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 EPA/연합뉴스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끼리 결승에서 만난 것만으로도 그 결과가 궁금했다. 누구라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6번 시드를 받은 온스 자베르가 42위의 본드로우소바에게 밀려난 것이다. 본드로우소바는 2019년 롤랑 가로스 준우승의 아픔을 씻어내고 첫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따낸 것이지만 온스 자베르는 지난 해 윔블던-US 오픈 연속 준우승에 이어 이번에도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여자 프로테니스 랭킹 42위 마르케타 본드로우소바(체코 공화국)가 한국 시각으로 15일(토) 오후 10시 영국 런던에 있는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벌어진 2023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6위 온스 자베르(튀니지)를 80분만에 2-0(6-4, 6-4)으로 물리치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본드로우소바의 두 번째 도전, 자베르의 세 번째 눈물

프로 선수가 윔블던에 참가할 수 있게 된 1968년 이후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가 결승까지 올라온 경우는 마르케타 본드로우소바가 처음이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본드로우소바가 이룬 것이다. 4강에서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의 돌풍을 잠재우고 윔블던 첫 결승 무대에 올라온 왼손잡이 본드로우소바의 스트로크는 매우 날카로웠다. 위너 숫자(본드로우소바 10개, 자베르 25개)는 밀렸지만 상대가 쉽게 받아넘기지 못하는 스트로크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초반 흐름은 현 랭킹이 한참이나 높은 온스 자베르의 것이었다. 본드로우소바가 서브를 넣은 첫 세트 두 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해내며 3-0까지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자베르는 바로 다음 자기 서브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본드로우소바의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를 받아넘기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일곱 번째 게임이 우승자를 결정하는 실질적인 갈림길이 되었다. 자베르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본드로우소바가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냈다. 자베르가 꼼짝 못할 정도로 네트 앞으로 달려와 런닝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뿌린 것이다. 보기 드문 브레이크 포인트 러브 게임이었다.

본드로우소바는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첫 게임도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냈다. 자베르의 스트로크 스트로크 실수가 더 자주 눈에 들어왔다. 언포스드 에러 숫자(본드로우소바 13개, 자베르 31개)만 봐도 온스 자베르가 자신의 메이저 대회 단식 세 번째 결승전을 맞아 얼마나 긴장했는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반대로 메이저 대회 두 번째 단식 결승을 뛰고 있는 본드로우소바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한 스트로크 실력을 끝까지 유지한 것이다. 두 번째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게임 스코어 3-3을 만드는 본드로우소바의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이 압권이었다. 그리고 본드로우소바는 네트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 백핸드 발리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찍어내고는 잔디 코트에 드러누워 감격의 순간을 누렸다.

이로써 마르케타 본드로우소바는 2019년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결승전에서 애슐리 바티에게 0-2로 완패한 뒤 오랜만에 뛴 메이저 대회 두 번째 결승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첫 우승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반면에 온스 자베르는 지난 해 두 차례(윔블던, US 오픈) 결승전에 이어 이번 세 번째 결승 도전 모두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특히 디펜딩 챔피언 엘레나 리바키나(3위, 카자흐스탄)를 8강에서 만나 2-1로 역전승을 거뒀고, 올해 호주 오픈 우승 실력자 아리나 사발렌카(2위, 벨라루스)를 4강에서 만나 역시 2-1로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에 이 결승전 패배의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온스 자베르는 시상식 인터뷰 도중 눈물을 닦으며 반드시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밝혀 수많은 관중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2023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결승 결과
(7월 15일 오후 10시, 올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 - 런던)

마르케타 본드로우소바 2-0(6-4, 6-4) 온스 자베르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본드로우소바 0개, 자베르 1개
더블 폴트 : 본드로우소바 4개, 자베르 0개
첫 서브 성공률 : 본드로우소바 63%(41/65), 자베르 48%(29/60)
첫 서브 득점률 : 본드로우소바 61%(25/41), 자베르 48%(14/29)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본드로우소바 46%(11/24), 자베르 45%(14/31)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본드로우소바 71%(10/14), 자베르 71%(12/17)
리시빙 포인트 득점률 : 본드로우소바 53%(32/60), 자베르 45%(29/65)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본드로우소바 86%(6/7), 자베르 45%(4/10)
위너 : 본드로우소바 10개, 자베르 25개
언포스드 에러 : 본드로우소바 13개, 자베르 3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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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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