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말 1사 만루 두산 국해성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2020년 6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말 1사 만루 두산 국해성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5월 27일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 4회말 두산의 공격에서 두산의 2루 주자는 주루플레이 도중 다리가 꼬이면서 어색한 자세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 선수는 왼쪽 무릎을 붙잡고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고 두산의 코치와 트레이너는 선수의 상태를 살핀 후 빠르게 들것을 불렀다. 그러자 그 선수는 힘들게 몸을 일으키더니 코치와 트레이너에게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구요"라고 크게 소리쳤다.

당시 주루플레이 도중 무릎을 다친 선수는 두산의 외야수 국해성이었다. 병원에 실려간 국해성은 검진 결과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애초에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몸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들것에 실려 나가기 전까지 14경기에서 타율 .333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었던 국해성은 십자인대가 끊어진 상태로 경기를 속행하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흘렀고 2021 시즌 이후 두산과 재계약하지 못한 국해성은 독립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국해성은 여전히 독립리그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국해성을 은퇴선수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22일 국해성이 다시 KBO리그로 복귀하며 프로무대로 돌아왔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외야진 강화를 위해 국해성을 영입한 것이다.

롯데에겐 뼈 아팠던 황성빈과 렉스의 부상

올 시즌을 앞두고 외야진의 교통정리는 롯데의 큰 고민이었다. 손아섭(NC 다이노스)의 이적에 이어 이대호까지 은퇴했고 지난해 우익수로 62경기에 선발출전하며 가능성을 보인 좌타유망주 고승민도 올해부터 1루수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년 넘게 중견수와 좌익수를 오가며 롯데의 외야 한 자리를 지켜온 전준우마저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올해부터는 풀타임 외야수로 나서지 않고 지명타자 출전 비중을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래리 서튼 감독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지난해 56경기에서 .330의 고타율을 기록했던 외국인 선수 잭 렉스를 중심으로 빠른 발과 저돌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 '황보르기니' 황성빈, 그리고 두산에서 방출된 재일교포 출신의 외야수 안권수로 새로운 외야진을 꾸린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새롭게 구성된 롯데의 외야진은 쏠쏠한 활약을 통해 시즌 초반 롯데가 돌풍을 일으키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도 건강하게 그라운드를 누빌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즌 개막 후 11경기에서 타율 .353 3타점 8득점 3도루로 맹활약하던 황성빈은 지난 4월 28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도루를 하다가 발목을 다치며 앰뷸런스에 실려 나갔다. 다행히 늦어도 6월이면 복귀가 가능하지만 시즌 초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롯데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던 황성빈에게 부상은 상당히 뼈 아팠다.

지난 18일에는 올 시즌 타율 .261 2홈런 20타점에 3개의 결승타를 때려내며 제 몫을 해주던 외국인 선수 렉스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무릎 힘줄 부분파열 부상을 당한 렉스는 부상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 빠르면 5월 중으로도 복귀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롯데의 중심타선에서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 중이던 렉스가 빠진다면 아무래도 중심 타선의 무게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롯데는 전체 3순위 출신 루키 김민석이 5월 들어 13경기에서 타율 .333 1홈런 7타점 9득점 4도루로 맹활약하고 있고 고승민 역시 외야 출전을 병행하며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100경기 이상 남은 장기레이스에서 튼튼한 외야진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경험이 있는 베테랑 외야수의 존재가 필요했다. 롯데가 시즌 중에 독립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던 국해성 영입을 결정한 이유다.

부산에서 기회 얻은 '거포형 스위치 히터'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국해성은 인천고 시절 183cm 90kg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거포형 스위치 히터 유망주로 국내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국해성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구단과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계약이 무산됐다. 메이저리 진출설 때문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던 국해성은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의 외야에는 김현수(LG 트윈스)와 이종욱(NC 작전 및 주루코치), 민병헌, 임재철 같은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했고 입단 1년 후에는 정수빈과 박건우(NC)까지 가세했다. 결국 국해성이 1군에서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은 시즌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2016년이었다. 국해성은 2016년 두산의 백업 외야수로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278 4홈런 24타점 28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국해성은 한창 1군에서 자리를 잡아야 할 2018년 불의의 무릎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상승세가 꺾였고 2020년 3홈런 17타점을 끝으로 1군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국해성은 2021 시즌이 끝나고 전유수, 강동연 등과 퓨처스 FA자격을 얻었지만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결국 2022년 3월 두산에서 방출 당했다. 하지만 국해성은 독립리그 성남 맥파이스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고 최근 테스트에 합격해 롯데와 계약했다.

사실 국해성은 두산 시절에도 58경기(2016년)가 한 시즌 1군 최다출전이었을 정도로 1군보다는 2군 무대가 더 익숙한 선수였다. 아무리 현재 롯데 외야에 부상선수가 많다 해도 스프링캠프도 치르지 못한 국해성이 올 시즌 가을야구, 그 이상을 노리는 롯데의 외야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롯데 입장에서도 국해성을 대타요원이나 백업 외야수 정도로 기대할 뿐, 갑자기 팀의 운명을 바꿀 활약을 해줄 거라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방출시장'에서 무려 9명의 선수(투수 6명, 야수 3명)를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큰 의미 없는 영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현재는 김상수가 필승조, 안권수가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롯데 전력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자원이 됐다. 5년 전, 큰 무릎 부상에도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며 야구팬들을 감동시켰던 국해성 역시 힘들게 재입성한 프로무대에서 얼마든지 롯데 외야의 새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국해성 스위치히터 외야수 대타요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