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아름답던 댄서들도 내면에는 말못할 상처와 여린 속내를 간직하고 있었다. 7월 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댄스크루 '홀리뱅'의 허니제이와 제인이 의뢰인으로 등장하여 상담을 받았다.
 
국내 최고의 걸스힙합 댄스 크루로 꼽히는 홀리뱅은 지난해 방송된 댄싱 서바이벌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홀리뱅의 수장 허니제이와 제인은 13년을 함께 동행하고 있는 오랜 사제관계이자 절친이기도 하다. 허니제이는 최근 결혼하고 첫 아이를 출산하는 경사까지 누렸다.
 
애주가인 제인은 한달 술값만 200만원이 나간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제인은 "맥주는 배만 안부르면 무한대로 먹을수 있다. 소주는 4-5병"이라는 놀라운 주량을 털어놓으며 "술 제어가 안된다"고 고백했다. 

과음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23살 때 겪은 '환승이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술의 힘을 빌려 한두잔씩 먹고 잠을 청했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양이 점점 늘어났다. 이제는 음주가 하루 루틴처럼 자리잡았다. 술이 취하면 더 마시고 더 마시는 게 주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제인은 술에 만취하여 종종 주변 지인들과 싸우기 일보직전까지 간 일도 몇차례 있었다. 물건을 분실하는 경우도 잦아서 1년에 지갑만 5-6개를 잃었다고. 최근에는 블랙아웃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술을 제어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싫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오은영은 "하루의 마무리에 술이 빠지면 중요한 것을 빠뜨린 것 같냐"고 질문했다. 잠시 생각하던 제인은 "술을 마시는 시간이 하루중에 가장 행복하다. 혼술을 하면서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은영은 "제인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하루의 걱정을 무조건 술로 해결하려 하기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인은 부정하려 했지만, 오은영은 "알코올 의존이 맞다"는 단호한 진단을 내렸다.
 
제인이 술에 의존하게 된 원인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다. MMPI(사전 인성검사)에 따르면 제인은 자기회의적인 경향이 강하고, 좋지않은 결과가 나왔을때 자기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제인은 "누군가 저를 인정해줄 때 두렵고 숨고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히며 "13년간 제 공연에 만족했던 적이 단 한번밖에 없다"고 자신감 넘쳐보이던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속내를 고백했다.
 
"혹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릴 것 같으냐"라는 오은영의 질문에, 제인은 "내 춤이 별로라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이에 오은영은 안타까워하며 "제인은 자기 신뢰와 확신이 부족하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드는 자책감이 습관처럼 지속된 알코올 의존으로 나타난 것"이라 말했다. 녹음이나 일기를 쓰든,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는 나름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허니제이는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공포증)'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댄서 동료들은 물론이고 가족이나 절찬의 전화조차 잘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니제이는 "20대 후반에 댄서로서 한창 바쁠 때 몸과 마음이 지쳤던 시기가 있었다. 폐 공장에서 촬영을 하고난 후 기침이 끊이지 않아서 응급실에 갔는데 후천적 천식 진단을 받았다. 댄서라는 직업이 불안정하다보니 몸이 아파도 쉴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나 어느 순간부터 전화 오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인간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허니제이는 책임감이 강한 성격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나면 번아웃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오은영은 허니제이의 콜 포비아가 단순히 전화에 대한 두려움인지, 아니면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어려움인지를 파고들었다. 허니제이는 "단둘이 일대일 만남이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친한 사이라도 누군가와 단 둘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본인이 어색함을 느끼게 되면 불안해진다. 심지어 절친한 지인들도 단체로 만날때는 괜찮지만 단 둘이서 만날 수 있는 친구는 단 한명 뿐이라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허니제이의 "모두가 날 싫어할 것 같다. 처음보는 사람도 나를 싫어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는 말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두고 "상대에 대한 믿음의 문제"라며 오은영은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은 실제로 '내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겠어'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며 허니제이가 사람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20대때부터 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또 헤어졌던 허니제이는, 자신의 곁을 떠나는 사람들과의 반복되는 이별에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은영은 "만일 허니제이가 완벽하게 잘해줬다면 상대가 떠나지 않았을까?"라고 질문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허니제이는 "나가는건 그럴수 있다. 떠난 후의 관계가 문제다. 헤어질 때는 좋게 마무리하고도 이후로 연락조차 없고 인사도 안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난 허니제이 단물만 쏙 빼먹고 나갈거야'라는 뒷담화도 들었다"는 일화를 토로하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허니제이는 적당히 거리를 두는게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분명히 본인의 잘못도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허니제이는 "노력했지만 아직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누구보다 허니제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제인도 눈물을 흘리며 "사람에 대한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다. 일적으로는 카리스마가 있지만 여린 사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어린 시절의 허니제이는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이후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던 아빠를 그리워했음에도 연락조차 단절되어야 했던 아픈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었다.

심지어 생애 한번뿐인 자신의 결혼식에 엄마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끝내 아빠를 부를 수 없었던 미안함도 허니제이 본인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고. 허니제이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복합적인 감정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허니제이의 이야기를 경청한 오은영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수용받아 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허니제이는 엄마의 감정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억눌려야 했다. 자신의 감정을 수용받은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은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타인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진다"고 설명했다. 허니제이가 댄서로서 무대 위에서 동료들의 실수 하나에도 더 엄격한 선생님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오은영은 허니제이를 위하여 "동료들이 어떤 마음인지 숙제처럼 체크해서라도 다가갈 것"을 조언하며 "이제는 엄마가 되었기에 자녀에게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소통해야한다. 아이가 엄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경험을 많이 한다면, 엄마로서도 굳건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은영은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위하여 "인생은 행진이 아니라 춤이다"라는 솔루션을 전하며 "때로는 뒷걸음질도 치고 앞으로도 나가고 노래가 나오면 거기에 몸을 맡기기도 하는 것"면서 댄서들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전했다. 모든 고민을 털어놓고 홀가분한 미소를 되찾은 허니제이와 제인은 '아이 엄마'와 '금주'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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