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안방에서 kt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모두 내주고 말았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5안타 무득점의 빈타에 허덕이며 0-9로 완패를 당했다. 안방에서 열린 kt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며 7연패로 전반기 일정를 마무리한 키움은 이날 KIA 타이거즈를 4-1로 꺾은 최하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승차가 5경기로 줄어 들었다(38승2무46패).

한편 키움은 이날 한국야구위원회에 손목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결장하고 있는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하고 미국 출신의 우투좌타 외야수 로니 도슨을 8만5000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빅리그 4경기와 마이너리그 641경기, 독립리그 63경기 출전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도슨은 비자발급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오는 2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후반기 첫 경기에 맞춰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반전 만들었던 샌즈와 그렇지 못했던 폭스

사실 많은 돈을 투자해 영입한 외국인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많은 투자가 언제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올 시즌을 앞두고 총액 100만 달러를 받고 KBO리그 무대를 밟은 신규 외국인 투수 5명 중에서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전반기 다승(12승), 평균자책점(1.71) 1위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와 이닝 1위(111.2이닝) 아리엘 후라도(키움) 뿐이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받고 입단하는 대체 외국인 선수라고 해서 언제나 실망스런 활약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가성비 대체 외국인 선수'의 모범을 보였던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2018년과 2019년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제리 샌즈(한신 타이거즈 외국인 스카우트)였다. 샌즈는 2018년 8월 마이클 초이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총액 10만 달러를 받고 히어로즈에 합류해 25경기에서 타율 .314 12홈런37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창단 후 좋은 외국인 타자를 거느린 기억이 거의 없었던 히어로즈는 2018 시즌이 끝난 후 샌즈와 총액 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여전히 몸값이 저렴한 편이었지만 2019년 샌즈의 활약은 그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뛰어났다. 139경기에 출전한 샌즈는 타율 .305 28홈런113타점100득점으로 리그 타점왕에 오르며 키움을 창단 2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샌즈는 현재까지도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기억되고 있다.

물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떠오르던 대체 외국인 선수도 적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15년 빅리그 598경기를 경험한 나이저 모건을 영입했지만 모건은 단 10경기 만에 퇴출됐다. 모건과 결별한 한화는 12만 달러에 외야수 겸  포수 제이크 폭스를 데려왔다. 하지만 38경기에 출전한 폭스는 타율 .278 7홈런25타점으로 딱 받은 연봉 만큼의 활약 밖에 보여주지 못한 채 시즌이 끝난 후 한국을 떠났다.

2016년 히어로즈가 로버트 코엘로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영입했던 스캇 맥그레거 역시 총액 15만 달러에 불과했던 저렴한 몸값의 외국인 투수였다(맥그레거는 영입 당시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싸게 데려 올 수 있었다). 하지만 14경기에 등판한 맥그레거는 90이닝을 던지며 6승3패 평균자책점5.20의 평범한 성적에 그쳤고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저렴한 몸값의 도슨으로 후반기 승부수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2020년 대체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며 65경기에서 타율 .254 2홈런31타점22득점을 기록했던 에디슨 러셀을 2년 반 만에 재영입했다. 러셀은 시카고 컵스 시절이던 2016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선발되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멤버로 활약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키움을 떠난 후에는 빅리그로 돌아가지 못한 채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칸리그를 전전하면서 위태롭게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러셀은 키움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었던 올해 4월 한 달 동안 타율 .342 2홈런24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2020년의 부진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듯 했다. 그렇게 이정후가 부진했던 히어로즈의 타선을 이끌던 러셀은 5월부터 주춤하기 시작했고 6월 16일 한화전을 끝으로 손목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4번 타자의 부재'로 고전하던 키움은 러셀의 복귀를 기다리다가 13일 외국인 선수를 도슨으로 전격 교체했다.

202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도슨은 빅리그 통산 4경기에 출전해 8타수1안타(타율 .125)1득점의 초라한 성적에 머물렀다. 마이너리그 성적 역시 타율 .247 72홈런305타점105도루로 그리 특출난 편이 아니다. 다만 올해 활약했던 독립리그에서는 63경기에서 타율 .282 13홈런39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도슨은 샌즈 같은 파워히터 유형이라기 보다는 공수주가 두루 뛰어난 '5툴 플레이어'에 가깝다.

사실 도슨은 중심타선에서 많은 타점을 생산하기 보다는 테이블세터 자리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는 유형에 더 가까운 선수다. 따라서 후반기부터는 김혜성이 중심타선으로 이동하고 도슨이 테이블세터로 활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키움은 임지열의 부상과 이형종의 아쉬운 활약으로 확실한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외야수가 중견수 이정후뿐이다. 외야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도슨이 주전 한 자리를 맡아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키움은 13일 도슨과 총액 8만5000달러에 계약했다. 아무리 도슨이 전반기가 끝나갈 무렵에 합류해 후반기 밖에 뛰지 못하는 대체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해도 다른 대체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몸값이 꽤나 적은 편이다. 하지만 2018년의 제리 샌즈가 보여줬던 것처럼 연봉과 활약은 결코 비례한다고 할 수 없다. 과연 키움이 선택한 새 외국인 타자 도슨은 후반기 히어로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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