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2023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22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2023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 박장식

 
대한민국에서 남녀 각각 단 한 팀에게만 허락된 컬링 국가대표의 자리는 누구의 것이 될까.

한국 컬링 최고의 권위를 갖는 국가대표 선발전, 2023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지난 2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2일부터 아흐레의 열전에 돌입했다. 남자팀 6개, 여자팀 9개가 출전하는 이번 한국컬링선수권대회는 2023-2024 시즌 기간 동안 태극마크를 달 팀을 선발한다.

지난 대회와 크게 달라진 점도 있다. 결선 라운드가 복잡해지면서 가장 강한 팀을 선발할 수 있게 되었다. 예선 라운드로빈을 거친 뒤 상위 4개 팀이 출전하는 슈퍼라운드가 펼쳐진다. 결승은 예선과 슈퍼라운드의 전적을 합친 5전 3선승제로 진행된다. 단판승부보다는 박진감이 떨어지지만, 가장 강한 팀을 선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역대 최다 실업 구단 참가한다

이번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는 가장 많은 수의 실업 구단이 출동한다. 남자부에서는 4개의 실업팀이, 여자부에서는 6개의 실업팀이 나섰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청 여자 컬링팀이 창단하고, 남녀부를 모두 아우르는 신규 실업팀인 의성군청이 지난 3월 창단하면서 이 기록을 썼다.

남자부에서는 2022-2023 시즌 국가대표였던 서울시청을 필두로 경북체육회·강원도청·의성군청, 그리고 청주 봉명고교와 춘천기계공업고교까지 6개 팀이 나섰다.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국가대표 춘천시청과 강릉시청 '팀 킴'·경기도청 '팀 은지'·서울시청·전북도청·의성군청과 경북협회관리위·봉명고·의성여고가 출전한다.

국내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왔고, 태극마크도 달았던 '비실업팀' 경기도컬링경기연맹이 올해 선수단 구성을 하지 못해 불참한 것이 아쉽지만, 그 아쉬움을 채울 신생 실업팀이 많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코리아컬링리그를 거치면서 늘어난 컬링에 대한 인지도, 그에 따른 지자체에서의 투자가 비로소 빛을 본 셈이다. 
 
 지난 4월 창단된 의성군청 컬링팀.

지난 4월 창단된 의성군청 컬링팀. ⓒ 박장식

 
컬링 국내대회에 이렇게 많은 실업 구단이 참여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지난해 창단한 서울시청 여자 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국가대표 선발전에 첫 출전했고, 올해 창단한 의성군청 남녀 팀은 대학·지역협회 명의로 참가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가 의성군청의 이름으로 참가하는 첫 대회이다.

다만 고교부의 참가가 줄어든 것이 아쉽다. 한국컬링선수권대회는 현재로서는 국내 대회 중 유일하게 고교 선수들과 실업 무대의 선수들이 한자리에서 맞붙을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설왕설래 끝에 남녀 두 개씩 팀만이 한국선수권에 출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고교 선수들이 우상이자 롤 모델인 선수들과 직접 맞붙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춘천시청 선수들이 송현고교 재학 시절 '팀 킴'과의 결승 승부까지 벌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데다, 2년 전 한국선수권에서도 고교 선수들이 실업팀을 상대로 승리했을 정도로 기량 역시 출중하다. 차기 대회에서는 더욱 많은 고교 선수들에게 한국 컬링 최고 권위의 무대를 밟을 기회가 부여되길 바란다.

모두가 강하다... 어떤 팀이 태극마크 거머쥘까

이번 한국선수권은 기대되는 점이 많다. 신생팀이 많아지면서 '다크호스'로 불릴 만한 팀들도 생겨났고, 기존 실업팀은 꾸준한 해외 투어 대회와 국제대회 출전을 바탕으로 실력을 쌓아왔다. 뚜렷한 강팀은 보이지만, 이변이 워낙 잦았던 대회가 한국선수권인 만큼 쉽사리 강팀의 승리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남자부는 모든 실업팀이 경계대상이다. 남자부 서울시청(스킵 정병진)은 지난해 한국선수권을 석권한 데 이어, 범대륙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국제대회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다른 팀들도 만만치 않다. 전통의 강호 경북체육회(스킵 김수혁)도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고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강원도청(스킵 박종덕)은 리빌딩을 거친 성과를 봤다. 강원도청은 지난 2월 전국체전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두면서 강팀으로의 도약을 알렸다. 신생 팀인 의성군청(스킵 이재범) 역시 경일대 시절이었던 지난 전국체전에서 강원도청과 우승을 두고 다퉜던 팀이다. 네 팀이 플레이오프, 어쩌면 결승까지 무한경쟁을 펼칠 모양새다.

여자부는 치열하다. 국제 무대 경험이 많은 3개 팀(강릉시청·경기도청·춘천시청)과 젊은 혈기로 무장한 3개 팀(전북도청·서울시청·의성군청)의 격돌이다. 실업 구단이 6개로 늘어난 지금은 어떤 팀도 쉽사리 플레이오프 자동진출을 확정지을 수 없어 더욱 긴장된다.

강릉시청 '팀 킴'(스킵 김은정)은 '홈 구장'인 강릉컬링센터에서 경기를 치른다. 특히 강릉에서 열린 지난 한국선수권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기도 했을 정도로 경기장과의 상성도 누구보다 좋다. 그런 만큼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 역시 기대를 모은다.
 
 지난 동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원도청 남자 컬링팀(윗쪽),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아랫쪽).

지난 동계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원도청 남자 컬링팀(윗쪽),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아랫쪽). ⓒ 박장식

 
춘천시청(스킵 하승연)은 지난 한국선수권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며 국가대표에 선발된 이후 지속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경기도청(스킵 김은지) 역시 이번 시즌 그랜드슬램과 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며 컬링 팬들에게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이번 한국선수권에서 두 팀이 보일 호성적도 기대된다.

아울러 전북도청(스킵 김지수)은 송현고 출신의 선수들을 수혈해 리빌딩에 나섰고, 서울시청(스킵 박유빈) 역시 2002년·2003년생 선수들이 강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대회에 나선다. 신생팀 의성군청(스킵 정민재)도 전국체전에서 극적인 준우승을 이룬 파괴력을 그대로 선봰다.

3년 만에 '완전 개방', 컬링 팬 다시 모일까

이번 한국선수권대회는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4년 만에 관중들에게 완전히 개방되는 첫 대회이기도 하다. 2020년, 2021년 대회는 무관중 대회로 운영되었고, 2022년 대회는 진천선수촌에서 열리면서 미리 신청을 해야 입장이 가능했을 정도로 제약 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다시 관중석이 완전히 개방되면서 지난 대회까지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자아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컬링연맹에서도 강릉단오제 등과 대회 기간이 맞물리는 것을 통해 더욱 많은 스포츠 팬들이 강릉컬링센터를 방문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4년 만에 스포츠 팬들이 찾는 한국컬링선수권대회가 어떤 팀의 우승으로 마무리될 지도 주목된다. 기존에 국가대표를 역임했던 좋은 팀들이 여전히 태극마크를 수성할지, 아니면 '깜짝 승부' 끝에 국가대표와 인연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이 생애 첫 태극마크를 얻어낼지 주목된다.

한국컬링선수권대회는 22일부터 시작된 예선 라운드로빈이 27일까지 이어진다. 27일부터 29일까지는 라운드로빈 상위 4개 팀이 참가하는 슈퍼라운드가, 29일부터 30일까지는 결승전이 펼쳐진다. 주요 경기는 유튜브 채널 '컬링한스푼'에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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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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