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뭉쳐야 찬다 2>의 한 장면.

JTBC <뭉쳐야 찬다 2>의 한 장면. ⓒ JTBC

 
'어쩌다벤져스'가 도장 깨기 설욕전에 성공했다. 5월 14일 방송된 JTBC 스포츠 예능 <뭉쳐야 찬다 2> 92회에서는 안정환이 이끄는 어쩌다벤져스와 전라도 대표팀 '아태FC'와의 재대결이 그려졌다.
 
아태FC는 전라도 지역 조기축구 최정예급 선수들로 구성된 연합팀이었다. 1년 전 어쩌다벤져스는 첫 전라도 원정에서 아태FC에 1대 3으로 완패한 바 있었다. 당시 어쩌다벤져스는 부상과 개인일정으로 인한 불참 등으로 인하여 가용자원이 주전과 벤치 포함 13명 밖에 되지 않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최근 1-2군 제도를 도입했던 어쩌다벤져스는, 도장깨기에서는 '원팀'을 강조하는 의미로 모든 선수들이 합류했다. 하지만 16인 엔트리 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안정환은 골키퍼에 한건규, 포백에 이장군-안드레 진-박제언-김준현, 수비형 미드필더에 허민호, 중앙 미드필더에 이대훈-류은규, 좌우 윙에 임남규와 이준이, 원톱에 김용식을 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교체멤버에는 강칠구, 장정민, 김현우, 조원우, 이형택 5인이 발탁됐다. 김동현, 모태범, 박준용, 이지환, 김태술은 선수단과 동행했으나 출전명단에서는 탈락했다. 어쩌다벤져스는 지난 경기의 비디오 분석을 통하여 아태FC의 전력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했다. 안정환은 "우리가 1년 2개월 동안 달려온 이유가 있지 않냐. 이제 세 게임 남았다"며 필승을 주문했다.
 
다시만난 양 팀은 초반부터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전반 10분, 김준현이 중앙으로 연결한 공을 김용식이 한 차례 터치 이후 곧바로 전방으로 쇄도하는 이대훈에게 킬패스를 찔러줬다.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은 이대훈은 슛 대신 측면으로 패스를 선택했고, 후방에서 쇄도한 임남규가 완벽한 노마크 상황에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뽑아냈다.
 
기세가 오른 어쩌다벤져스는 추가골을 위하여 맹공을 퍼부었으나 박제언의 크로스에 이은 김용식의 헤딩슛은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아태FC도 세트피스와 롱킥 등 역습으로 반격을 노렸다. 격렬한 경기 속에 전반은 1대 0 어쩌다벤져스의 리드로 끝났다.
 
하프타임에 안정환은 풀백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이장군이 습관적으로 상대 공격수를 뒤에 두고 있다가 역습 상황에서 수비전환이 늦어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롱킥을 노리는 아태FC를 상대 공중전 경합 이후 세컨드볼 소유에서 밀리지 않아야한다고 주문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어쩌다벤져스는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로 류은규가 일대일 찬스를 맞이했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임남규의 왼발 슈팅은 골문을 한참 벗어났다. 후반 10분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대훈의 프리킥을 이어받은 김용식이 골망을 갈랐으나 골키퍼 차징 파울로 득점이 아쉽게 취소됐다.
 
주도권을 거머쥔 어쩌다벤져스는 후반에도 여러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번번이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아태FC는 분위기 전환을 위하여 교체선수를 잇달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아태FC의 기세가 올라오는 조짐을 보이자 안정환도 김준현을 교체하고 강칠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투입하며 허민호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 수비를 강화했다.
 
경기 종료 10분을 앞두고 이장군이 치명적인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아태FC의 골킥 상황에서 체력이 떨어진 이장군이 낙하지점을 미스하며 헤딩으로 걷어내는 데 실패했고, 공이 그대로 아태FC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아태FC의 13번이 안드레진을 앞에 두고 한 박자 빠르게 날린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한건규의 머리를 넘기며 골망을 가르는 동점골을 뽑아냈다. 실점과 동시에 이장군은 그 자리에 쓰러져 자책했고, 코칭스태프는 결국 수비위치 선정 미숙으로 우려한 사태가 벌어진 데 탄식했다.
 
 JTBC <뭉쳐야 찬다 2>의 한 장면.

JTBC <뭉쳐야 찬다 2>의 한 장면. ⓒ JTBC

 
하지만 어쩌다벤져스는 곧이은 반격에서 2분 만에 다시 골을 만들어냈다. 중앙에서 드리블로 침투하던 이대훈이 류은규와 리턴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낮게 깔린 슈팅은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절묘한 구석 사각지대로 들어가며 골로 연결됐다. 안정한과 어쩌다벤져스는 일제히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골이 터지자 이장군은 그제야 긴장감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은 그러한 이장군을 위로하며 격려했다.
 
아태FC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거센 반격을 펼쳤다. 안드레 진이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저질렀고 세트피스 찬스를 내줬으나 한건규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안정환은 마지막 교체카드로 김현우를 투입하며 미드필드를 강화했다. 어쩌다벤져스는 아태FC의 공세를 끝까지 잘 차단하며 결국 2-1로 승리하고 1년 2개월 만의 리턴매치 설욕에 성공했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승리를 자축하며 안정환은 선수들에게 사비로 단체 회식비 100만 원을 약속했다. 임남규와 이대훈의 득점수당은 수석코치 이동국이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멤버들은 특히 실점에 대한 부담감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이장군을 따뜻하게 격려했고, 이장군은 다시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안정환은 "팀이 완성되어 가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더 단단해지는 모습이 보여서 감사한다"며 다음 경기에서도 선전을 다짐했다. 어쩌다벤져스는 다음주에는 잔메FC와의 경상도 도장깨기 두 번째 설욕전을 예고했다.
 
승부에 대한 집착과 주전 경쟁... 사라진 <뭉찬>의 매력
 
 JTBC <뭉쳐야 찬다 2>의 한 장면.

JTBC <뭉쳐야 찬다 2>의 한 장면. ⓒ JTBC

 
전라도 도장깨기 재도전은 일단 어쩌다벤져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뭉찬2>의 방향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2021년 8월 시즌2 첫 방송을 시작한 <뭉찬2>는 '조기축구 전국제패'를 목표로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과 불안정한 선수구성, 프로그램의 애매모호한 방향성으로 오히려 시즌1에 비하여 재미나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뭉찬2>은 최근 '찾아가는 오디션'을 전후하여 프로그램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쩌다벤져스는 정체된 팀분위기 전환과 전력보강을 명분으로 또다시 대대적인 오디션을 실시하며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했고, 16인 경기 엔트리와 1-2군 제도를 도입하며 '경쟁체제'를 강화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됐던 '전국도장깨기' 프로젝트는 마치 밀린 숙제를 한번에 해치우듯 '벼락치기'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인기종목 스타에 대한 재발견이나 아마추어들의 성장기라는 <뭉찬> 시리즈 특유의 매력이 흐릿해졌다는 데 있다. 시즌1이나 시즌2 초기까지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차근차근 축구의 재미에 눈을 떠가던 유쾌하고 화목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승부에 대한 집착과 주전 경쟁에 대한 압박감이 그 자리를 메웠다.
 
물론 <최강야구>나 <골때리는 그녀들>의 인기에서 보듯이, 최근 스포츠 예능의 추세는 '진정성과 리얼리티'다. 하지만 어쩌다벤져스 멤버들은 프로축구 선수가 아니라 본업이 따로 있고 심지어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들이다. 시즌2에 접어들면서는 현역 선수들의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멤버들에게 무리하게 승부에 집착하는 축구를 요구했다가 부상자라도 나오면 본업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2군에 강등이 되면 감독이 부를 때까지 팀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룰도 예능 방송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평가다.
 
냉정히 말해 방영 초반만해도 예능과 스포츠 사이를 넘나들며 느슨한 분위기를 만들어놓은 것은 바로 제작진과 감코진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태세가 180도 바뀌어 프로팀처럼 승리를 요구하고 선수들을 불편하게 몰아붙이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지켜보는 시청자들로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뭉찬2>는 오디션을 세 번이나 거듭하면서 회차를 거듭할수록 즉시전력감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뭉찬2>가 시간이 걸리는 '성장형 서사'의 기존 콘셉트를 폐기하고 단기간에 도장깨기라는 '보여주기식 결과'에만 올인한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각 종목당 1인, 선출(축구선수 출신) 제한, 현역과 은퇴 선수의 균형, 다양한 세대의 공존 같이 그동안 존재했던 암묵적인 '불문율'들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이 과정에서 이형택이나 김동현, 김태술, 이지환같이 경쟁에서 밀린 멤버들은 계륵 취급으로 전락했고, 박태환이나 윤동식처럼 부상 이후 하차와 복귀에 대한 언급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멤버들도 있다. 이러한 무책임하고 일관성없는 방향성은, 프로그램이 자리잡는 데 기여한 초창기 멤버들이나 각 종목 스포츠 레전드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뭉찬> 시리즈의 매력은 프로축구팀처럼 우수한 선수들을 끌어모아 단기간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강야구>와 <골때녀>도 진지할 때는 충분히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유머나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시청자들은 이러한 어쩌다벤져스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한 공감대와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웃음기 빼고 과도하게 비장해진 축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미와 감동은 이전만 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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