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의 인종차별 피해를 보도하는 AP통신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의 인종차별 피해를 보도하는 AP통신 ⓒ AP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가 관중에게 당한 인종차별로 축구계가 들끓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 검찰은 22일(현지시각) 비니시우스에 대한 인종차별을 '증오 범죄(hate crime)'로 수사한다고 AP통신,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비니시우스는 전날 발렌시아 메스타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경기 중 자신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하는 관중들과 설전을 벌였다. 이 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됐고, 발렌시아 팬들은 비니시우스를 향해 "원숭이"라고 외쳤다.

선수에게 '원숭이' 욕설 외친 관중들... 브라질 대통령도 나서

비니시우스는 경기가 끝나고 소셜미디어에 "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에서는 인종차별이 일상적인 일"이라며 "라리가 사무국의 대응을 보면 스페인은 인종차별 국가로 인식된다"라고 썼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경기장 전체가 비니시우스에게 원숭이라며 인종차별 공격을 했지만,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라며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라고 심판진의 느슨한 대응을 꼬집었다. 또한 "만약 경기 중 선수가 인종차별을 당하면 심판진은 경기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 대응책을 논의하는 회의에 불참했었다"면서 "라리가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관중이 아니라 피해자인 선수를 비난한 것이다.

발렌시아 구단도 "어떤 인종차별도 용납하지 않으며, 그런 행동을 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했다"라며 "사법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첼로티 감독이 당시 경기장에 있던 발렌시아의 모든 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그가 실수를 깨닫고 발언을 사과해야 한다"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자 비니시우스의 조국인 브라질까지 나서면서 이번 사건은 외교 갈등으로 확산됐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를 언급했다.

룰라 대통령은 "비니시우스는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선수"라며 "세계 최고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는 소년이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비판했다.

난감한 스페인 정부 "인종차별, 스페인 대변하지 않는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의 인종차별 피해를 보도하는 영국 BBC방송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브라질)의 인종차별 피해를 보도하는 영국 BBC방송 ⓒ BBC

 
비니시우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인종차별 공격을 했다. 라리가 사무국은 "지금까지 인종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며, 최근 2년간 사법 당국에 9건의 신고를 접수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행위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결국 욜란다 디아즈 스페인 부총리 겸 노동부 장관이 성명을 내고 "경기장에서의 인종차별인 구호는 스페인을 대변하지 않는다"라며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라고 공약했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왕립축구협회장도 "스페인에서 누군가의 피부색, 성적 정체성 등을 모욕하는 사람이 한 명 또는 한 무리가 있더라도 국가 전체를 더럽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규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이 발생하면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할 수 있다"라고 관련 규정을 거듭 강조하면서 "축구에서 인종차별은 설 자리가 없으며, 피해를 당한 비니시우스에게 완전한 연대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유럽 축구에서 인종차별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손흥민(토트넘)도 여러 차례 피해를 당했으며, 영국 사법 당국이 가해자 관중들에게 벌금형 및 경기장 무기한 출입 금지 등의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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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인종차별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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