주춤하는 듯 했던 레일리는 한국생활 3년째가 되던 2017년 187.1이닝 동안13승7패3.80의 성적을 올리며 롯데를 2012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레일리는 2018년에도 11승을 올리며 롯데의 좌완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해냈지만 2019년 30경기에서 1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5승14패로 리그 최다패 투수가 됐다. 결국 레일리는 2019 시즌이 끝난 후 롯데와의 재계약이 무산되며 한국을 떠났다.

61만 달러로 12승, 125만 달러로 전반기 5승

레일리가 떠난 후 2년 동안 우완 투수들로만 외국인 투수를 활용했던 롯데는 작년 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9경기 등판 경력을 가진 좌완 반즈를 총액 61만 달러에 영입했다. 작년 반즈와 함께 영입한 우완 글렌 스파크맨의 몸값이 80만 달러였음을 고려하면 사실 반즈는 2선발 정도로 생각했던 투수였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한 후 2022년 롯데의 외국인 에이스는 스파크맨이 아닌 반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반즈는 작년 31경기에 등판해 186.1이닝을 소화하며 12승12패3.62의 성적으로 작년 규정이닝을 채운 롯데 투수들 중 다승과 평균자책점,이닝,탈삼진(160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4월 6경기에서 5승 0.65라는 엄청난 활약을 선보였던 반즈는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5.40으로 치솟으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61만 달러의 '가성비 외국인 선수' 반즈가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해주리라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반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작년보다 2배 이상 오른 총액 125만 달러에 롯데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당연히 올해 반즈가 작년 시즌 중반에 재영입한 스트레일리와 함께 롯데의 원투펀치로 활약해 달라는 구단의 기대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반즈는 전반기 16경기에 등판해 5승6패4.57의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작년 전반기에만 9승을 기록했던 좌완 에이스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롯데는 5승6패4.57의 반즈 대신 전반기 3승5패4.37을 기록한 스트레일리를 교체했다. 그나마 반즈가 전반기 마지막 5번의 등판에서 세 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반등의 여지를 보인 것과 달리 스트레일리는 6월 2일 KIA전 7이닝2실점 승리 이후 6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하며 부진했기 때문이다. 박세웅과 나균안 등 토종 선발들이 우완일색인 것도 좌완 반즈가 스트레일리 대신 생존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올해 4월11일 LG트윈스전을 통해 시즌 첫 등판을 했던 반즈는 21일 키움과의 후반기 첫 경기부터 선발로 등판한다. 상대 선발은 작년 골든글러브 투수이자 올해도 리그 탈삼진 1위(130개)에 올라있는 안우진이다. 반즈와 롯데에게는 버거운 상대임에 분명하지만 후반기 팀과 개인의 반등이 절실한 반즈 역시 반드시 이겨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 아쉬운 전반기를 보낸 반즈가 후반기 롯데 좌완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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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찰리 반즈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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