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24세 이하 축구대표팀 '황선홍호'가 오는 7월 14일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는 출전 선수 명단을 15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협회는 이미 대한체육회에 선수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이 대회는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년 미뤄졌다. 이로 인해 나이 제한도 23세 이하에서 24세로 확대 적용한다. 한국축구는 2014년 인천 대회(정정용호)-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김학범호)에서 2연패를 차지했으며 총 5회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2021년 9월, 김학범 감독의 뒤를 이어 후임 감독에 낙점됐다. 황선홍호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초의 3연패, 2024 파리 올림픽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담금질을 이어왔다. 하지만 첫 시험무대였던 지난해 6월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8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전임 김학범호가 전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던데다, 8강에서 21세 이하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라이벌 일본에게 0-3 완패까지 당하며 충격은 더 컸다.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던 황선홍호는 지난 6월 개최지인 항저우에서 중국과 현지 적응을 대비한 평가전 2연전을 치렀다. 하지만 한 수아래로 꼽힌 중국을 상대로 1승 1패라는 아쉬운 결과에 그쳤고, 설상가상 중국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거친 플레이에 부상선수가 속출하며 득보다 실이 더 많은 평가전이 되고 말았다. 아시안컵 직후부터 이미 좋지 않았던 황선홍 감독을 향한 여론도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무언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그나마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된 것이 오히려 황 감독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항저우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의 나이도 24세 이하 상향되면서 선수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전력을 정비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 가능한 24세 이하(1999년생 이하)는 U-20 월드컵 2019년 폴란드 대회 준우승-2023년 아르헨티나 대회 4강에 빛나는 '황금세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 A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성장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필두로, 엄원상(울산 현대), 송민규(전북 현대), 조영욱(김천 상무), 고재현(대구FC), 최준(부산),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벨기에 헨트), 오현규(셀틱) 등 K리그에서 유럽파까지 그 어느때부터 풍부한 선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황선홍호의 최대 강점은 2선으로 꼽힌다. 이강인, 정우영, 엄원상, 고영준, 고재현, 송민규 등 와일드카드 없이도 A팀에 버금갈 초호화 선수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변수는 역시 해외파와 와일드카드(WC) 발탁 문제다. 아시안게임은 A매치와 달리 소속팀의 동의가 있어야만 선수 차출이 가능하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강인, 정우영, 홍현석 등은 소속팀과 군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터라 소속팀에서도 차출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미 24세 이전에 상무에서 병역을 마친 오현규나 오세훈은 소속팀에서 차출에 응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선수 본인들의 동기부여도 미지수다.
 
현재 황선홍의 고민은 최전방을 비롯하여 중앙 미드필더-수비수로 이어지는 센터 라인이다. 특히 최전방에서 24세 이하 선수중 중량감 있는 확실한 골잡이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황선홍 감독은 일찌감치 25세 이상 선수에 해당되는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최대한 활용하여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와일드카드 후보로는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센터백 박진섭(이상 전북 현대)-공격수로는 주민규(울산 현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일 1순위 후보들의 차출이 어려워지면 좌우 풀백과 윙어까지 소화할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설영우(울산)의 발탁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아무래도 역대 와일드카드들에 비하면 후보들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져 보인다는 아쉬움은 피할 수 없다. 지난 아시안게임 2연패 당시 김승규(알샤밥), 박주호(은퇴), 김신욱(킷치SC), 조현우(울산), 손흥민(토트넘), 황의조(FC서울) 등 하나같이 쟁쟁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손흥민을 비롯하여 모두 A팀에서도 중용된 특급 선수들이었고, 실제 대회에서도 맹활약을 필치며 와일드카드 효과를 증명했다.
 
반면 황선홍의 와일드카드 후보들은 이름값만으로도 상대에게 부담을 줄만한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A팀에서도 기용되는 선수는 백승호와 설영우 정도이고 그나마 주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설영우는 올해 클린스만호에서 처음 A매치에 선발된 선수다. 주민규와 박진섭은 리그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국가대표 경험은 아직 전무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황의조의 와일드카드 차출이 잠시 논란에 시달린 바 있지만, 당시 황의조는 잠재력이 아직 만개하기 전이었을뿐 이미 A팀에도 기용된 경험이 있는 라이징스타였다. 막상 아시안게임에서 황의조는 손흥민마저 제치고 대회 득점왕을 휩쓰는 압도적인 골폭풍으로 여론을 반전시키며 우승 후에는 오히려 역대 최고의 와일드카드라는 찬사를 받았다.
 
반면 주민규는 K리그에서는 몇 년째 꾸준히 최정상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불안요소다. 주민규 역시 병역을 마친 상태라 우승경쟁중인 소속팀 울산이 시즌중 주전 공격수의 차출을 달가워 할리도 없다. 오현규와 오세훈의 차출이 확실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 황선홍 감독은 와일드카드까지 고려해도 최전방에서 선수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으로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여론을 납득시킬수 있을만큼의 내용과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황 감독이 2024 파리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유지할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첫 번째단추라고 할 수 있는 선수선발 문제에서부터 과연 황선홍 감독이 얼마나 최상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황선홍호 와일드카드 항저우아시안게임 주민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